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쟁이각시 못해먹겠네.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0-06-13 12:21:34
- 조회수
- 2,354
비온다는 소리에 집에있는 고숙성꿀을 따자고 신랑을 불렀습니다.
둘이 낑낑거리며 꿀을땄습니다. 많은 벌통도아닌데 우째 그날은 힘이들던지
퉁퉁부은 다리를 문지르며 신랑한테 한마디합니다.
"벌쟁이각시 못해먹겠다"
신랑은 그런 마눌의 다리를 주물러줍니다.
그리고 어제아침 벌있는진안으로 가던 신랑이 우리 매실밭도 보고 여름봉장자리 좋은곳이있다며 함께가게 오랍니다.
12년된 트럭을몰고 칠보에서 신랑하고 만나 신랑차에 올라탔습니다.
우리 매실밭에 가보니 역시나 4월까지 내린 서리때문인지 매실이 많이열리지않았습니다.
신랑은 매실밭 풀을 잘라주어야하는데 시간이 안난다며 다니면서 손에 잡히는풀들을 제거합니다.
매실밭 들어가는길 큰 뽕나무엔 오디가 바글바글 열려있고 부지런한 누군가가 나무밑에 망을 깔아놓았습니다
갑자기 신랑은 마눌을 불러댑니다.
"정우엄마. 어딨어"
"여기있는데 왜 "
"누가 잡아갔을까봐"
500평의 매실밭을 다니던 신랑은 아랫쪽은 누군가가 다 따갔다며 익을때까지 남아있으려나 모르겠다며 걱정을합니다.
집에서 가까운곳이면 지키기라도하겠지만 먼곳에있으니 어쩔수없습니다.
하긴 우리집 옆 만여평의 매실밭엔 주인이 풀깎아놓고 한쪽에서 따고있음 반대쪽에서 다 따간다고하니 지켜도 소용없지요.
오디가 달다며 마눌보고 따먹으라고 또 부릅니다
.오디를 몇주먹 따먹으니 금방 배가 부릅니다.
매실밭을 뒤로하고 밀원 많은 봉장자리를 찾아나섰습니다.
깊은산속 맑은물은 흐르고 새들의 지저귐이 어찌나 듣기좋은지
차가더이상 들어갈수없는곳에 신랑은 걸어서 좀더 가보자고하지만 차에 앉아서 듣는 새소리들이 어찌나좋은지
도리질을 합니다.
참으로 여러종류의 새들이 울어댑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없나봅니다.
그자리도 좋은데 신랑 다른 자리를 또 가보자 합니다.
한참을 오르니 사람이 살지않을것같은곳에 마을이있습니다.
"와 이런데도 사람이 사네"
그렇게 놀랄부렵 모퉁이에 꺼멓게 그을린 할머니가 보이고 차가 갑자기 섭니다.
"으흐 큰일났다"
신랑의 소리입니다.
길이 아주 협소하고 언덕이심한곳을 올라가는가싶었는데
차가 그만 기우뚱
조심조심내려보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일을 어쩌해야할지 모르겟습니다.
앞바퀴하나는 빠지고 하나는 삐딱하게 차를 버팅기고있고
뒤쪽바퀴하나는 하늘을향해 올라가있고 하는 바닥에
앞쪽하나 뒷쪽하나가 버팅기고있었습니다.
옆에있던 할머니는 어쩌냐며 염려하고 신랑은 작키인지뭔지로 들어올려본다고하는데
한번 돌릴때마다 차는 뒸쪽으로 획획가는데 그러다 앞바퀴가 완전히 내려않으면
차 아래쪽은 망가지고 빠져나올수 없을것같아 신랑을 강제로 말렸습니다.
아랫쪽에 앉아서해야하는 신랑이 위험하기도했습니다.
할머니한테 주소를 물어 레카차를 부르고 기다리는 시간
신랑은 마을 입구쪽에가서 기다린다며 가고 덩그라니 남아
마을 이곳저곳을 봅니다.
아무도 찾아주지않는 우물은 바람에 날아드는 꽃잎들이 떠있고
위치좋은 자리에 홀로 남겨진 집에도 사람의 흔적조차 없고
좀전에 보았던할머니는 집을 멋지게 짓고 살았는데 쥐가 구멍을내서 합선이되어 집이 몽탕타버렸다며
빈터를 알려주신다. 그래서 자기도 다른 빈집에서 사신다며
매일같이보던 아기똥풀도 오늘은 왜이리 색이 곱게만 느껴지는지
그렇게 한참을 죄없는 카메라만 눌러대는데 갑자기 나무를 쪼르르타고내려온 다람쥐녀석
무엇이 궁금한지 일어서서 우리차를 구경하고있다.
