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따로없네.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9-07-30 09:48:22
- 조회수
- 1,795
아침부터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긴시간을 기다렸다가 매미로 태어난것이 한스러워 저리 울어대는지
짧게 살아야할 운명을 알기에 저리 울어대는지 모르겟습니다.
매미가 단체로 울어대는것을보니 이제 장마는 물러갔나봅니다.
매미란 녀석들 나무에 붙어있으면서도 장마철에는 잘 울어대지않다가
장마가 물러가면 저리 한꺼번에 노래를 부르지요.
이럴때 차를 몰고 달리면 된장 잠자리들이 때거지로 하늘을 날으고
여기저기에서 잠자리 박치기하는 소리가 납니다.
가끔은 차에 몇마리씩 죽음을 당한 녀석들이 붙어있기도하지요.
오늘도 창문넘어 논에는 파란 모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있고
멀리보이는 고추밭에는 고추들이 열심히 옷을 갈아입고있습니다.
파란 하늘이 좋은지 햇님은 방긋거리고있습니다.
햇님이 방긋거리는 날이면 우리는 더워서 땡칠이가 되는 날이기도하지요.
벌들은 조금씩 피어있는 꽃들을 찾아 화분을 달고오기도합니다.
이젠 이른 모가 꽃을 피기시작할때가 되었으니 벌들도 바빠질겁니다.
이렇게 한낮이가고 저녁이되면 우리는 박쥐가 되어야합니다.
한여름엔 벌들도 더워서 안에 들어가있는 벌이있는가하면 밖에 뭉쳐있는 벌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붙어있던 벌들이 밤에 불을 켜놓으면 밝은 빛을보고 날아오지요.
그래서 몇년전 집앞에 가로등을 설치해둔다는것을 벌 잡는다고 마다한적이있고
우리집을 보고있는 가로등은 다른곳으로 살짝 돌려놓았지요.
밤에 불빛을 보고 달려든 벌들은 밤새도록 그곳에 덤비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되지요.
그런데 가로등은 그렇다치고 집에도 불을 켜놓기가 조심스럽지요.
불을 잠시라도 켜놓고있노라면 어디로 들어오는지 앵앵거리며 날아다닙니다.
커텐을 친것을 물론 창틀에 물구멍까지 막아놓아도 어디론가 달려듭니다.
조금씩 보이는 불빛에 방충망에 붙어있는 벌들도 많기에
될수있으면 여름과 가을엔 불 켜놓는것을 조심합니다.
반대쪽에 부엌불이나 빛이 약한것을 켜놓고 지내지요.
이렇게 지내다보니 밤에 불켜놓는것보다 꺼놓은것이 안정적이고 좋을때도 있긴합니다.
우리끼리 있을때에야 뭐 신경쓸일이 없는데 손님이 오실때는 고역중 고역이지요.
벌만 달려들면 괜찮은데 날타리 ( 하루살이) 이넘들은 어디서 그리도 몰려오는지
불켜놓은날 다음날에는 창문밑에 여기저기 ~~~
처음엔 이넘들때문에 기겁을하고 소리를 지른적도있는데 이젠 조금씩 면역이되어가긴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창문밑에있는 이녀석들을보면 기분은 별루입니다.
벌과 하루살이 덕분에 우리식구는 당분간 박쥐가 되어야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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