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먹고 살아야지요.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0-11-23 08:31:37
- 조회수
- 2,365
아침마다 검은새들이 우리집 베란다에 내려앉습니다.
검은 눈을 돌려 망을본후에 다시 감이 빨갛게 익은 나무로 옮겨가 시끄러운소리를 내며 감을 먹습니다.
우리집 감나무 벌 그늘막으로 심어서 숫자는 꽤나되는데 올 여름 쿵쿵소리 요란하게 들리더니
큰 감나무가 무색할정도로 몇개 덩그러니 달려있습니다.
한마디로 감농사 꽝입니다.
물론 심어놓고 약을 한번도 않했지만 올해 일기가 이상해 전체적으로 감이 흉년입니다.
그런데 계단앞에 있는 나무엔 꽤나 많이달려있어 그것 보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먹는맛도 좋지만 가을에 붉게익어가는 감을 바라보는 재미또한 한몫합니다.
가을이되니 어찌나 새들이 달려들어 쪼아먹던지 하루자고 나가면 푹 줄어들고
그렇게 보고만있자니 새들녀석 해도해도 너무한다싶습니다.
여름내 무화과 맛도 못보게 쪼아먹고 살도 포동포동 쪘구만 이젠 우리집 감까지 저리 욕심을 내고있으니
나무에서 늦게까지있어야 맛도 더 좋은데 새들의 욕심으로 한눈에봐도 감이줄어드는것이 보이니~~
새상품으로 감딸시간이 주어지지않아 "야 먹던것만 먹어. 우리도 먹어야돼." 했는데
이녀석들 내 한계를 보려나봅니다.
일요일 집에온 딸아이 데려다주고 막둥이보고 감을따자하니 새들먹게 두세요합니다.
"야. 우리 먹으려고 심었지. 새들주려고 심었냐"
사다리놓고 올라가라하니 처음엔 자기키만밑고 그냥땁니다.
봉사위로 올라가려하니 등나무가지들이 찌를것같고 막둥이는 따고 난 아래에서 받는데..
"엄마 이것 다 따야돼요. 그럼 새들은 뭐 먹어요"
참말로 저녀석 지 엄마 먹을것 생각은않고 새들걱정을하니
어려서부터 작은 곤충부터시작해 청개구리에 지렁이까지 친구하더니 이젠 새들굶어죽을까 걱정인가 봅니다.
"야 거기 새들 쪼아먹은것도 따"
"엄마 새들먹던것은 냅둬야지요. "
"아냐 다 따버려. 저녀석들 지그들이 먹던것 다시와서 안먹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는것 같은데요"
"우리것 없어도 새들먹이는 많어"
산에있는 감도있고 ~~
다 따고보니 새들이 쪼아먹다 남은것이 7개정도
이상하게 빨리 홍시가되었다싶어 따보면 새들이 먹다 쪼매남은것입니다.
한입 먹으니 달콤하고 부드러운것이 너무나 맛납니다.
새들녀석 먹던것 다 먹는법없이 꼭 이렇게 새것들만 쪼아먹습니다.
다따도 한박스도 안되구만. 딴감을 가지고 다용도실에 가져다놓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밤에 집에온 남편 그 어둠속에서도 감나무를 본 모양입니다.
"감 누가땄어"
"어 막둥이란 나랑"
"정우아빠 내일아침 새들녀석왔다가 깜작 놀랄거야"
가만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새들이 다른때와같이 가족들 대동하고 우리집으로왔다가 갑자기 사라진 자기들 식당을보고 얼마나 놀랄지
다음날 우리신랑이 전해줍니다.
"오늘도 새들왔다 갔어"
하루에도 몇번씩와서 요상한소리 내면서 우리집을 자기들 식당으로 알았던 새들이 오늘아침 보이지않습니다.
모두 따버려 쪼매 미안하긴한데 아직도 들판에 감들이 많이남아있으니 다른곳으로 옮겨갔나 봅니다.
올해 감농사는 새들이 30%이상 우리가 70%정도로 나누어먹었으니 그리 야속하다하진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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