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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촌 > 자유게시판

이웃 사촌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7-08-31 21:54:06
조회수
2,387

저녁 무렵 엄마를 찾는 이웃집 할머니의 목소리가 나서 가보니

큰 바구니에 무언가를 가져오셧다.

"고구마순 좀 가져왔어"

바구니 속에는 하얗게 옷을 벗은 고구마순이 들어있었다.

"죄송해서 어쩌라구 껍질까지 벗겨다 주세요"

"집이는 늘 바쁘잖어 "

비가오니 동내 어르신들 모정에 다 모여계시니 그곳에 가서 같이 까셧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접시 남아 담어야 하는데 "

"그럼 잘 됐구만, 맛있게 해서 먹어"

"무엇이 이쁘다고 이것저것 가져다 주셔요"

"집이 땜시 우리가 얼마나 편한데"

동네 할머니들이 찾는 이유는 딱 두가지다.

집에 무엇이 고장이 나서 봐달라거나,아님 우편물이 왔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를때

또 한가지는 이렇게 무엇인가 가져다 주실때.

얼마전엔 용인댁 아짐 전화가 왔다. 양파좀 가져다 주려고 한다기에

큰집이 양파판매를 하니 걱정 마시라고해도 혹시 안가져올수도 있으니 내가 줄께.

하셔서 "그럼 조금만 주세요"

그리곤 양파와 송편을 잔뜩 가져오셨다. 안찐것이니 냉동실에 넣고 심심하면

한번씩 쪄 먹으라며

해마다 잊지않고 고추장도 담가다 주신다.

경석이 할머니는 봄이면 앵두와 살구를 따다 나르시고, 여름엔 옥수수를 쪄다

가져다 주시고

그뿐이랴. 어느집에선 참기름 어느 집에선 찹쌀 또 고추가루 참깨 생강

참으로 고루 고루도 주신다.

동네에 내려가면

 "우리 동네서 제일 젊은 새댁오네" 하시며 반겨주신다.

 40을 훌쩍 넘은 나이에 새댁소리 듣는사람은 나뿐일거다.

몇년전 바빠서 고구마순 껍질 벗겨 해먹을 시간 없단 소리를 햇더니

그때부터 해마다 잊지않고 이렇게 껍질을 벗겨다 주신다.

내일 이 고구마 순으로 햇고추 갈아서맛있게 고구마순 김치해서 먹어야지.

동네 할머니들이 까주신것이라 몇배 더 맛있을것 같다.

이런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젊은 사람 없고 친정, 시댁 식구 다 서울에 있어도

난 이곳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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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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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님의 댓글

진수
작성일
운영자님과 벌집아씨님!  복 많이 받으실겁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 도 복 많이 받고 계신 것 같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흉내도 내지 못할 일인데...  부디 건강하셔서 좋은 일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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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시골에 살면 다 우리처럼 대접받고 산답니다..ㅎㅎ
그래도 울각시는 진수님이 복받으신 분이라고 생각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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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ㅋㅋ 울 신랑 잘 아네요. 진수님처럼 든든한 직장있는분이 무척 부럽지요. 제 소원이 글씨 아침에 눈뜨면 나갔다 해지면 들어오는 랑이 만나는거였는데 하루종일 같이있는 사람을 만났으니~~~~ㅎㅎ 그런데 안 질리는것 보면 것참 이상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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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님의 댓글

진수
작성일
신랑자랑이 대단하시군요.ㅎㅎㅎ.  저도 이제 6년여만 근무하면 쫓겨날 판인데 호구지책이 막막해서 걱정입니다. 두 분처럼 자리를 잡을 수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ㅎㅎㅎ  형편이 허락한다면 벌 몇 통 기르면서, 낚시로 소일하면 좋겠는데 쉽지 않을 것 같구요.  아내가 뭐라는지 아십니까?  "당신 제발 막내동서 좀 닮아봐!  막내는 매일 밖에서 저녁먹고 들어온댜!"  ㅎㅎㅎ  매일저녁 집에서 챙겨 먹는다고 구박이 심합니다. 퇴직하면 어쩌려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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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ㅎㅎㅎ 어쩌다 하루 저녁 신랑 없으면요. 마음이 얼마나 편한데요. 아이들 밥주는것과 랑이 밥 챙겨주는것이 그리 차이가 나요. 어차피 똑같은 반찬인데 왜 그러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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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님의 댓글

이덕수
작성일
이쯤에서 슬쩍 끼어들지 않을수가 없군요. 남자들은 집사람 늘 같이 있으면 좋은데 여자들은 나이 들수록 가능한 떨어져 있기를 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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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거야 남자들 있으면 이것줘 저것 가져와 귀찮게 하니 그럴겁니다. 아닌가?. 남자들은 나이먹으면 친구도 선후배도 하나둘 떠나고 그렇다고 주머니 빵빵해 매일 사줄수있는것도 아니니 그때서야 집의 소중함을 알고 들어온답니다. 그런데 반대로 일평생 집에서 가사일하던 여인들은 아이들 떠나고 슬슬 바깥 세상을 즐기고 싶은것 아니것어요.ㅎㅎ 제말이 아니고 어르신들의 말입니다. 그런께 무조건 남자들은 젊어서 가정에 잘 안하면 나중에 찬~~~~~~~~~~~~~밥이랍니다.ㅎㅎ 그러니 무조건 잘 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