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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면회가던 날 > 자유게시판

아들 면회가던 날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11-04-04 09:50:22
조회수
2,606

토요일 2주전 세상을 떠나신 큰동서 막내딸 결혼식이 안성에서 있었다.

같은날 서울에서 친구가 사위보는 날이기도하다.

두곳을 가기엔 무리가있어 조카딸 결혼식에만 참석하기로 결정하고 준비를 한다

남편은 시동생과함께 얼른 벌 점검좀하고 가자고 밖으로 나간다.

지난해 눈치없이 들러붙은 살들때문에 옷을 입어도 맵시도안나고 옷들이 나를 거부한다.

아~~~이게 뭐람

1~2키로도 아니고 8키로가 붙었으니 . 생각만해도 끔찍한 숫자다.

그동안 살찐사람들의 고통을 몰랐었는데 조금은 알것같다.

다음날인 일요일엔 군에간 아들 면회하는날이라 옷입기가 참 난감하다

작은엄마가 되어 캐주얼하게 입자니 신경쓰이고 그렇다고 정장하고 가자니 아들보러갈때 힘들것같고

결국 여기도 저기에서도 눈치안볼정도의 옷으로 결정하곤 밖에나가 소리친다

결혼식 늦어~~~

 

준비하고 나서니 너무나 시간이 빡빡하다.

울신랑 어찌나 밟아대던지  어지럽다,

도착하니 신랑신부 입장하려고 서있다.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맛나게 점심도먹고 잘살라고 마음속 가득빌어주었다.

이젠 우리와 같아간 시동생네 집을 향해간다.

시눈네서 잠깐 지체했더니 주말이라고 차가 밀린다.

가는동안 울아들 또전화다.

혹시나 면회 못올까 걱정이되어 그러겠지.

 

그러자 울신랑 시동생한테 이야기를 한다.

"정우가 원체 마음이 약하고 정이 많어"

"초등학교때 우리가 어디갔다 늦게왔더니 엄마사진 그것도 여고때 찍은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고있더라구"

그소리 들으니 그때 생각이 나서 웃는다.

 

며칠전 전화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중 면회 딱 한팀만 허락된다며 올수있냐고

늘 봄이면 바쁜 엄마아빠이기에 먼저 물어보는것

"아무리 바빠도 아들은 보러가야지~~" 했더니

올때 가져올것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엄마. 피자는 꼭 사오셔야하구요. 치킨, 과일, 그리고 요플레"

ㅎㅎ 요플레를 무지 좋아하는 아들이다.

예전엔 군인들 100명 모아놓고 제일 먹고싶은것이 뭐냐 물으면 함창으로 짜장면이요 했다던데

이젠 짜장면이 피자와 치킨한데 확실하게 밀린모양이다.

 

작은집에서 자고 과일이랑 사야한다고했더니 동서가 사다놓은 바나나를 내준다.

다시금 시동생과함께 셋이서 아들을 보기위해 고양시로 출발

오렌지와 포도 요플레등을 사곤 피자와 치킨은 따뜻해야하니 그곳에가서 시켜도 될것같아 가는데 또 아들 전화다

경찰수련장 입구까지가니 치킨집은 두집인데 피자는 이름없는집 딱하나

갑자기 치킨집과 파지집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 아들보러 오신 분들이다.

아들들이 같은곳에서 훈련받는 이유하나라  십년지기만큼 말도 잘 통한다.

모두가 울 아들처럼 피자치킨을 요구한 모양

과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딸기와 혹시나싶어 돗자리까지 준비해서 들어가니 일찍와서 면회신청하신 분들이 많다.

 

면회실에서 기다리고있으니 시간은 왜그리도 안가는지 보초서고있는 아이들이 다 아들같고 어리디 어린 모습들이 안스럽기까지하다.

아들들 먹이기위해  한보따리씩 싸온 보따리들을 펴놓고 기다리고들있는데 갑자기 충성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그소리에 눈크게뜨고 아들을 찾아보지만 없다.

다시 신청서가서 왜 우리 아들은 안나오냐고 물으니 대기중이란다.

그렇게 아들들이 나오지않은 부모들 줄줄이서서 아이들이 나올곳을 향해 기다리며

그동안 편지나 전화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조금있으니 줄줄이 아이들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 아들 얼굴이 너무나 변했다.

살이 올라 다른아이같다.

