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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보내고 > 자유게시판

신랑을 보내고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0-02-22 09:19:47
조회수
1,842
글제목 : 신랑을 보내고...
글쓴이 벌집아씨
E-mail
홈페이지 http://
등록일자 2001/05/07
조회 21
파일 filelink_T.gif
토요일에 간다고 하여 짐을 꾸리고 있는데, 전화가 빗발친다
어느분은 이틀정도 있다 와도 안 늦다고 하고 어느분은 입질은 한다며
그래도 하루라도 일찍 오라고 하니, 일요일로 가기로 마음먹고 하루를
미루었다가 오늘 다시 짐을 꾸린다

한달동안 나가서 살 살림이니 없는것 없이 집에 있는것은 다 있어야 하니
잊어버릴까 메모를 해 가며 챙기기 시작
첫 시집와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도 안 잡히고 무엇이
필요한것인지 이렇게만 해야 하는것인지 알수없어 짐을 꾸리다 울기 시작

입덧도 심한데 그것도 산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내 자신을 한없이
내리막길로 달리게 했다
결혼하기적 산이좋아 일요일만 되면 산으로 향하던 나 인데 그때와 왜이리
기분이 틀린것인지...
갓 시집온 신부 겨우 5개월도 못 살고 이동을 해야만 했으니 당연했으리라

마구 우는 신부를 보고 미안하고 안스러웠는지 나를 보듬고는 같이 눈시울을
적신다. 그런 신랑을 보고 내 이러면 안되지 마음먹고 대충 꾸려 나갔던
그 시절이 갑자기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은 척척 누가 말할것도 없이 울 신랑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까지
손가지 않게 다 해놓고 내가 할수없는것은 울 신랑을 시켜서라도
다 내다놓아 잊지않게 챙길줄 아는 아줌마가 되었다

일찍 짐을 챙기고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우리 신랑 이상한지 칫솔 치약
챙겼냐고 묻는다 염려말고 가시어요 신부만 못 챙기곤 다 챙기었으니...
인심쓰는김에 신부까지 챙겨주라는 우리 신랑말이다

저녁 일찍 해 먹고 벌을 단도리해 차에 올리기시작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단상이나 계상같음 번쩍 번쩍들어 금방 싣는데, 3단이다보니 무게도 있고
덩치가 크니 남자 두분이 쩔쩔매기 시작, 가끔 잘못 닫아진 벌통에서
벌들이 쏫아저 정신차리라고 침을 쏘아되니 시간은 자꾸 늦어지고
다른해같음 12시쯤이면 구미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집에서 12시다

하루종일 후덕지근하던 날씨가 벌 싣는동안 내내 비가오다 말다 심술아닌
심술이다. 다시한번 모든것 확인하고 가다가 졸음 안될것 같아
냉커피 한잔씩 얼른 타 드리고 얼른 가라며 신랑등을 밀었고,

차가 시동을 키는순간 빗방울이 굵어진다. 오늘밤 피곤한몸 푹 잘까봐
비까지 나에게 근심을 준다.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할텐데, 마음은 무거워
지기시작 밤새도록 후둑후둑 오는 비, 제발 그만좀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시간 한시간 흐르고, 빨리가면 새벽 4시에는 도착할것 같은데

벌다시 내리고 정리하고 나면 오늘 세 사람 한잠도 못 자겠다.
불안해서 낮에 한숨 자라고 했건만
저녁을 먹을때도 많이 먹으라는 각시말에 돈벌러 가려니 가슴이 설레어
밥도 안 넘어간다던 신랑 지금쯤 졸고나 있는것은 아닌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오늘 7시 때르릉 전화벨 소리에 얼른 받아보니
다른분이다.
피곤해 자고 있을까봐, 아니 밤새 비 맞았을까봐 전화도 못해보고 있던
난 수화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받는 울 신랑 밤새 비와서 얼마나 고생했냐며
벌 비맞아 어찌하냐고 걱정하는 각시말에 그곳은 밤새도록 비가 왔냐며
대전까지만 조금씩 오고 안왔다며 염려말라며 오늘쯤 꽃이 다 필것같다며
웃는다
아무 걱정말고 푹 쉬라는 소리에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정말로 우리 하나님은 멋진분이라는 생각이든다.

열심으로 수고한만큼 아니 우리 신랑 기운빠지지 않을정도로 결실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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