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피눈물이 내린다 어찌하여 이리 모진 시련이 질기게도 이 땅에 꽂히는지 받아야할 천벌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지 이 민족이 지은 죄 천성을 버리고 천명을 외면한 채 하늘이 준 제 혼을 천박한 남의 문화에 팔아넘긴 그 업보의 벌이 이 땅 이 나라에서 제 얼을 지니고 사는 백성들의 등어리 위로 오늘도 피가 내어 내린다 사정없이 내린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백 살 하고도 두 살, 범인이 숨을 잇기도 벅찬 그 긴 풍진 세월을 오로지 꺼져가는 생명 살리는데 중생의 병고 지옥 벗겨 주는데 숨 올올이 손 마다마디 다 바쳐 헌신한 이 노옹 북풍한설 찬바람 부는 언덕배기에 홀로선 거목 학교라고는 문 앞에도 가 본 적이 없고 여늬 스승에게서 배워본 적도 없는 오로지 이 땅의 숨결과 기운을 온 몸으로 온 혼으로 천연의 안목으로 느끼고 익혀서 터득한 그 자연 지혜의 의술로만 만병을 고쳐준, 의사 한의사가 두 손 들고 포기하며 한 달 밖에 못 산다 석 달을 못 넘긴다 저승사자처럼 사형 선고하고 쫓아낸 그 불쌍한 환자들을 오로지 인자한 하늘의 기운으로 어루만지고 가다듬어 일으켜 세운 죄라면 사람 살린 것 밖에 없는 이 민족 민중의술의 대 스승까지 법정에 세워야 하는가 손자도 증손자 밖에 안 될 저 어린 검사 판사의 손에 내맡겨야 하는가
저들이 무슨 경험이 있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연히 울부짖는 생명의 얽힌 사연을 온전히 헤아릴 것이며 저들이 무슨 지혜가 있어 생명의 이치를 제대로 꿰뚫어 볼 것이며 저들이 무슨 권한이 있어 이 노옹이 평생 해 온 일의 의미를 재단할 것인가 법률이 있다한들 사람의 도리를 넘지 못하고 자연의 이치를 깨뜨리지 못하고 하늘의 법도를 범할 수 없는 법 그래서 실정법도 이를 외면 못하여 위법성 판단이다 정당행위다 사회상규다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이다 법의 근본정신이다 하면서 이를 헤아려주려고 애를 쓰는 터 그런데 어찌하여 이 노옹은 팔십 수 년 의도의 길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 없고 어떤 환자에게도 원망 산 적 없고 터무니없는 대가를 받은 적도 없거늘, 오히려 수많은 환자들 이 분에게서 생명을 건졌거나 건지고 있거나 병원에서 버림받고 갈 데 없어 헤매다가 오로지 이 분의 의술에 한 가닥 생명줄을 매달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 분의 손길 한번 받기를 간구하며 끝없는 줄을 서서 있거늘 검사는 이 점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말인가 전 세계 어느 누구에게든 물어보라 이런 분의 행위가 처벌해야할 행위라고 할 것인지 상을 줄 행위라고 할 것인지 삼척동자라도 금방 판단할 일을... 그렇다면 엉터리 수사 헛된 판단으로 법으로 가둘 수 없는 자연의 이치 사람의 도리 하늘의 법도를 가두려고 한 무모한 짓
들어보라 저 아우성 저 절규 저 신음소리 저 한탄 법률, 수사, 재판에는 이런 것들을 담을 그릇이 없단 말인가 노옹이 102년 평생의 공력으로 쌓아올린 저 의술은 전 세계 그 누구도 어떤 의사도 박사도 알지 못하고 따라오지 못할 이 땅이 낳은 저 위대한 의도의 세계는 법률의 담장을 넘지 못하고 파묻혀야 하는가 저 수많은 환자들은 허망한 법률을 지키기 위하여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가 법률이여 법률이여 너는 그것을 이 노옹에게 저 아우성치는 생명들에게 감히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그런 법도 있단 말인가 천추의 수치로다 만고의 어리석음 이로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승님이시여 만 생명의 어버이시여 할아버지시여 힘을 내소서 간곤한 땅 이 나라에 태어나시어 20세기 서두부터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세기 참으로 고난의 그 세월을 헤쳐오시고 이제 새 시간 빛나는 시대를 앞두고 마지막 고난을 마감하는 천제를 올리는 심정으로 이 고통을 받아주소서 이 땅의 온갖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저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둠의 저편에는 빛이 있듯이 스승님을 따르는 숱한 생명들 오히려 더 많은 착하고 순한 목숨들 저들의 따뜻한 가슴과 사랑을 받으소서 그 속에서 위로 받으소서 온 세상으로 넓게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저 맑고 바른 외침들을 들어보소서 그 외침 이제 전 세계로 퍼지고 마침내 하늘에 닿을 것이니 스승님의 고난은 하늘의 문을 여는 종소리 이 땅 배달민족 하늘의 장손 2천년 고난이 끝나는 살풀이의 춤 그 중심에 스승님은 상징으로 계시오니 하늘과 더불어 온 우주의 생명과 더불어 환희의 춤을 추소서 해방의 춤을 추소서
하늘이여 이제 이 고난을 멈추게 하여 주소서 이 못난 자손들 정신 차리고 얼 차리고 하늘 본성으로 돌아가고자 다짐 하나이다 그 다짐 받아주시고 빛을 내려주소서 당신을 등진 이후 이 땅에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한과 원을 이 고통당하는 민중의 살풀이 춤 질펀한 한바탕으로 풀고자 하오니 흔쾌히 받아주시고 새 하늘의 문을 열어주소서 열어주소서 열어주소서.
※ 위의 기사는 민중인술신문 제 10호(6월 21일자 발행) 6면에 실린 원고로 황종국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님이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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