그런 녀석이 귀여워 가까운곳에서 담고싶어 조금 내려가는 나를보고 바위에 앉아버린다.
위기를 의식했는지 움직임이없다.
조금 더 가까이가니 나무를타고 조르를올라가 다른 나무로 내려가버린다.
다시금 할머니하고 이야기를하는데 순천에서 17살때 시집을 왓다며
고추밭한떼기도없는 이 산골짝에 우리부모는 무얼보고 시집을 보냈는지 모르겟다며
할아버지 성질도 더러웠다며 지금 같으면 절대로 안살았을거라며 한을 토해내신다.
"할머니 아무리 둘러봐도 논도없고 밭도없는데 이마을사람들은 옛날에 무얼해먹고 살았어요?"
할머니는 한숨을 푹쉬며 밤낮없이 길쌈을했단다.
아이 여덜명을 낳앗는데 다죽고 셋만 남았다며
83세가 되셨다는 할머니는 참으로 건강해보이셨는데 빨리 죽어야한단다.
17살에 시집와 47에 남편분이 돌아가셨다며 딸이있어야한단다.
딸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해 엄마의 안부를 묻는데 물짱난 며늘년들은 전화한통없다며
딸이 꼭 있어야한다며 나에게도 딸이있는지 물으신다.
이넘의 산골짝 무얼볼께있다고 구경왔냐며 도시사람들 이상하단다.
집터 팔라고 어찌나 볶아먹는지 지겨워죽겠다며 도시가좋지 뭘해먹으려고 이런동네 땅을 팔라고하는지 이해가 안간단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아래쪽을보니 집터를 다듬고있는 포크레인도보인다.
인생 전부를 이곳에서 갑갑하게 산 할머니에겐 이런곳에 들어오려고하는 사람들을 어찌 이해할수있으랴.
할머니사진한장 찍어도 되냐고 묻자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이런얼굴 찍어서 무엇하냐하시더니 카메라를 들이대니
지팡이 팡팡 두드리며 갑자기 구수한 노래를 부르신다.
노래를 끝내고는 당신이 살면서 하도 답답해 노래를 지어서 불렀단다.
사진을 찍으려다 갑자기 부르시는 노랫소리가 구수해 얼른 동영상을 눌렀지만 다 담지는 못했다.
그렇게 할머니하고 시간을 보내고있는데 레카차가온다.
기사분 내리서더니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잘못하면 차 바닥이 다 망가질것같아 염려를하며 일어서는데
갑자기 차가 뒤로 나온다.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수가없어 어찌된일인지 궁금해하는데
차를 뒤로빼더니 다시 앞으로가 돌려놓는다.
옆에계시던 할머니도 이해가 안되는지 어찌 그냥 뺐다냐.하신다.
"기술자가 그래서 따로있지요" 하며 레카차 기사분 어깨에 힘주고 돌아갔다.
나중에들으니 그양반 차에타고 핸들을 반대로 돌리니 떠있던 뒷바퀴가 내려오고
뒷바퀴가 다 땅에닿으니 쉽게 후진해서 뺐단다.
오십이 넘도록 사고한번없이 운전을한 울신랑도 어앙이 벙벙한 모양이다.
역쉬경험많은 사람은 다르다나.
그렇게 무사히 차 빼서 내트럭있는곳으로와 3시가되어서야 점심을 먹으며
진짜루 벌쟁이각시 못해먹겠다고했더니 울신랑 웃는다
점심먹고 울신랑은 꿀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궁금해 벌있는 진안으로가고 난 집으로 왔다.
집에오니 선인장꽃이 환하게피었다. 선인장꽃이핀것을보니 올해 운이 좋을것같다.
댓글목록
오솔길님의 댓글
아씨님..편지쓴 김에 아카시아꿀 2병 주문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꿀 펑펑따세요^^
벌집아씨님의 댓글
아무리 힘들어도 꿀가져오는 벌을보고있으면 행복해지니말입니다. 할머니의 삶은 어찌보면 우리어머님들이 비슷하게살은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꿀 어제 배송했습니다. 지금은 집으로철수해 밤꿀을 기다리고있는 중이지요.
벌통뒤에가면 밤꿀향기가 솔솔난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어요.
오솔길님의 댓글
바쁜 일상속에서도 도시에서 사는 우리가 상상할수 없는
어떤 즐거움을 누리고 사시는거 같네요.
늘 생기넘치고 행복하세요^^
운영자님의 댓글
마눌이 글에 빠뜨린게 있는데 매실밭은 올해 새로 얻은것입니다
밀원이 좋은곳에 터가 있으면 그냥 꽂혀서....
재수도 좋았구요
기회있으면 관련글을 올려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