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그리운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1-10-18 08:34:30
- 조회수
- 2,360
제목이 좀 야시시한가요. ㅎㅎ
지난주 토요일 남편은 저녁에 자고 온다며 먼길가고
시동생은 컴퓨터 고친다고 가고
막둥이녀석은 친구들하고 농구하러 가선 오질않습니다
늘 집에 남자들만 있었는데 세남자가 모두 없는 집안에서 TV켜놓곤 길게 누웠습니다
아~~ 넘 편하다. 신랑없으니 저녁밥걱정 안해도 되고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편한 마음으로 30분쯤 지났을까? 이게 뭔 날벼락이냐구요
갑자기 무서운 바람이 불기시작하더니 천둥번개 우루루쾅쾅 여기저기서 번쩍 번쩍
바람은 집을 삼킬듯 불어대는데 무섭습니다
조금있으니 우두둑거리며 빗방울 하나가 거짓말보태 주먹만하게 떨어집니다
얼른 벌통이 무사한지 내다보니 몇줄 벌 덮어준 보온덮개가 앞뒤로 떨어진것이 보입니다
솜 덮어준것 비 맞으면 안될것같아 얼른 뛰어 내려갑니다
하늘은 캄캄해지고 비 덜 맞을욕심으로 재빠르게 다시 벌통을 덮어줍니다
으^^왜 ? 왜? 꼭 울신랑 없을때만 이런일이 일어나냐구
예고에도 없던 비가 왜 오냔말이지 ~~오려면 얌전하게나 오던가 바람은 왜 불어가지고
이렇게 일거리를 만드는건지
그나마 세줄만 벗겨져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정신없이 덮어주고 계단을 올라오려니 숨이차서 켁켁 헉헉
옷갈아입곤 걱정이되어 남편한테 전화를 해봅니다
"비 오고 난리인데 거긴 괜찮오"
"여긴 멀쩡한데...허~~어" 금방 있던일을 이야기했더니 미안한지 허~~허 합니다
"우쒸 왜 꼭 당신 없을때만 이런일이 있냐구. 남자둘이나 있을땐 멀쩡하더만"
그소리에 남편도 웃습니다
두남자 있을땐 이런일이 없었을까요? 있어도 둘이서 해결을 다했던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남편이 멀리 간날은 꼭 이런 힘든일이 생깁니다
혼자있는것이 걱정되는지 막둥이 왔냐고 묻습니다
안왔단 소리에 빨리 다니지 뭐하냐고~~
막둥이한테 메세지 보내봅니다 "뭐하고 여지것 안와"
"애들하고 농구하고 8시차 타고 갈거에요"
그러던 녀석이 막차시간이 넘어도 안옵니다
"엄마 저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갈거에요. 지금 씻고있어요"
참^^^나
갑자기 무서움이 몰려옵니다
조금있으니 "문을 두두리는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갑자기 가슴이 쪼그라듭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섭지 다른땐 안그랫는데
흰둥이 풀어놨나. 조금있으니 또 소리가 납니다 분명 검둥이와 흰둥이녀석이 꼬리로 문을 치는 소리입니다
한숨한번 몰아 쉬곤 가서 문들 잠궜습니다
조금있으니 남편 또 전화옵니다
보일러 내려가지않게 잘 돌리고 막둥이 안왔단 소리에 문단속 잘하고 자라고~~
그렇게 남자들이 없는 밤은 무지 길더군요
무섭게 불더 바람도 내리던 비도 조용해지고 늦은밤 달님이 환하게 웃고있습니다
참 변덕스러운 날씨
시골에 것도 늦은밤에 누구하나 찾아올사람 없는것 뻔히아는데 왜 무서운 생각이 들었는지
다음날 그런 이야기를하니 인규아빠
"형수 아직도 아가씨간 무서워요. 한두해 산것도 아니구만"
"아가씨만 여자간. 아줌만 더 무서운겨"
"아줌마를 누가 잡아간다고"
"여자는 죽는순간까지 여자인겨"
그소리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다음날 들으니 시내권은 구슬보다 큰 우박이 내렸다고 합니다
아는분은 밭에갓다가 그 우박을 맞았는데 다음날까지도 머리가 아프다고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날씨덕분에 고생들좀 했나 봅니다
정말 토요일 그날만큼은 우리집 남자들이 무지 보고싶었어요
댓글목록
이건기님의 댓글
남쪽으로 이사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큰 피해는 없는 듯하니 다행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젖먹이 아들이라도 등에 업으면 야밤에 고개를 넘을 수도 있다고요. 꼭 아들이 아니라 혼자일 때 느끼는 무서움이 작은 아이라도 같이 있으면 덜하다는 얘기겠지요. 앞으로는 순서 정해서 불침번 세우시고 편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울집 큰형이 애기였을때 등에없고 고개를 넘는데
자꾸 누군가 따라오는듯해서 돌아보면 없고....없고...
결국 호랑이를 보고말았다는군요
얼마나 무서웠는지 집에 돌아와서는 몇날몇칠을 앓아누웠대요
이젠 호랑이도 없고 어머님도 없고....
우리도 곧 우리아이들의 추억속에 존재하게 되겠지요
벌집아씨님의 댓글
그리고 울큰넘 젖먹이때도 갑자기 다른 양봉인한테 구경간 신랑 밤 12시가 넘어도 오지않을때 그 타지에서 젖먹이넘 끌어앉고 의지하며 밤을 지세웠답니다. 그러고보면 울신랑 시킬고생 안시킬고생 다시켰네요. 여보야 ^^당신 나한테 무지 잘해야겠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