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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사혈치료를 시작하며>
사혈이란 말의 정확한 뜻을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개념을 이해했던 게 바로 5개월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후 2005년 11월 11일부터 2006년 2월3일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사혈 치료를 받았지요.
제 치료의 목적은 간과 신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치료 스케줄은 1차 3개월, 1개월 휴식, 2차 3개월. 지금은 1차 치료가 끝나고 휴식 중인데 제 개인사정으로 쉬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1차 치료는 간과 신의 기능저하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을 다스리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제 몸의 상태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된 육체노동으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져 있었고, 간은 거의 제 직분을 포기하기 직전이었습니다. 다행히 간이 신사적이어서 눈을 통해 저에게 최후통첩을 보내주었죠. 쓰리고 아프고 따갑고 시리고 침침하고 답답하고 뻑뻑하고 콕콕찌르고 토끼눈처럼충혈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1차 치료가 끝나자 간은 더 이상 제게 경고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맑은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뿐인가요? 지난 7년 동안 가슴앓이 해왔던, 나를 갉아먹었던 감정의 어혈들이 무자비한 부항기의 흡입력에 굴복해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빨려나왔습니다.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꼭꼭 숨겨 두었던 미움 분노 원망 슬픔 회한... 거무튀튀한 감정의 血栓들이.
그렇습니다. 사혈은 제게 그런 것이었습니다. 몸 뿐만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도 되찾게 해준...
이제 2차 사혈을 시작하려 합니다. 본게임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선생님은 제가 사혈의 고통이 두려워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그건 오해예요, 명백한.
-鷄母
漢字, 醫師의 의(醫-의원의)자는 무엇을 뜻할까요? 바로 사혈을 뜻한다는 사실입니다.
[사혈 (瀉血) [명사] [하다형 자동사] (치료의 목적으로) 환자의 피를 얼마간 뽑아냄.]...어학사전
醫자를 파자풀이 해놨는데 조금 수정을 했습니다. 파자풀이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를 파자해야 되기 때문이지요.
ㄷ은 모난 그릇방이며 矢- 화살시 입니다 殳-뺄수 입니다 酉- 술통유 입니다
물론 위의 자들이 다른 뜻을 지니기도 합니다. 의사라는 글자의 뜻에 맞게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모난 그릇을 엎어놓고 뾰죡한 화살로 꼭꼭 찌른 다음 어혈을 빼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래의 술통 유자는 왜 넣었을까요. 옛날에는 요즘같은 부항기에 공기를 빼어 압축을 거는 석션기가 없었기 때문에 독한 술로 부항기 내부에 솜으로 불을 지른 다음 도자 부항기를 얼른 피부에 붙이게 되지요. 그렇습니다. 의사의 의자가 사혈을 뜻합니다. 벌써 수 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 사혈입니다.
옛날에는 동네의 민의가 의사요, 지금은 굴러온 서양돌이 의사이지 동네 민의는 돌팔이라 불리는 시대입니다. 님도 의사요 나도 醫인데, 너는 정이요 나는 사라면 개가 웃을 일이지요. 그러나 사혈이나 침술이나 뜸이나 여타 민의는 부작용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명현 현상이나 치료중 어려움은 있지요. 그러나 침으로 인한 사망이나 사혈 때문에 사망하거나 뜸 때문에 사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침을 맞고 다음 날 죽어도 침 때문에, 사혈하고 다음 날 사망하면 사혈 때문에, 뜸을 하고 다음 날 사망하면 뜸 때문에, 고소, 고발 내지는 망신을 주는 경우를 허다히 보았습니다. 정말로 치료는 위의 방법은 직접 사망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다. 사혈이나 침이나 뜸으로 사망이 일어난다면 이미 죽은 목숨을 건드린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치료를 받는 분이나 배우는 분은 걱정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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