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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꿀~~ > 자유게시판

가을 꿀~~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11-09-20 09:10:09
조회수
2,426

시골살면 제일 좋은것이 바로 가을입니다

맑은공기는 더 상큼하고 파란하늘은 우리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합니다

가을길을 달리면 가끔 하늘을 춤추듯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이 차에 해딩을하는 통에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붉디 붉은 상사화가 피어나기 시작하는 계절

우리는 아직도 벌하고 씨름을 하고있습니다

혹시나 하루 놀려나 싶어 아침에 일어나 눈치를 살피지만 그런 마눌의 마음을 아는듯

"오늘도 벌 봐야해. 정신없이 서둘러야 내년에 큰소리지지"

아~~ 이좋은 계절 벌들녀석한테 쏘일까 눈치보면서 또 하루를 보내야하나 봅니다

저녁이면 울 막둥이 운동하러 밖에나갓다 소리치며 들어옵니다

"엄마 반디불이 진짜 많아요" 막둥이 손에는 크디큰 반딧불이 손에 들려잇습니다

올해 반디불은 왜 그리 큰지

아마도 우리집 마당에 작은 연못에 달팽이가있어 반디불이 더 많이 날아다니나 봅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여기저기서 번쩍 번쩍 어린시절로 돌아간듯합니다

어린시절 누군가는 저 반딧불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기도 했을것이고

꿈을 꾸게도 했을겁니다

울신랑은 아마도 절 귀찮게하기위해 하나님이 짝지어주셨나 봅니다

벌을 보면서 소리소리 지릅니다

빵숙아~~ 빵숙아~~~ 으~~~못들은척 하려니 더 크게 부릅니다

조금있다 문자가 날아옵니다

"서방 화상입겠다"

그뿐 아닙니다." 심심해 죽겠다. 와서 수다라도 떨어주라~~"

매번 이런식입니다. 노래가사가 생각납니다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바쁜일 끝내고 하루에서 길게는 이틀정도까지는 마눌이 노는것을 봐줍니다

그러나 3일을 넘기는 일은 그리 많지않습니다

어제도 할수없이 아침부터 따라 나섭니다 할수없이라기보다는 가을에 조금 게으름을피우면

나중에 고생길이 열려있음을 아는것이지요

연기 퐁퐁 풍겨주고 왕이 있나 확인을하면서 없는 녀석들은 다른통에서 꺼내다 넣어주기도하고

두통을 한통으로 합치기도 합니다

안심하고 며칠 못본척했던 녀석들은 가을꿀이 들어오자 빈공간에 집을 짓고 꿀도 채우고 산란까지

했습니다

아까워라~~ 꿀이야 잘라서 먹으면되지만 여왕아줌마 꼬랑지 흔들며 알낳고 저렇게까지 언니들이

키운새끼들인데

그런 마눌한테 울 신랑 가을꿀 맛좀 보라며 잘라 줍니다

"싫어 지금 먹으면 끈적거리고 " 그런 마눌한테 먹으라면 먹지 말도 많다며 꿀을 디밉니다

한입 잘라 먹습니다. 아~~ 입안에 퍼지는 이맛

"별로 안다네"

"그러니까 먹으람 먹지 서방말 잘들으면 자다가 꿀이 생겨" 합니다

아~~이쁘다

울신랑 여왕을 발견하고 하는 소리입니다

분봉시킨후 벌을 보면서 제일 신나는것은 왕이 죽지않고 오동통한 붉은 신왕을 보는 재미입니다

물론 늙은 구왕을 죽일때는 마음이 아프기도하지요

울 신랑은 가을꿀향기가 넘 좋다고 합니다

예전엔 동네에 메밀을 많이심어 가을꿀 향기가 별로엿습니다

들깨꿀은 넘 좋은데 메밀은 간장 끓이는 냄새 비슷하게 그것도 방문만 열어도 날 정도로

강합니다

녀석들 주인장이 알아서 새여왕 넣어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은데

새엄마 싫다고 죽여대 덕분에 우리 할일이 늘어나는것이지요

어떤 녀석들은 넣어준넘들 몇번이나 죽이고 잘났다고 자기들이 왕대를 만들고있기도하고

어느통은 왕이 없다고 난리굿을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왕이 없는 녀석들은 일제히 날개짓을 하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고 그냥봐도 질서가 없이

산만합니다

그런가하면 왕이있고 산란을 하는 통은 조용하니 벌집을 꺼내도 흔들림이 별로 없습니다

가을 온도가 높으니 우리한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벌볼때 벌들이 덤비지않아서 좋고 꿀이 많이 유입되어 좋고 산란할 기간이 더 많아져서 좋고

화분도 들어오니 이보다 더 좋을순 없지요

갑자기 온도가 내려간 어제는 벌 보는데 벌들이 조금식 덤비기 시작합니다

벌들은 참으로 본능만 있는 녀석들입니다

꿀이 많이들어올때는 자기들 앞에 꿀이 있어도 모른척 산으로 가다가도

이렇게 찬바람이 조금이라도 불것같으면 다른벌통 열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창고에 양식을 저장해두기위해

무섭도록 달려드니 말입니다

어찌되었건 눈이 부시도록 맑은 햇살에 대추도 서서히 옷을 입기 시작하고 길가엔 코스모스꽃들이

한들거리고 온 들판엔 나락들이 누우렇게 변하고있습니다

한 일주일 더 고생하면 좀 시간의 여유가 생길듯합니다

우리 양봉인들의 휴식시간이 온다는 이야기지요

그럼 가을밤 커텐도 치지않고 환하게 거실까지 놀러올 달마중을 할겁니다

불을 모두 꺼두어도 달님 웃음때문에 거실은 환해질거구요

우리의 마음도 달님을 닮아 더 둥굴게 변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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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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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기님의 댓글

이건기
작성일
사장님이 아씨님을 너무 사랑해서 가만두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폰 비밀번호가 "공빵제로영"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부산은 일본에 로키가 지나가면서  간접영향권에 들어 바람도 제법 불고 기온도 찹니다. 어제 추워서 혼났기에 지금은 가을 점퍼를 입고 있습니다.
마지막 작업 잘 하시고 가을, 겨울 여유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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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건기님도 만나는 사람없이 하루종일 집에서 일만 해보면 저처럼 되실걸요~~ㅎㅎ
작년엔 계곡에서 1박하며 돌메기라도 잡았는데 올해는 그럴 여유조차 없었으니
며칠후 남도여행으로 때울예정입니다
고흥, 해남....
위로 올라가는것보다 밑으로 내려가면 너무 한적하고 좋으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