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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그리운날 > 자유게시판

남자들이 그리운날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11-10-18 08:34:30
조회수
2,153

제목이 좀 야시시한가요. ㅎㅎ

지난주 토요일 남편은  저녁에 자고 온다며 먼길가고

시동생은 컴퓨터 고친다고 가고

막둥이녀석은  친구들하고 농구하러 가선 오질않습니다

늘 집에 남자들만 있었는데 세남자가 모두  없는 집안에서 TV켜놓곤 길게 누웠습니다

아~~ 넘 편하다. 신랑없으니 저녁밥걱정 안해도 되고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편한 마음으로 30분쯤 지났을까? 이게 뭔 날벼락이냐구요

갑자기 무서운 바람이 불기시작하더니 천둥번개 우루루쾅쾅 여기저기서 번쩍 번쩍

바람은 집을 삼킬듯 불어대는데 무섭습니다

조금있으니 우두둑거리며 빗방울 하나가 거짓말보태 주먹만하게 떨어집니다

얼른 벌통이 무사한지 내다보니 몇줄 벌 덮어준 보온덮개가 앞뒤로 떨어진것이 보입니다

솜 덮어준것 비 맞으면 안될것같아 얼른 뛰어 내려갑니다

하늘은 캄캄해지고 비 덜 맞을욕심으로 재빠르게 다시 벌통을 덮어줍니다

으^^왜 ? 왜? 꼭 울신랑 없을때만 이런일이 일어나냐구

예고에도 없던 비가 왜 오냔말이지 ~~오려면 얌전하게나 오던가 바람은 왜 불어가지고

이렇게 일거리를 만드는건지

그나마 세줄만 벗겨져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정신없이 덮어주고 계단을 올라오려니 숨이차서 켁켁 헉헉

옷갈아입곤  걱정이되어 남편한테 전화를 해봅니다

"비 오고 난리인데 거긴 괜찮오"

"여긴 멀쩡한데...허~~어"   금방 있던일을 이야기했더니 미안한지 허~~허 합니다

"우쒸 왜 꼭 당신 없을때만 이런일이 있냐구. 남자둘이나 있을땐 멀쩡하더만"

그소리에 남편도 웃습니다

두남자 있을땐 이런일이 없었을까요?   있어도 둘이서 해결을 다했던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남편이 멀리 간날은 꼭 이런 힘든일이 생깁니다

혼자있는것이 걱정되는지 막둥이 왔냐고 묻습니다

안왔단 소리에 빨리 다니지 뭐하냐고~~

막둥이한테 메세지 보내봅니다   "뭐하고 여지것 안와"

"애들하고 농구하고 8시차 타고 갈거에요"

그러던 녀석이 막차시간이 넘어도 안옵니다

"엄마 저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갈거에요. 지금 씻고있어요"

참^^^나

갑자기 무서움이 몰려옵니다

조금있으니 "문을 두두리는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갑자기 가슴이 쪼그라듭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섭지 다른땐 안그랫는데

흰둥이 풀어놨나. 조금있으니 또 소리가 납니다 분명 검둥이와 흰둥이녀석이 꼬리로 문을 치는 소리입니다

한숨한번 몰아 쉬곤 가서 문들 잠궜습니다

조금있으니 남편 또 전화옵니다

보일러 내려가지않게 잘 돌리고 막둥이 안왔단 소리에 문단속 잘하고 자라고~~

그렇게 남자들이 없는 밤은 무지 길더군요

무섭게 불더 바람도 내리던 비도 조용해지고 늦은밤 달님이 환하게 웃고있습니다

참 변덕스러운 날씨

시골에 것도 늦은밤에 누구하나 찾아올사람 없는것 뻔히아는데 왜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지

다음날 그런 이야기를하니 인규아빠

"형수 아직도 아가씨간 무서워요. 한두해 산것도 아니구만"

"아가씨만 여자간. 아줌만 더 무서운겨"

"아줌마를 누가 잡아간다고"

"여자는 죽는순간까지 여자인겨"

그소리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다음날 들으니 시내권은 구슬보다 큰 우박이 내렸다고 합니다

아는분은 밭에갓다가 그 우박을 맞았는데 다음날까지도 머리가 아프다고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날씨덕분에 고생들좀 했나 봅니다

정말 토요일 그날만큼은 우리집 남자들이 무지 보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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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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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기님의 댓글

이건기
작성일
올해는 중부지방이 수난을 당하는군요. 여름에는 폭우에 가을에는 때아닌 돌풍에 ....
남쪽으로 이사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큰 피해는 없는 듯하니 다행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젖먹이 아들이라도 등에 업으면 야밤에 고개를 넘을 수도 있다고요. 꼭 아들이 아니라 혼자일 때 느끼는 무서움이 작은 아이라도 같이 있으면 덜하다는 얘기겠지요. 앞으로는 순서 정해서 불침번 세우시고 편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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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옛날 어머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울집 큰형이 애기였을때 등에없고 고개를 넘는데
자꾸 누군가 따라오는듯해서 돌아보면 없고....없고...
결국 호랑이를 보고말았다는군요
얼마나 무서웠는지 집에 돌아와서는 몇날몇칠을 앓아누웠대요
이젠 호랑이도 없고 어머님도 없고....
우리도 곧 우리아이들의 추억속에 존재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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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건기님 제가 그 경험을 톡톡히한사람중 하나지요.결혼첫해 구미쪽으로 이동갔을때 바람이 날 삼킬듯 불어대던날 꿀이 안나와 가까운인근으로 벌통옮기는데 남자들은 벌통날으고 전 손만한 강아지의지해서 천막지키는데 캄캄한밤에 그 작은 강아지가 무척이나 의지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울큰넘 젖먹이때도 갑자기 다른 양봉인한테 구경간 신랑 밤 12시가 넘어도 오지않을때 그 타지에서 젖먹이넘 끌어앉고 의지하며 밤을 지세웠답니다. 그러고보면 울신랑 시킬고생 안시킬고생 다시켰네요. 여보야 ^^당신 나한테 무지 잘해야겠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