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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안했을까?(마눌글) > 자유게시판

왜 미안했을까?(마눌글)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0-02-22 09:50:06
조회수
2,006
글제목 : 왜 미안했을까?
글쓴이 벌집아씨
E-mail youngs@puru.net
홈페이지 http://
등록일자 2001/07/20
조회 18
파일 filelink_T.gif
방학날이 가까우면 아이들의 전화소리가 들린다
엄마 방학동안 먹을 우유가 나왔는데요
무거워서 못 가저가겠어요, 빨리 오세요
여름이면 한달 겨울 방학때면 두달분이 다 되는 우유를
타서 가저 온다

학교앞에 가보면 우유를 박스체 메고가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차로 데리러 오는 부모들로 북적되고...
언제부터인가 참으로 배부른 세상이 되었다

이쪽은 낙농농가가 많으므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오는 우유를
먹기 싫어서 다른 아이들한테 떠 맡기는 경우가 생기자
울 아들 담임선생님은 우유에 아이들 번호를 써서 먹는지
확인을 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 강아지들 아이들이 수거해오는 우유 맛을 보기도 하지만
세상이 좋아지니 한달동안 상하지 않는 우유가 나오고

우리 아이들 세명이니 우유가 몇개인가?
오늘도 막내녀석 전화가 왔다
엄마 우유 무거워서 못 가저가요, 빨리 오세요
엄마 지금 무척 바뻐 버스타고 와
"이~~~잉 엄마 빨리와요"
지금 버스 올 시간 되었으니 버스타고와 하는 소리에
모라구요 안 들려요, 요녀석 분명 머리쓰는 모양이다

학교앞에 가보니 우유 한 박스를 들고 어쩔줄 모르고 서 있다
받아서 차에 싣고 가방을 받으니 이 가방 또한 들을수 없이 무겁다
무슨 가방이 이리도 무거울까? 방학동안 볼 책을 빌려 오는구나
생각했는데.....그 속에도 우유 한박스가 들었다

이유인즉 같은반 아이의 언니가 어제 다른 아이한테 다 우유를 주었단다
집에 가저가며 야단 맞는다고
그래 울 아들한테 지나가는 말로 영섭이는 승희 우유 거두어 오면 되겠다
했더니 오늘 실천에 옮긴 것이다
대단한 영섭이 대단한 울 막내 하여간 이녀석 걸작이여

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때는 학교에서 단체로 1년에 두번
우유 가루를 끓여서 나누어 주었다
선생님께서 내일은 집에서 대접 하나씩 가저와요
맛있는 우유를 줄께요

하지만 따끈 따끈한 우유를 한 그릇씩 받아든 우리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한모금 마셔보지만, 욕심많은 아이들은
집에서 제일 큰 밥 그릇을 가져 왔지만 이일을 어쩔까?
아주 맛이 있을거란 기대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선생님 몰래 어떻게 버려야 할지 눈치만 보게 된다

"야 이거 코지 맞지 분명 코 푼것 맞지"
덜 풀린 우유 덩어리가 미끈 미끈 꼭 코처럼 느껴젔던 것이다

처음 먹어본 우유 어쩜 그리도 미식거리고 느끼하며 비릿하던지....
하지만 우리의 입맛은 조금씩 이 우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학교 에선 우유 먹을 사람 신청을 받았고...우리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운동선수였던 나는 학교에서 일주일에 세번씩 공짜로 먹을수 있었다
공짜 공짜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먹지 못하는 아이들한테
왜 그리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는지..

조그마한 우유박스에 예쁘게 진열된 우유를 보면서
초창기때 나온 우유가 생각난다
흰병에 가득 들어있던 서울 우유 삼각형비닐로 되어있던 서울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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