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 편지
-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11-03-05 00:17:11
- 조회수
- 2,098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인데 군대간다고 투덜거리던 녀석이었지요
얼마전에 편지를 받았는데 오늘 또 한통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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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엄마 아빠
벌써 3월이 다가오고 오늘은 정말 봄기운이 활짝 내리쬐는 날이었습니다
집에는 별일 없지요? 엄마, 아빠는 슬슬 일하시느라 바쁘시겠네요
주명이 영섭이도 아제 학교에 갈테구요.
이 안에서의 생활은 여전히 바쁘고 지루합니다
15키로 행군을 했는데 발바닥에 물집이 다섯개나 잡혔어요 30km 야간행군은 어떠할지 걱정이 됩니다.
수십키로의 군장을 메고 갔으니 온몸이 아파요
엄마,아빠가 모르시는게 있는것같은데 인터넷을 통해서 저한테 연락을 줄수 있어요.
하루에 한번씩 개인별로 인터넷으로 얻은 편지를 나눠준답니다.
전 여자친구한테도 안오고 엄마 아빠한테도 안와서 낙담중이예요.
다들 이 기능을 잘 모르는지 저처럼 아무런 연락을 못받은 아이들도 꽤 되어요
여기는 생각보다 지낼만해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이틀에 한번씩 간식도 나오고 주말에는 매일 간식을 줍니다.
px에서 단체로 먹을 것을 구매하게도 해주구요.
그래도 매일 워낙 많이 뛰고 움직이니 늘 배가 고픕니다. 밥은 솔직히 맛이 없지만 일단 배가 고프기때문에 허겁지겁 먹기에 바빠요
여기서는 바깥 세상 소식을 알수도 없고 훈련병들이 유일한 낙은 이렇게 편지를 쓰는겁니다.
지금처럼 시간이 남을때도 할게 없으니 다들 편지쓰기에 바빠요. 저도 여기저기에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군대로 편지를 보내도 오래걸리니 사나흘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편지 써주세요
바깥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려주시구요
15km행군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아빠 말대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아직은 이 5주간의 훈련이 그리고 2년간의 군생활이 너무도 까마득해 보이기만 합니다.
바깥에서 놀던 일들도 그립고 여튼 바깥세상이 그리워요
여자친구한테는 연락전해주셨지요?
여자친구 번호는 010-****-**** 이예요. 혹시 깜빡하셨으면 지금이라도 안부 보내주세요
군대는 편지가 오고가는게 느리니 여자친구 소식을 알수가 없습니다
영섭이는 이제 정신차리고 공부하고 잘하는 과목 공부가 아니라 못하는 공부를 하도록 해라.
수학이나 영어를, 주명이는 대학갔다고 너무 놀지는 마려무나.
학교수업 다 듣고도 충분히 놀수 있단다. 대학생은
생활관 한쪽에서는 주말이라고 머리 미는 아이들이 한참 몰려있습니다
주말이라 한적하고 여유롭습니다. 정말 오랜만에요.
다음주에는 사격술 예비훈련을 하고 영점 사격을 합니다.
공포탄은 두어발 쐈는데 실탄은 처음이라 좀 무섭습니다. 사격훈련중 사고가 나는 경우는 의외로 십여년동안 한번도 없었다고 하니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면 되겠지요
군복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저는 얼른 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훈련이 힘들어진다고 해요.
여태까지 별로 힘든 훈련이 없었으니 좀 각오를 다져야겠지요
3.1절도 공휴일이라고 쉬고 ....
얼른 훈련 끝나면 좋겠습니다. 그럼
2011.02.26
아들이.
댓글목록
이루아빠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밀랍은 잘 받으셨겠지요
표면의 이물질은 토치에 불을 붙여 갖다대면 순식간에 녹아서 떨어지니 깨끗하게 해서 사용하세요
정규문님의 댓글
정우야 군생활 2년은 니가 남자로 세상을 살아갈 밑천을 만드는 중요한 시간이란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하다보면 2년은 정말 금방이고 아버지나 아저씨처럼 한 20년쯤후에는 쳐다보고 오줌도 싸지않으려던 그 강원도땅이 그리워 질때도 있다
언제나 건강 조심하고 씩씩한 군인아저씨 되길 응원한다
운영자님의 댓글
일본여성들은 한국남자들을 우러러 본다잖아요~
일본은 징병제가 아니므로....
누군가의 오판이나 권력에 의해 사병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이 정당하게 국가에만 충성하는 시간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이루아빠님의 댓글
이명월님의 댓글
저희는 딸만 있기에 군대 보내고 겪는일은 잘모르는데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편지왔을때가 마음이 아프다고 하던데~~
암튼 2년이란 세월은 지나갈것이고
건강하게 아무 탈없이 돌아오길 빌어야죠....
이루아빠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자기가 생각했던것보다 훤씬 수월하다고하네요. 우리는 아이들을 좀 강하게 키운편이라 이럴때 표시가 나는것 같아요
운영자님의 댓글
예리하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이루아빠의 글에 항상 감사, 감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