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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여유 > 자유게시판

봄날의 여유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11-03-13 21:49:25
조회수
2,118

일요일  남편은 결혼식장에가고 막둥이는 컴에 매달려있다.

점심먹고  조금 걸어보고싶어 마당으로 나가니 햇살이 너무나도 따스하다.

우리집 벌들은  정신없이 하늘을 날고 이른 봄인데도 어디선가 꽃가루를 다리에다 뭉치고 날아온다.

이것이 사는맛이지!

봄날에만 맞볼수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어제 신랑이랑 산길을 가며 오리목 나무 화분들어올때 안되었나?" 물음과 동시에

남편이 가리키는 산을보니 오리목 나무 꽃송이들이 축축 늘어지고 있어 날이 따뜻하면 들어오겠다 생각했었는데

오늘 기다렸다는듯 벌들이 화분 비행을 하고있는것

오리목 나무는 두종류이다.

이른 시기에 피는 숫꽃과  조금뒤에 더 굵고 뚱뚱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암꽃

벌들의 비행소리가 내귀엔 그 어떤 노래소리보다 아름답게 들린다.

마당 한쪽에서 매화가 보란듯 봉오우리를 키우고있다.

 

마당 한바퀴 돌아보곤 따스한 햇살이 너무좋아 동네쪽으로 내려간다.

아~~~ 넘 좋다. 얼마만에 가져보는 이런 시간인가.

이모네가 한동네 사는데도 몇달만에 내려가보는지 모르겟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우리집 검둥이녀석은 이모손녀딸이 준 돼지뼈 먹기에 바쁘고

마당엔 오골계 두녀석이 요상한 소리를 내면서 다닌다.

이럴땐 내손에 카메라가 없으니

옆집 아주머니와 삼을댁 할머니도 그곳에서 놀고계신다.

오랫만에 내려가니 이모는 왠일이냐고 묻는다.

 

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있는데 이모손녀딸 나를 부른다

"고모. 난 벌 안좋아하는데 "

그소리에 동생의댁 "나도 안좋아하는데"

그러자 이 꼬맹이 하는소리좀 보소

"벌은 고모나 좋아하지"

그소리에 안웃을수가 없다.

그려 맞다 . 벌은 이 고모나 좋아하지~~~

 

한쪽에선 이모네 강아지녀석과 우리 검둥이녀석이 쏘를한다.

 꼬맹이 엄마가 어제일한다고 참으로 끓여주었던 칼국수가 남아 삼을댁 강아지들 가져다주라고

냅두었는데 눈치도 없는 까치들이 날아오니 두넘의 멍멍이들은 까치들이 그 밥 먹을까봐 까치소리만 나면 짖는다.

참말 ^^별꼴을 다보겠네.

집에서 나오면서 어디간단소리없이 나왓더니 울신랑 전화다.

물김치 한통얻어 올라오는데 개구리녀석이 논에서 운다.

^^개구리소리가 어째 저런고

경칩이 되기도전부터 저 개구리녀석 부지런을 떨고 나와선 요상한 소리로 울어댄다.

저녁에도 어찌나 울어대단지 불쌍해서 한마디하곤 했었다.

"부지런한것이 다 좋은것은 아닌데, 무엇이 급해서 그리 일찍나와 고생하니?"

"좀더 따뜻해지면 나오지"

이상하게 해마다 느끼는건데 일찍 나온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는 농부들이 한참 일하려고 논 갈아놓았았을때 우는 소리와 다르다.

개구소리 들으며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얼굴이나 봤음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엔 세상에서 제일 청승맞은 소리가 또 들린다.

 구구 구구~~~ 으  ^^친해보려고 애써도 적응안되는 저소리

비둘기는 다정하다는데 소리는 왜 저런지 모르겠다.

그래도 봄날의 여유가 느껴져 좋다.

 

물김치  낑낑거리고 들고 올라오니

 마당에서 벌을 보고있던 울신랑 " 어디가면 간다하고 가야지"

그냥 마당한바퀴 돌아보려다 햇살이 넘 좋아서 코에 바람좀 넣고왔지.

방에들어와 저녁을 차려주니 밥먹으며 울 막둥이녀석도 한마디한다.

 

"엄마 어디가면 간다고 말씀을 하고 가셔야지요. 어디 쓰러진줄알고 마당 다 뒤졌잖아요"

그소리에   "그랬어~~~ 감동이네" 했더니 막둥이녀석 웃는다.

따스한 봄날 오후 그렇게 오랫만의 여유를 누려본다.

아~~~ 내일은 냉이많은곳을 알아두었으니 시간내서 냉이캐러 가야겠다.

봄처녀가 어디쯤 오고있나~~~~ 마중도 나갈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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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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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님의 댓글

바구니
작성일
따뜻한 봄날씨만큼 사장님과 막내의 사랑과 관심도 따뜻하게 전해옵니다.
아씨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평화로운 시골의 모습이 그려져서 정겹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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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봄날은 사람을 그리 변하게하나봐요. 햇살아래 우리봉이들 신나게 일하는것보고
 나갔는데 그 햇빛을보고 집으로 그냥 들어오긴 아까운 생각마저 들었어요
갑자기 사라질만도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