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계곡에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7-08-15 23:14:43
- 조회수
- 2,340
로얄제리 한답시고 교회가서 예배만 보고 쏘옥 빠져 나왔다.
지난주도 막내가 빨리 가자고 조르는 통에 일찍와 집에 있는 식구들 밥을 차려주고
들어오지 않는 신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밖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조금있다 전화벨이 울렸다.
"집사님 내장산 계곡에 놀러가게"
요즘 학원이다 교육이다 정신없이 지낸통에 피곤하기도 하여 툉기니
정우아빠한테 허락 받았다며 빨리 내려오란다.
"어떻게 했기에 울 신랑이 아무소리 없이 보내줘요?"
깔깔 웃는 집사님 수박 한통 건네주곤, 내장산 계곡이 무지 시원하다며 같이가자고
했단다.
수목원을 돌아 내장산 골짜기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이 살갓갗을 간지럽힌다
물가에 사람들이 보이고, 나무 그늘엔 텐트들이 줄지어 쳐져있다.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들어가 앉을수있는 돌을 놓고 물속에 앉아 이야기에
폭빠져 있는데, 사람 많은곳을 피한지라 꼬마 몇명이 심심한지 우리에게 물을
끼얹는다
어른 몇은 다슬기를 잡고 텐트에선 삼겹살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무엇이 좋은지 호호하하 박수까지 쳐가며 웃고있는데 낮선 남자의 한마디에
우리는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듯 고개를 돌렸다.
젊은 청년이 큰 통을 메고 "아이스 깨끼. 아이스 깨끼 있어요"
계곡을 타고 내려오며 아이스 깨끼를 팔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 집사님도 옛날 생각이 나서 사먹고 싶은데 차에 지값을
두고 왔다며 아쉬움을 남긴다.
물가 텐트친곳을 가니 우리처럼 옛 생각이나서 그런지 너도나도 하나씩 사서
입에 문다.
그 옛날 엿장사와 아이스깨끼 장사가 마을에 오는 날은 아이들 비상 걸리는 날이었다.
오렌지 냄새가 나는 아이스깨끼 하나 먹고싶어 소주병을 뒤곁에 숨겨놓았다가
머리가 휘날리도록 달려가 병을 안고 오노라면 오랜 시간이 흘러 병은 떨어진 낙수물에 흙이 튀어 유리병이 아닌 흙병으로 변해 있었다.
아이스깨끼 하나 먹을 마음에 달음박질치던 어느날은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내 가슴에서 탈출한 병은 쓸모없는 병으로 금이가고 말았다
병을 가져오는 아이에 삐뚤 삐뚤어진 못을 가져오는 아이 새카맣게 찌그러진 냄비를
가져오는 아이도 있다.
이웃집 창호는 기차표 검정 고무신을 가지고 와 맛있는 아이스 깨끼를 두개나
먹었다.
우리는 부러워 창호를 졸졸졸 뒤따라 다녀야만 했다.
"한입만 줘라. 응 쬐끔만 먹을께"
"내일부터 너 안 때릴께, 한입만 응, 응"
그날 만큼은 코 찔찔이 창호가 대장이다.
"창호야 내가 책가방 1주일 들어줄께 웅"
그렇게 한입 얻어먹은 아이는 그래도 운이 좋은 아이다.
창호의 입만 처다보다 흘린 침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다음날 창호는 종아리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나타났다.
아무리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케이크가 나왔다 치더라도 그때 먹은 노오랗게
물들인 오랜지 향의 아이스깨끼의 맛 만큼은 못 하리라.
1년에 한번 먹기 힘든것이었으니.....
그렇게 30년도 더 된 그때도 못 먹은 아이스깨끼를 이번에도 못 먹었었으니......
댓글목록
자유인님의 댓글
그림 그리는 넘이 너무 오래 그림을 그리지 못했네요. 좋은 자료가 되겠네요.
운영자님의 댓글
하여간 사진은 마음껏 퍼가셔도 됩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이놈의 머리가 벌써 치매가 있나봅니다~
미술선생님이신걸 벌써 잊다니...죄송^^
벌집아씨님의 댓글
자유인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