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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화타논란 > 갑론을박 대체요법

현대판 화타논란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10-19 05:02:08
조회수
3,108

 

2007년 10월 18일 (목) 19:37   일요신문

‘현대판 화타’ 논란 - 장병두 할아버지 항소심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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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장병두 할아버지가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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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 앞에는 장 씨의 지지자들이 나와 시위를 벌였다.
‘화타’는 이제 전설 속의 인물로만 남게 됐다. 암 환자 등 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다가 기소된 뒤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현대판 화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병두 할아버지(92)에게 결국 1심 판결과 똑같은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장 씨 측이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힌 데다 장 씨의 시술 효과를 믿는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화타 논란은 ‘장외’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0월 12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서경환 부장판사)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무면허 의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장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장 씨는 3년간 3000여 회에 걸쳐 무면허 진료 행위를 하며 모두 13억 98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돼 전주지법 군산지원의 1심 재판에서 같은 형량을 선고받고 항소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일부(시술 기간과 환자 수 등)를 파기하긴 했으나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해 눈길을 끌었다. 무면허 의료 행위에 대한 법원의 예외 없는 잣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 이 같은 판결에 장 씨 본인은 물론 장 씨의 지지자들인 ‘장병두 할아버지 의술 살리기 모임’(장병두 모임) 회원들과 담당 변호인 등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판결을 내리기까지 재판부의 고민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법대로’라면 장 씨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지만 적잖은 장 씨 지지자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시술”이라며 ‘정당방위론’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장 씨의 지지자들은 지난 7월부터 전주지법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항소심이 있는 날마다 법원에 모여 장 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장 씨의 변호인은 불치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장 씨가 비록 무면허 의술을 행했지만 생명을 살려온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장 씨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반면 이날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의료행위는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판결문을 통해 “피고의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해 뇌졸중 중증 환자를 그에게 보였지만 피고가 제대로 진료하지 못해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형 선고와는 별개로 “피고의 행위는 법적으로 자명한 위법이지만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피고를 지지하는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 했고 (피고의 의술의 효과에 대한) 진실은 신만이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유독 언론과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장 씨의 특이한 치료방법이 알려지면서 ‘현대판 화타’ 논란이 불붙었기 때문. 장 씨는 기존 한의사들과 달리 진맥을 하지 않고 환자의 기색 등을 본 후 목부터 허리까지 혈을 따라 눌러 보는 것으로 진찰을 대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약 제조 방법도 평범하지 않았다. 전통 한의학에서 쓰는 것들과 다른 약재를 사용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곤충류나 과자, 밥이나 술이 들어가기도 했다. 환자의 증세에 따라 약도 다르게 처방한다는 게 장 씨 측의 설명이다.

이번 공판과정에서 장 씨의 약 효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졌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지난 9월 14일에 열린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원 박 아무개 씨는 “피고인(장 씨)이 사용한 생약 등에 대한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심사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식약청 생약평가부에서도 신청(회)사의 시험 자료만으로 판단할 뿐”이라고 밝혀 검증방식의 한계를 노출했다. 장 씨의 약이 어떻게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내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소 장 씨는 우리 몸의 병은 인체의 어떤 장기나 부위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킨 것과 상극되는 성질을 가진 약재로 병의 근원을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성 원리’에 의한 치료 논리를 주장해왔지만 이 같은 ‘논리’를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 씨의 지지자들은 재판이 10개월가량 진행되면서 장 씨의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한 이들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간에 ‘장병두 모임’ 회원들 중 총 12명의 환자들이 사망했는데 그중 2명은 장 씨의 치료를 중단한 게 원인이라는 것. 이 소식을 들은 장 씨는 “가슴이 아프다”며 “내가 치료했으면 죽지 않았을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선고를 기다리던 장 씨는 ‘만약 무죄가 된다면 후학양성에 힘쓰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사람을 살리고 돕고 싶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 씨는 유죄 판결이 나오자 충격을 받은 듯 지지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섰다. 판결에 앞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만약 피고가 정말 자신의 의술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면 치료 방법의 비결을 공개하거나 메이저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아 임상·비임상 실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약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법을 전수하는 게 어떠냐”라고 권유해 눈길을 끌었다.

장 씨의 변론을 맡은 박태원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장 씨의 의술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 “할아버지와 지지자 모임 등과 함께 협의한 후 결정하겠다”면서도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부가 언급한 제약회사의 후원 부분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번 공판이 진행되면서 한 번도 제약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한 회사들은 양약을 위주로 투자한다. 한의약 중에 제약회사가 만드는 경우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장 씨의 무죄를 반드시 입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대법원 심리가 사실상 법률심이고 그간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적이 한 건도 없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장 씨의 지지자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분위기였다. ‘장병두 모임’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이경숙 씨는 “할아버지의 의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질 수 있도록 대법원에서만큼은 무죄 판결이 나오길 바란다”며 “후원모임도 계속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주=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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