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뒤로

처녀귀신하고 놀아(마눌글) > 자유게시판

처녀귀신하고 놀아(마눌글)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0-02-22 09:23:45
조회수
2,080
글제목 : 처녀 귀신하고 놀아
글쓴이 벌집아씨
E-mail youngs@puru.net
홈페이지 http://
등록일자 2001/05/20
조회 17
파일 filelink_T.gif
참으로 오랫만에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갔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통신으로 알고있는 분들이 사는곳을 지나칠때면
그분들 생각에 혹시나하여 차창밖을 내다봅니다

그저 지나가 본 경험으로 천안이 그리 큰도시인지 몰랐습니다
천안역에 내려 신랑한테 전화를 하고 역 광장에서 대학생들의 댄싱대회를
보면서 기다리는 맛도 괜찮았습니다.

생각보다 빨리온 신랑과 벌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황홀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잘만든 향수라도 이 자연의 향을 따를순 없겠지요
밤에 우는 새 소리는 정말 청승맛고 구슬픕니다.
밭에나간 엄마가 안돌아왔을때 그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천막에서 밤은 일찍도 옵니다. 해가 어두워지면 캄캄하니 할일도 없어
일찍 잠을 청합니다.

아침에 눈을뜨니 5시가 조금 안되었습니다
신랑을 깨워 꿀을 따자고 하니 피곤한지 좀더 밝거든 하잡니다.


10분정도 지났는데, 이번엔 너무 환하게 날이 밝았습니다.
박형 피곤했나봅니다. 울 신랑이 같이간분한테 하는 소리입니다
저도 밤새도록 그분 잠꼬대 하는 소리에 한잠을 잘수가 없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기지개를 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준비운동을 합니다

서둘러 꿀 딸 준비를 합니다. 적어도 벌이 일 나가기전엔 마처야
꿀의 농도가 좋으므로 손의 가속도가 붙습니다.
다행으로 지난해에 비싸게 주고 산 채밀기가 자동으로 돌아가 훨씬 수월합니다
오늘같이 꿀따면 살것 같습니다. 과학의 발달이 좋긴 좋습니다.

오늘도 바람은 새차게 불고 있습니다. 아카시아꽃이 채 지기도 전에
바람에 날려 떨어집니다
숲속 이곳 저곳에서 새소리가 요란하게 납니다.
어린시절 시골 골짜기를 울리던 아름다운 꾀꼬리의 노랫소리도 들을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꾀꼬리의 노랫소리에 맞춰 뻐꾸기 또한 울어댑니다
오늘은 새들의 합창대회가 열리는 날인가 봅니다
"박씨 아저씨^^ 어^^^어 꾀꼬리 노래소리네 참 듣기 좋다".
"어떻게 꾀꼬리 소리도 아셔요
저만 알고있는 새인줄 알았는데"
노랫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꾀꼬리인줄 알았답니다

꾀꼬리만 있는줄 아세요 조금 있으면 딱따구리가 나무쪼아대는 소리도
들릴겁니다
어제는 그놈때문에 잠을 다 설첬습니다. 어찌나 시끄럽게 쪼아대던지
잠자는것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 벌 쫒아다녀보시니 벌 키울마음 생기세요"
그럼요 점점 매력을 느낍니다. 어찌 저렇게 조그만 곤충이 이렇게 많은
량의 꿀을 가저오는지 매력덩어리입니다.
단지 쏘지만 않음 좋겠는데, 그것이 문제랍니다

같이 따라 나선분이 글도 잘 쓰시고 시를 쓰시는 분입니다
서울서 학원을 하시다 실패하고 이번에 정읍으로 이사를 오신분인데
벌을 키워보고 싶어합니다.
꿀을 받아 마시면서 끝내준다. 죽인다를 연발하는 아저씨
꿀 따는 일을 마치고 서둘러 아침겸 점심밥을 먹으면서 박씨 아저씨의
구수한 말씀이 이어집니다

천안에 처음 간날은 어찌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는지 가슴이 덜컹했답니다
무서움이 가시기전 울 신랑은 집으로 향했고...저녁에 잠잘일이 걱정이더랍니다
무서운 새소리는 들리고 잠을 청하려하니 누가 천막을 들치고
들어올것만 같아 벌떡 일어나 무기로 쓸 막대기하나 준비해두고
참 하나가 아니라 이곳 저곳에 두었답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어 마눌님한테 전화를 해 처녀귀신 나올것 같아 무섭다고 하자
그 마눌님이 처녀귀신 나오면 좋겠네, 밤새도록 재미있게 놀아 하며 전화를
끊더랍니다.그렇게 뒤척이다보니 새벽이 되었다는데
새벽에 4살먹은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아들이 아빠 귀신이 안 잡아갔어?
응 안잡아갔어!하자 왜 안잡아가 처녀 귀신이 잡아간다고 했잖아 하고 묻더랍니다


그때 큰 나무 밑에 청솔무가 무엇을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이놈은 사람도 안 무서운지
도망도 안가고 십여분을 열심히 식사만 하고 있습니다
다람쥐하곤 또 틀린가봅니다
다람쥐는 사람만 보면 얼른 도망을 가는데, 이놈은 꼼짝도 안고 있습니다

사람을 많이 안 보아서 그럴까요?
예전에 민통선안에 들어갔을때 생각이 납니다
2땅굴인지 3땅굴인지 그쪽으로 갔었는데, 그때 민통선안에 들어가보면 이곳 저곳에서
꿩이며 많은 새들이 사람을 보고도 잘 날아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곳에 새들은 이곳에서 보는 새들보다 몸집이 훨씬 컸습니다

그곳에선 함부로 총을 쏠수가 없으므로 새들이나 짐승이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산토끼도 겁도 없이 뛰어다니는것을 보면서
울 신랑 침만 삼키다 왔지요.
아 그곳에 막국수는 참 둘이먹다 하나죽어도 모를정도로 맛있었는데..

이런 모습이 양봉을 하는분들의 재미입니다. 자연을 싫어하고 자연을 모르면
이 생활을 할수가 없지요.
많은 분들이 저희보고 그런말씀을 합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니 참 좋겠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물으면 공짜로 전국 구경을 할수 있으니 좋을것 같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구경할시간이 없습니다. 벌하시는 분들의 별명은 다 같습니다
밤도깨비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눈 떠보면 와있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올해도 가물고 아카시아는 채 피기도전에 비비 말라버리고 꿀은 적게나와
걱정을 하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그저 자연에서 주는대로 받고
주는대로 먹을수밖에...그러다 보면 또 맘것 채워줄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더 많은 량의 꿀을 따길 또한 빌어봅니다
전 아직 속물인가 봅니다


본문

다음글 감격 또감격(마눌글) 10.02.22
이전글 일일교사(마눌글) 10.02.22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