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줍던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9-10-06 13:34:35
- 조회수
- 1,747
가을의 들녘은 작은 머리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한것같다.
환금 들녘이라하더니 정말 온세상이 누우렇다.
울신랑 아침에 막둥이학교 태워다주고 오면서 벌써 밤 줍는 차들이 늘어서있단다.
다음날 나가는 신랑한테 "정우아빠 나도 밤먹고싶어"
신랑은 아들 태워다주고 오면서 세번 쩌먹을양을 주워왔다.
못생긴넘 벌레먹은넘)
추석 택배가 끝나고나 울신랑 몸이 근질거린가보다.
아니다. 호기심많은 신랑 궁금해서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게다.
"정우아빠 정우~~~아빠" 불러보지만 대답이없다.
핸폰 꾹꾹 눌러보니 밤주우러 산에가있단다.
가을엔 신랑과 이리 숨박꼭질도 가끔 해야한다.
알밤 삼형제
명절 이틀전
나 밤 주우러 간다~~ 하더니 잠시후 밤이 많이 떨어졌다며 빨리 오란다.
신랑이 알려주는 곳은 우리만 아는곳이다.
온산이 밤나무인곳과 달리 몇그루있는데 그곳엔 다른사람들이 모르는곳이라 우리 밤나무나 마찬가지
묘있는곳까지가서 신랑을 부르니 소리는 나는데 길이 안보인다.
길이 없다 소리지르니 우리집 멍멍이 못난이가 쪼르르 달려온다.
"못난아 어디로 가야돼. 길이 없다"
내말을 알아듣는듯 못난이 앞장서기에 따라가보니 길이 훤하게 나있다.
한참 따라가니 가시넝쿨이 있는 험한길이 나오기에
"못난아 힘들다 . 길이 여기밖에 없니?"
주인의 말을 듣더니 못난이 또 앞장서서 간다.
못난이 뒤를 따라가니 금방 신랑이 보인다.
(올해는 송이채떨어진것들이 많다)
"정우엄마 여기 진자 많아"
"와 정말 밤이 풍년이네. 벌써 다 익었네"
그렇게 둘이 정신없이 줍는데 , 방해꾼이있다.
자기들 밥이 온줄아는지 모기들이 앵앵거리며 난리다.
손 여기저기 가시넝쿨에 할퀴고 땀은 줄줄흐르고 알밤은 여기저기 널려있고
힘이 드는지 신랑 일어나 못난이한테 한마디한다
(꼭꼭 숨어라 ㅎㅎ 나란히 숨은모습)
"못난아 너도 토끼좀 잡아와라"
ㅋㅋ 못난이가 토끼 잡아오면 저러고있겠어.
숲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다온 못난이는 주인이하는 말을 듣는지 얌전히 앉아있다.
"못난아 반타작해줄께. 잡아와"
신랑의 말을듣고 산이 울리도록 웃었다.
진작 주웟으면 택배 보내면서 고객들한테 한주먹씩이라도 보낼수있었을텐데
좀 아쉽긴 하지만 형제들하고 나눠먹음 될것같다.
(떨어지면서 충격이 컸는지 한톨은 뒤집혀있다)
시원치않은 비실이 아줌마가 못미더운듯 신랑 내가방에서 밤을 꺼내 자기 주머니마다 채운다.
그리곤 앞장서서 가는데 끙끙거리며 들고 따라가려니 죽을맛이다.
주울땐 좋았는데 이것이 문제라니까
집에와 깨끗이씻어 쪄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추석전날 서울가는 신랑에게 꺼내주니 더 달란다.
형하고 동생하고 나눠준다며
"정우아빠 모르긴해도 작은아빠는 밤 주워왔을것 같은데"
신랑 동생한테 전화해보더니 밤 안가져가도 돼겠어. 막내가 가져온데.
그렇게 퇴짜맞은 밤은 가을내 심심한 우리입을 즐겁게 해줄것이다.
남자들만 서울보내곤 대추벌들이 우리벌들 공격 못하게 베드맨트채들고 보초를 섰다.
벌한바퀴 돌아보곤 덜익은 단감하나 따먹고 들어왔는데 밖에서 아이들 소리가 요란하다.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성묘온 가족들이 우리집 무화과나무를보고 머뭇하더니
긴팔 내밀어 따는가 싶더니 담에 기대어 너도나도 하나씩 딴다.
그모습을 보고 웃음이 난다.
울신랑 과일나무 심을때 담장 가까이 심어야 지나가는 사람들 하나씩 맛볼수있다고했었다.
얼마나 먹고싶었으면...남의집 담안에있는 과일은 정말 더 먹고싶은건데.
그것도 잠시 아이 어른할것없이 대문없는 우리집 마당으로 몰려든다.
가만^^이건 아니지. 남의집 마당 깊숙히처들어오면 안되지.
아마도 감나무를 향한 발걸음같다.
그런데 나가야해 말아야해. 손마다 무화과들 들고있는데 민망할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아이들은 마당 중간까지 들어왔다.
안되겠다. 창문열고나가. 누구냐고 물으니 아이들 놀라서 처다보고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이들한테 무화과먹으라 건네주며 나간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뻔뻔한모습에 그분들 얼굴이 다시처다봐진다.
조금 아주 조금은 미안한 모습이어야 하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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