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들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9-12-08 22:28:10
- 조회수
- 1,848
나이를 먹으니 식성도 변하나봅니다.
새댁시절 오늘같이 찬바람 불때면 부지런한 우리 어머님 아침상 물리시곤
바쁘게 움직이셧습니다.
팥을 삶으시고 밀가루를 반죽해 밀대로 밀어 칼로 이쁘게도 써셨지요.
"어머님 뭐하세요?"
"입맛도 없는데 맛난것 해먹자"
얼마후 팥 삶는 냄새가 나는가하더니 어머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상에는 팥죽에 칼국수가 들어있었습니다.
"어머님 이게 뭐에요?"
"팥 칼제비도 모르냐"
이름도 요상하네 팥 칼제비 .
팥을 싫어하던 새댁은 한그릇 앞에놓곤 바라만 봅니다.
단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은 설탕을 넣어 맛나게도 드시며
식기전에 빨리 먹으라하십니다.
옆에있던 울신랑 " 난 밥먹을거야"
그런 우리 부부를 보며 "우째 너희들은 입맛도 똑같냐. 팥칼국수도 못먹는 바보들"
우리는 졸지에 팥제비도 못먹는 바보들이 되었습니다.
어린시절이 생각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끓여먹는 털냉이국수 김치 송송썰어넣고 국수넣어 끓여서
한그릇씩먹던 국수가 싫어 돌이질을 치면 다음날 엄마는 수제비를 해주셨습니다.
수제비 한그릇 앞에놓고 먹기싫어 깨작깨작
"엄마 난 수제비가 진짜루 싫어. 수제비에 든 감자도 싫고"
그런 딸을 생각해 다음부터 엄마는 꾀를 내셨습니다.
"우와 떡국이다"
멸치국물 우려내 떡국을 끓여주셨습니다.
한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딸을보며 묘한 웃음을 웃으십니다.
내가 먹은 떡국이 떡국이 아님을 이딸도 알고있었습니다.
엄마는 수제비 싫어하는 딸을 생각해 밀가루 반죽을해서 떡처럼 썰어서
끓여주신거였습니다.
그것을 모를리없지만 그런 엄마가 고마워 맛나게 먹었지요.
그후론 밀가루 떡국을 많이도 먹었었습니다.
오늘 밥맛이없어 후배와 칼국수먹으면서 두 어머님이 생각나는것은 왜일까?
이젠 없어서 못먹는 팥칼국수를 해줄 어머님도 이세상에 안계시고
수제비 싫다 때쓰는 딸을 위해 떡국을 끓여줄 엄마는 멀리계시니
찬바람 부는 날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어떤 기억을 떠올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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