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우산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7-09-17 08:17:21
- 조회수
- 2,618
올해는 비 안오는 날보다 비 오는날이 더 많은것같이 느껴집니다.
토요일 아침 딸래미는 엄마가 사다준 우산이 맘에 안든다며, 내가 무슨 밍키공주인줄
아냐며, 우산산다고 돈을 달라고 합니다.
분홍색에 흰 땡땡이가 그려진 우산을 사주었더니, 비를 맞으면서도 챙피하다고 쓰지를
않더니 매일 오는 비에 안되겟는지 우산을 산다는 것입니다.
비만 안 맞으면 되지 우산색이 무슨 상관이냐고 잔소리하고 돈을 주엇습니다.
저녁에 돌아온 딸아이 손에는 천원짜리 비닐 우산이 손에 들려있엇습니다.
우산을 펴보니 제법 탄탄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딸아이의 비닐 우산을 보며 어린시절 비만오면 방문 열고 떨어지는 낙수소리조차
청승맞게들리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지금처럼 천원짜리 비닐 우산이라도 있었다면, 낙수소리가 분위기있게 들렸을법한데
비오는 아침이면 집이 한바탕 뒤집어집니다.
학교갈 아이들은 줄줄이 서있고, 우산이라고 생긴것은 하나도 없으니 아빠는
어디서 흰 비닐을 잘라다 어깨에 메어 주십니다.
그거라도 없으면 학교에 갈수없으니 맘에 들지않지만, 할수없이 볼품없는 모양세로
학교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빠는 차라리 비를 맞고 가겠다며, 있는 힘것 달려가지만, 한없이 내리는 비를
피할길이 없는지 가다가 커다란 오동잎 몇개 따서 한손으로 머리위에 받이고 갑니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해보면, 다른 아이들도 별다를것이 없습니다.
옷들은 모두 젖고 하루종일 끈적끈적한 모습으로 공부를 해야합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도 잎이 많은 나무나 바위 밑에 몸을 맡기는것이 다이고
조금씩 내리면 오빠가 했던 모양과 비슷하게 오동나무 잎을 따서 비가림을 하던지
아니면 참나무 가지 몇개 꺾어 머리위에 대고 가면 생각보다 옷이 많이 젖지 않습니다.
어쩌다 비닐 우산 하나씩 사다주면, 학교갈 준비를 서둘러 신나게 쓰고 가보지만
바람 한번 불면 , 휙 뒤집어져 비닐은 엉기구, 덜렁 남은 대나무 우산살을보며
한숨짖던일이 이제는 먼 옛날 추억으로 아련하게 떠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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