 군복이 담긴 보따리들을 두개씩들고 나오는 아이들은 이제는 군인이 아니란다.

모두들  전경으로 빠진아이들이라 군복을 집으로 보내는것

 

아들을 만나 준비해간것들을 풀어놓고 같이먹는데 아들은 연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하며

먹기에 바쁘다.

세상에나 밥도 유치원생만큼 먹던 아이가 어떻게 저리 먹을수가 있을까? 싶다.

"아들 살쪘네" 했더니 살쪄서 받았던 바지 지퍼가 안올라간단다.

전혀 다른 얼굴을하고있는 아들얼굴이 낮설게느껴진다.

아들 말들으니 점심때 면회올 부모들 기다리냐고  아이들이 모두 밥을 안먹으러갔단다.

애들 먹는 모습만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여기저기서 가족들이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논산에서 버스로 경찰수련장으로 이동하던날  휴계소에다 세워주고 마음대로 먹고싶은것 사먹어도 된다는 명령이떨어지자

아이들 기다렸다는듯 내려가서 과자부터 시작해서 먹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원어치도 더 먹고서야 떨어졌단다

그러다 경찰수련장에 도착 매점에서 마음대로 사먹을수있자 처음 며칠은 아이들이 과자들만 먹고 배탈들이 날정도였단다.

그러다 이제는 과자에 질려 과자 줘도 안먹는단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있으니 시간은 왜그리도 빨리가는지~~~

 

그렇게 1시부터 4시까지던 짧은 면회시간이 끝나 남은 음식 아들손에 쥐어주고 차를타니

아들은 그래도 많이 서운한 모양이다.

보고있던 작은아빠 " 서운하니?" 물으니 웃는다.

돌아서 나오는 차를보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

그래도 의젓해진 아들을 보면서 안심도되고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어느 엄마는 다해도 전경 그것도 기동대에만 떨어지지말라했더니 덩치커서 기동대로 가게되엇다며

처음보는 나에게 하소연하듯한다.

그래도 돌아서 오는 발걸음이 가벼운것은 우리의 아들들이 잘해줄것을 알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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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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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기님의 댓글

이건기
작성일
군대가 다른 것은 몰라도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확실합니다. 저도 휴가 나와서 입을 바지가 없더군요. 결국 군복바지 입고 돌아다녔습니다.
전경이라도 요즘은 시위가 많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아들 얼굴 보고 반갑고 다시 헤어지자니 서운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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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마눌이 울까봐 걱정했는데 안울더군요~
오히려 통통하게 살찐게 좋아보였나 봅니다
지나치게 말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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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쌔님의 댓글

벌집아쌔
작성일
내일이면 배치받아 가니 오늘이면 어디로 떨어질지 결정이나겠네요.
아들 기다리는동안 주책없이 나오려는 눈물 감정 다스리냐고 고생좀했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아들의 모습이 안보이자 그마음은 더하더군요. 아들들이 들고나온 두보따리의 옷이며 군화등때문에 이번엔 엄마들 울음보터뜨릴 기회도 없었지요.
그안에 있으면 모든아들들의 마음이 다 같은것같아요. 돈이 무슨소용있겠어요 밖으로 나갈수도없는데.....주로 예절 교육을 받고있다고하니 시위를 진압하는 기동대쪽은 안떨어질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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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방금 아들놈에게 전화왔는데 청와대 경비서게 되었다네요.
허참,,,,좋아할수도 싫어할수도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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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문님의 댓글

정규문
작성일
경비단 ....젊은시절 남들 못하는 좋은경험 하게 됐군요 권력의 심장부에서 곁눈으로 나마 그들의 생활을 구경할수있는 경험을 하게 됬으니 ....
작가를 꿈꾸는 녀석에겐 좋은경험이 될수있을겁니다 전방에서 뛰고 구르고 분단현실을 맛보는것도 좋겠지만 무사히 훈병시절 넘기고 또 새로운 생활로 접어드는 정우의 앞길에 좋은 경험만 생기길 기원합니다 너무걱정 마세요 이러다 막내 군대 보낼때 웃으며 보내면 막내가 서운해 합니다 요즘 군대는 그래도 우리때 보다 나아 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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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아빠님의 댓글

이루아빠
작성일
청와대라...나름 색다른 경험이 되겠군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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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역시 두분의 시각이 맞는듯...
어떤 일이 기다리고있는지 모르는 젊음이란 참 좋은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