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벼락 맞았다.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0-11-26 08:16:37
- 조회수
- 2,315
찬바람 살살부는 아침이면 겨울이 온것같고 한낮에 따스함은 나를 가을에 머물게한다.
바람에 낙엽뒹구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고 어쩌다 사람의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우리집 검둥이녀석 신이나서 따라나선다.
두승산밑자락에 자라집고있는 우리마을 , 예전엔 꽤나 큰 마을이었을텐데
지금은 한해한해 빈집이 늘어가고 대부분 혼자살고있는 집이 많으니 그만큼 사람보기도 쉽지않다.
그러니 우리집 검둥이녀석 주인이던 아니던 사람만 보면 신이나서 따라나딜수밖에
우리야 시골살아도 농사를 짓는것도 아니니 때가되면 할머니들 검은봉지 들고오셔서
조금밖에 안되니 먹어봐~~~
검은봉지엔 때론 참께가 어느손엔 고추가루가 짜글짜글 주름진 손에서 때론 찹쌀이
따끈한 꿀차한잔 대접하면 이렇게 맛난것 얻어먹어서 어쩌냐고 오히려 나를 민망하게 하신다.
해마다 할머니들손에 들려온 농산물을 보면 그해 어느 농사가 풍년이고 어떤 농사가 흉년인지를 알수있다.
어느날 모임에갔는데 " 언니 얼마안돼 먹어봐" 하면서 건네주기에 가져와보니 쌀이 5키로 들어있다.
비어가던 쌀독이 다시금 배부른 날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노오란 자루에 쌀 한포대가 택배로 왔다.
지난해부터 알고지내는 전남의 후배한테서 온것이다.
쌀자루를보니 그마음에 배부르고 자꾸만 쌀자루를 만지게된다.
간척지에서 지은것이라기에 저녁에 밥을해본다.
찰지은것이 기름이 자르르~~~~ 아들과 남편은 밥맛이 너무좋다며 반찬없어도 먹겟다하고
그런데 큰일이다. 이쌀에 입맛들엿다가 나중엔 어쩌나~~~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고있는데 어느한낮 한통의 전화가온다.
"집에있어요?"
그리곤 잠시후 빵빵소리에 나가보니 남편의 친구부부가 트럭에서 뭔가를 내려놓는다.
"우리가 처음 지은 농사인데 진짜루 맛있어"
무슨 쌀을 한포대씩 주냐는 소리에 그동안 신세진것을 갚는다며 겨울에 맛나게 해먹으란다.
그부부 시부모집으로 귀농했다 다시금 제금날때 밤세워 도배도해주고 이집에서 부자되라며
손잡고 온정을 나누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이야 노오란 한우가 수백마리이니 그 어떤사람도 안부러울것이다.
때아닌 쌀 선물에 어안이 벙벙하다.
쌀자루 주루루 세워놓고 보면 무척이나 부자가 된 느낌이다.
천석꾼이 부러울리 없다.
겨우내 김 모락모락나는 밥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리~~
가을은 이렇게 우리집 쌀독도 우리의 마음도 부자로 만들고 떠날준비를 하는데
먼저 쌀을 보내준 후배가 우리집을 방문
그분 차로 올라가더니 받으라고하기에 얼떨결에 받아보니 세상에나 자기집 나무에서 땄다며
아이들 머리만한 모과 한자루를 건네준다.
그리곤 먹음직스러운 빨갛게 익은 감 한상자와~~~
"이건 내꺼. 내가 찜했어" 주먹만한 감을 만지작거리며 소리지르니 울신랑 그려, 당신 다 먹어한다.
올가을에도 이렇게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들덕분에 너무 행복해 이 행복 누군가에게 전염될것같다.
댓글목록
이유빈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선물이란것 무엇을 바라고 주는것이 아니기에 더 큰 마음을 주는것같습니다.
유빈님 말씀또한 오늘 하루 저를 많이도 행복하게 해줄것같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