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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출.. > 자유게시판

첫 외출..

작성자
아들
등록일
2011-05-07 15:08:19
조회수
2,113

하,
컴퓨터라니...
2월 14일 이후로 컴퓨터 처음 해보네요. 첫 외출이에요.
원래는 5대궁(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관람이라는 명목 하에 나오는건데 실제로는 대충 둘러보고 자유시간을 주지요.
고참들이랑 같이 밥먹고 PC방 왔어요.

202경비단 생활은 할만해요.
주요 업무는 청와대 외곽 경비(인왕산, 경복궁, 청와대 근처 주차장 및 주요 골목)인데 사실 정말 중요한 길목에는 직원(직업경찰들)들이 근무하고 저희는 좀 덜 중요한 곳에서 근무를 서요. 저는 경복궁 안에는 안들어가고 청와대 근처 주차장과 길목에서 근무를 서는데 버스기사들 이중주차 못하게 막고 불법주차된 차 빼고 뭐 그런 일 하고 있구요. 경찰복 입고 있다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와 사진찍어달라고 하는데 그럼 폼 잡고 사진도 찍어주고..

뭐 이 안에서의 생활이 백퍼센트 만족스럽지는 않지만(예를 들면, 우리 부대는 싸지방이 없어서 컴퓨터를 못해요. 전방에도 다 있는 그 싸지방이..) 그래도 개구리복 입고 구르고 있을 군인들이나 방패들고 화염병 피하는 연습할 기동대 애들 생각하면 감지덕지지요. 경찰복이나 근무사복입고 정해진 시간동안만 담당 구역을 지키면 그만이니까요. 월급도 군인들보다 더 많고 밤마다 간식도 주고(세달만에 8kg가 쪘어요) 외출 및  외박이나 특박도 매달 나가고 아무래도 근무 환경도 좋구요. 별다른 훈련도 없구요. 청와대 별관에서 영화도 봤고..(영부인과 같이 -_-) 축구 경기 있는 날에 나가면 축구도 보여준다고 하네요~

다행스럽게도 전의경 구타나 가혹행위 같은 건 없어요. 작년까지만해도 있었다는데 쓰레기 같은(지금 고참들의 표현에 의하면) 고참들이 다 전역하면서 그 밑에서 열심히 당하던 고참들이 실세를 잡은 뒤로 안그래도 없어지는 추세였고, 또 올해 초 전의경 구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고해요. 얼마전에 성동 경찰서에서 누가 뛰어내리는 바람에 또 몇번씩이나 소원수리하고... 보통 처음 부대 들어가면 눈치보여서 책 같은 것 못본다고 하는데 여기는 자기 할 일만 다 끝내 놓으면 그런 것 가지고 눈치 주거나 하는 일도 없구요. 매점도 마음대로 가고.. 여튼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저는 현정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런 제가 청와대 외곽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은 조금 모순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군생활을 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고,  또 주어진 자기 계발의 시간도 많기 때문에 2년 동안의 시간을 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려고해요. 아니, 어느 군대가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보여주고 축구장 데려가고 그러겠어요? 여러 사람들 중에서 우수 인력으로 뽑혀 좋은 곳에 와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쬐~끔 있구요.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보안 사항에 걸릴 까봐 제대로 쓰지는 못하겠어요, 여튼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첫 외박은 6월 20일 쯤에 나갈꺼에요. 아시다시피 노동절특박은 성동서 사건 때문에 나오지가 않아서 5월에는 나갈 수가 없네요.

한참 집에선 이동할 준비로 바쁘시겠지요? 근 한달 중 열흘 정도는 비가 내린 것 같아요. 이제는 좀 그만와야 할텐데요... 외할머니랑 다른 분들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어디 강원도 가 있다고 하는 것 보다 청와대 경호경비 업무라고 하는게 훨씬 폼나니까 친구분들한테 자랑도 좀 하시구요ㅋㅋ

외박 때에 집에 내려갈게요! 그때는 엄마, 아빠도 지금보다 덜 바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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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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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아빠생각에 너무 편해서 사회나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할까봐 걱정이구나~
어찌됐든 임무는 정권이 주는게 아니고 국가가 주는것이므로 항상 충실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아빠가 보내준것 잊지말고 연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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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기님의 댓글

이건기
작성일
이러다가 말뚝 박는다는 소리 나오겠는데요.ㅎㅎ
군경조직에서 구타는 종기와 같죠. 밖으로는 없는데 속으로 곪고 있죠. 그러다가 터지고 나면 적어도 그 부대에는 구타가 거짓말같이 사라지죠. 86년에 입대를 했는데, 배치된 부대에 4개월 전에 사건이 있었습니다. 강원대 학생이었는데 수첩에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때리더라, 어떤 욕을 하더라..... 4장을 복사해서 일요일 교회가는 길에 탈영을 하고 투서를 해버렸다는군요. 덕분에 저는 군생활하는 동안 구타가 뭔지 잘 몰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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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탈영한 사병은 신세가 편하지않았겠지만 그 덕을 보는 사람들은 많았을듯 합니다
지금도 내부자고발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과 불이익이 있다던데 아직도 갈길이 먼듯 하네요
주문하신 로얄제리는 내일도 휴일이니 수요일날 배송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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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아빠님의 댓글

이루아빠
작성일
저는 군악대를 갔는데요, 쫄병때 나름대로 군기가 상당했었죠. 제가 고참이 되어서 당나라 민주 부대로 만들고 나왔습니다. 불필요한 군기 다 없애버리고 군악하는데 필요한 악기 연주만 잘하면 되게끔 하였습니다. 대신, 연습 제대로 안해서 합주때 삑사리 내는 아그들은 기합보다는 다들 같이 있는데서 망신 좀 줬습니다. 지휘봉도 던져버리곤 했었죠.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좀 미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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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군대도 참 다양하네요~
악기를 다루는 님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도 기타와 피아노 집에서 마눌에게 쬐끔, 정말 아주쬐끔~~!
근데 어느것이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것을 알고 포기하였습니다
가끔 울 딸내미 피아노 치는 소리 들으면 아주 좋아요
동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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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희님의 댓글

장금희
작성일
언냐, 형부~~ 잘지내시지요?  아들!!잘있다는 소식 , 청와대 근무라니....좋으시겠어요
더군다나 살도 찌구...오늘은 비가 와서 좀 쉬실라나? 여기옴 알콩달콩 살아가는 일상을 다 들여다보니 그집 소식이 훤하다오.아마 옆집 사는 할머니들보다 내가 더 잘알거요 ㅋㅋ 조만간 오늘 내일 ?? 히히 화분하구 비누사러 들리리다.항상 벌들하구 큰사랑나누시구 더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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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편한곳으로 배치된것은 재수가 좋았나봐~
군대가면 다들 살이찐다니 그전에 얼마나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는지 증명되는거고...
다음엔 꼭 미리 전화하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