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 작성자
- 이건기
- 등록일
- 2011-05-15 11:30:39
- 조회수
- 2,186
어제 정오 무렵에 윤산에 갔습니다. 입구에 막 들어섰는데 애들을 포함한 한 무리가 길가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무심히 지나치다가 그냥 나들이 나온 분들이 아니란 걸 알고 발길을 멈췄습니다. 50대 여성분이 어떤 나무를 가르키면서 설명을 하고 있고 나머지는 열심히 듣고 있더군요. 내용인즉슨 그 나무가 때죽나무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나뭇잎과 꽃송이를 자그맣게 꺾어서 여자애 귀에다 둘러주며 예전에는 때죽나무로 귀걸이를 하고 다녔다는 설명도 하더군요. 길가던 놈이 무리에 섞여서 듣고 있으니 눈길을 주다가 급기야 "저 아저씨가 더 열심히 듣네" 하고 한다디 하시더군요.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 알고 있는데요"
직장어린이집에서 숲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그 때 애들에게 자연을 가르치고 숲을 느끼게 하신 분이 바로 그 분이거든요. 카페에 체험활동 사진도 올리고 식물사진이나 식물이야기도 올려주기에 가끔씩 들러 구경했습니다. 덕분에 생강나무도 알게 되고 타래난초도 알게 되었습니다. 차타고 가다가 우리 묵돌이가 그 분을 발견하면 "어 저기 대장님이다" 하고 소리치던 바로 그 분인데 모를 리가 없지요.
식물 이름 하나 배우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식물도감의 세밀화를 보면 알겠는데 사진으로 봐서는 도무지 구분이 안되더군요. 실물은 아는데 이름을 모를 경우 주위에 식물박사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하면서 아쉬워했습니다. 2년 전에는 길가다가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한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들이 부르는 식물 이름이 지역에서만 부르는 사투리 이름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인터넷이 있으니 그 분들이 들려준 이름으로 충분히 알 수가 있습니다. 쇠무르팍은 쇠무릎지기였고, 개망태기는 개망초였고, 소리재이는 소루쟁이였습니다. 지금은 제 자신이 식물이름을 많이 아는 편이 아니지만 밭에 일하는 할머니들한테 건질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그냥 지나칩니다.
복수초대장님(금방 묵돌이한테 확인했습니다)한테 달라 붙어서 좀 배워보려고 합니다. 가끔씩 숲배우기 산행을 하더군요. 어제도 그런 산행중이었고요. 그 분들은 산행을 마칠 즈음에 저는 산행을 시작한 셈이었습니다. 주말에 고향가는 경우가 아니면 저도 동행하면서 자연을 배워보려고 합니다. 어제 우연히 때죽나무를 알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그 분들과 헤어지고 홀로 숲길을 걷다보니 여기저기 때죽나무가 지천이더군요. 큰 나무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고요. 자주 지나던 길이고 저 나무는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그 나무가 그 유명한 때죽나무였습니다. 오늘도 점심먹고 때죽나무 보러 갈겁니다.
댓글목록
가은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때죽나무 꽃이 필때도 한번 가보세요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때죽나무꽃....
때죽나무는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아주 우수한 밀원이지요
올해는 때죽도 옻나무도 꽃맺음상태가 너무 좋아서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큰맘먹고 캠코더 질렀으니 새로운 영상으로 담아 보렵니다~
"두분은 늙지도 않으셔..."
가은님 메세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