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촌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7-08-31 21:54:06
- 조회수
- 2,443
저녁 무렵 엄마를 찾는 이웃집 할머니의 목소리가 나서 가보니
큰 바구니에 무언가를 가져오셧다.
"고구마순 좀 가져왔어"
바구니 속에는 하얗게 옷을 벗은 고구마순이 들어있었다.
"죄송해서 어쩌라구 껍질까지 벗겨다 주세요"
"집이는 늘 바쁘잖어 "
비가오니 동내 어르신들 모정에 다 모여계시니 그곳에 가서 같이 까셧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접시 남아 담어야 하는데 "
"그럼 잘 됐구만, 맛있게 해서 먹어"
"무엇이 이쁘다고 이것저것 가져다 주셔요"
"집이 땜시 우리가 얼마나 편한데"
동네 할머니들이 찾는 이유는 딱 두가지다.
집에 무엇이 고장이 나서 봐달라거나,아님 우편물이 왔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를때
또 한가지는 이렇게 무엇인가 가져다 주실때.
얼마전엔 용인댁 아짐 전화가 왔다. 양파좀 가져다 주려고 한다기에
큰집이 양파판매를 하니 걱정 마시라고해도 혹시 안가져올수도 있으니 내가 줄께.
하셔서 "그럼 조금만 주세요"
그리곤 양파와 송편을 잔뜩 가져오셨다. 안찐것이니 냉동실에 넣고 심심하면
한번씩 쪄 먹으라며
해마다 잊지않고 고추장도 담가다 주신다.
경석이 할머니는 봄이면 앵두와 살구를 따다 나르시고, 여름엔 옥수수를 쪄다
가져다 주시고
그뿐이랴. 어느집에선 참기름 어느 집에선 찹쌀 또 고추가루 참깨 생강
참으로 고루 고루도 주신다.
동네에 내려가면
"우리 동네서 제일 젊은 새댁오네" 하시며 반겨주신다.
40을 훌쩍 넘은 나이에 새댁소리 듣는사람은 나뿐일거다.
몇년전 바빠서 고구마순 껍질 벗겨 해먹을 시간 없단 소리를 햇더니
그때부터 해마다 잊지않고 이렇게 껍질을 벗겨다 주신다.
내일 이 고구마 순으로 햇고추 갈아서맛있게 고구마순 김치해서 먹어야지.
동네 할머니들이 까주신것이라 몇배 더 맛있을것 같다.
이런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젊은 사람 없고 친정, 시댁 식구 다 서울에 있어도
난 이곳이 좋다.
댓글목록
진수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그래도 울각시는 진수님이 복받으신 분이라고 생각할걸요~
벌집아씨님의 댓글
진수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이덕수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