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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밀껌(마눌글) > 자유게시판

추억의 밀껌(마눌글)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0-02-22 09:40:40
조회수
2,061
글제목 : 넉넉한 웃음
글쓴이 벌집아씨
E-mail youngs@puru.net
홈페이지 http://
등록일자 2001/06/26
조회 19
파일 filelink_T.gif
오랫만에 마음놓고 하루 쉴수 있는가 봅니다
밖에는 비가 주룩 주룩 내리고...
요즘 한참 도로 옆에서 밀이며 보리 말리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밀을 보면 지금도 어렸을때 생각이 납니다

내가 어렸을때만해도 과자 하나 마음놓고 사먹을수 없을때였습니다
시골이라 봄이면 뽕나무에 오디를 따먹고 립스틱처럼 까맣게 그리곤
서로 웃기도하고 자두를 한가방 따서 학교길 오가면 먹기도 했습니다
간식이 따로 필요 없었지요

가을에 밤나무밑에 가면 알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고향은 가평이라 잣나무가 많았습니다
잣나무에 올라가 잣을 따서 칡으로 묶어 집에 가저가
까 먹기도 했지요

그때는 잣나무 송진이 온몸과 옷에 뭍어 야단 맞은 기억이 많습니다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었지요

학교가 집에서 먼 탓에 우리는 매일 뛰어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을 발견했습니다
길옆이라 매일 한 주먹씩 훑어 호호 불어 한입 가득 물고 씹으면
지금의 껌이 되었지요

그렇게 울 동네 아이들은 밀밭 옆을 지나칠때면 누가 먼저할것 없이
한주먹 쭈^^^욱
그렇게 학교가는 길을 즐겁게 해주던 밀밭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누런 껌을 씹으며 학교로 가던 우리는 웃던 입을 다물어야만 했습니다
아랫동네에 갔을쯤 먼저 가던 아이들이 앞에 두손을 번쩍 들고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너희녀석들도 일렬로 서 하곤 아저씨가 우리를 잡았습니다
밀밭 주인 아저씨가 화가 나신 것입니다

우리는 씹던 밀껌을 이마에 붙이고 두손들고 벌을 섰습니다
벌을 받으면서도 이마에 붙은 누런껌을 보고 서로 키득거려야만 했지요
얼마가 지나 아저씨말씀 "이녀석들 앞으로 또 밀밭에 손 댈거야"
우리는일장 훈계를 듣고
다시는 밀밭 옆에는 안 가겠다며 약속을 하고서야 학교를 갈수가
있었지요

그날부터 우리는 길옆에 있는 밀은 손도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중간쯤 들어가 더 많은 밀껌을 씹었답니다

늦은 여름이면 고구마 한개 쑤^^욱 뽑아 맑은 물에 씻어서 먹고
그때는 흔하지 않았던 무 단무지 무를 뽑아 먹곤 했지요
꼭 한군데 그 무밭이 있었는데...그 밭 주인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였습니다
많이 심으면 뽑아먹는 우리의 마음도 편했을텐데
꼭 짭게 4줄만 심으셨습니다

중간 중간 뽑아먹다보니 조금은 양심에 가책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참고 참았다 또 뽑아먹으려고 발을 돌리려다
우리는 그만 멈추었습니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무를 뽑고 계셨던 것입니다
도망갈 준비를 할때 할아버지가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크 이젠 죽었구나 우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무를 하나씩 주시며, 이 녀석들 배고프면 뽑아먹어도 돼
그때서야 우리는 그분들의 얼굴을 바로 볼수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자녀들이 없는분들이었습니다
"무 먹을 너희같은 손자녀석 하나 있음 좋겠다"..

우리 늙은이들이 얼마나 먹겠냐....우리는 그분들의 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해 마다 우리가 그렇게 뽑아 먹는 것을 아시면서
같은 밭에 무를 심으셨던 것입니다
너희들 먹으라고 심은거야, 너희들 먹고 남는것 먹으면 돼
그 후로 우리는 그밭에 무는 손을 댈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의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그 시절이 가슴 가득 그리워집니다
그 넉넉한 웃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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