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이삭 줍기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1-11-29 10:33:29
- 조회수
- 2,404
어제 볼일이있어 아침먹고 신랑이랑 해남으로 갔습니다
먼길 차타고 가는것 싫어 안가고 싶었지만 지난주부터 예약되어있던 일이라 투덜대도 못하고 따라나섰지요
가는길 산과 들판을 보니 참 아름답습니다
늦서리맞고 옷을 갈아입은 단풍들이 이렇게 보는이를 즐겁게 해줍니다
만나야할 분이 좀 늦는다해서 인근 우리 봄 봉장자리로 갔습니다
경운기나 겨우 들어갈만한 길을 힘들게 갔습니다
멧돼지가 들어와 다 캐먹을까봐 망을 처놓았나 봅니다
앞서가던 울신랑 "멧돼지들이 고구마밭 다 헤집어놨네" 합니다
세상에 굵직한 멧돼지 발자국과함께 밭을 갈아놓은듯 파헤쳐있습니다
뒤에 따라가면서 어린시절을 생각해봅니다
다 캐간 고구마밭 호미들고 나중에 가서보면 굵직한 고구마 한개씩 보일때마다 얼마나 기분좋았던지
그생각을 하며 고구마밭을 보다가 고구마색이 조금 보이기에 옆에있던 돌맹이로 흙을 파헤처
캐봤습니다. 제법 굵직한 고구마가 나옵니다
몇발자국 또가서 고구마등이 조금 보이기에 또하나 파헤처보니 이번엔 아주 굵은넘이 나옵니다
기분좋아 신랑에게 소리칩니다
"정우아빠 나 고구마캤다"
"뾰족한 나무가지좀 만들어줘"
그러면서 두개의 고구마를 보여주자 울신랑 산으로가서 나무가지를 잘라다 줍니다
왠일로 저리 말을 잘 듣는담.
울신랑 잠시후 "나도 캤다" 하면서 보여줍니다
"밤고구마다."
색이 빯간것이 한눈에 밤고구마인것을 알수있습니다
해남에 고구마가 유명하니 분명 달콤할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돌맹이가 많은 밭에서도 고구마는 제법 밑이 잘들었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온밭을 헤메며 고구마 이삭 줍기에 빠졋습니다
무심코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했던 작은 행동이 이나이에도 재미를 맛보게 해줄줄이야
ㅎㅎ 우린 해마다 한가지 재미있는 일을 만든다니까
그소리에 울 신랑 놀면 뭐해 합니다
어느해엔 시장 할머니들이 가지고 나와 파는 오리목나무 버섯이 맛나단 소리듣고
온산을 뒤져 눈이 온뒤에도 다니면서 보라색 오리목버섯을 따다 먹은적도 있습니다
멧돼지녀석들이 먹다 남은것들도 보이고 기계에 잘려 나간것도 보입니다
고구마 이삭을 주우면서 자꾸 시선이 산으로 갑니다
산에서 금방이라도 멧돼지들이 내고구마 내놓으라며 나올것만 같습니다
고구마 등이 조금만 보여 캐보면 우릴 실망시키지않고 큼직한 고구마가 나옵니다
처음엔 잔것도 담던 울신랑 나중엔 작은것이 나오니 에이~~ 하면서 버립니다
ㅎㅎ 배가 부른것이지요
"그런데 다 캐간 고구마밭에 왜 고구마가 이렇게 많은거야"
"줍는 사람들이 대충 추웠나?" 물으니 울신랑 그게 아니라 그땐 흙에 덮여 안보였던것이
비맞고 흙이 쓸려내려가 보이는거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울신랑 바지는 어느새 흙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와 여기사는 멧돼지들 살이 통실통실 쪘겠다. 이렇게 빨간 밤고구마를 먹었으니"
신랑과 난 누가 누가 많이캐나 . 누가 더 큰것을 캐나 내기라도하듯 그렇게 고구마밭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푸대가 제법 무겁습니다
울신랑 고구마밭 옆에 버려진 푸대하나 더 가져옵니다
끌고 다니기 무겁다고
그렇게 밭을 다 헤멜시간 약속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우아빠 이제 가자. 체력 고갈됐어"
아침밥도 안먹고 따나나섰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고구마 이삭줍기에 정신팔려 에너지 방전직전입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전날에도 교회가서 전도회때 대접할 만두만들어 대충먹고 건너뛰었었는데
상큼한 산공기 마시면서 그렇게 즐거운시간 보내고 차안에있던 귤하나 나눠먹으며 허기를 달래봅니다
볼일 보고 오면서 " 정우아빠 우리 바보다"
"왜?"
"그 옆에 큰 고구마밭 또 있었는데 그 옆밭에도 가볼걸"
"그러게 왜 그걸 생각 못했지"
우리가 이삭주운 고구마밭은 우리 봉장터라 당연 주워도 된다 생각했는데 그 옆밭은 남의밭이란 생각에
들어갈 생각도 못했었나 봅니다.
돌아오면서 연신 배고프다를 외치는 울 신랑
"나도 배고파서 어지러울려고 그래" 했더니 울신랑 그럽니다
"배고프면 고구마 먹어"
"난 날고구마 안먹어. 내가 멧돼지야. 흙묻은 고구마 먹게"
그소리에 울신랑 한바탕 웃습니다
돌아오는길 조금은 멧돼지한테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밤에 교회갔다 왔더니 울 신랑 고구마를 쩌서 줍니다
"와 달다" 밤에 간식 잘 안먹는데 고구마 두개를 먹었습니다
우리가 사다 놓은것도 있는데 그것보다 우리손으로 주워온 고구마라 더 맛납니다
울신랑 주워온 고구마 저울에 달아봤나 봅니다
22kg 주었답니다
고구마 먹으면서 울 신랑 그럽니다
"내일 고구마 주우러 또 갈까?"
ㅎㅎ 울신랑도 옆에 큰 고구마밭이 눈에 아른거리나 봅니다
댓글목록
이건기님의 댓글
봉한기의 여유로움이 묻어납니다. 이제는 고구마 이삭줍기 매일 다녀도 되지 않을까요?
사무실 앞에 애기동백나무가 있습니다. 지금 하얀꽃을 피웠는데 향기가 제법 그윽합니다. 지난 토요일 발견했는데 말벌이 계속 날아들고 있습니다. 벌침용 핀셋으로 꽃에 앉은 말벌을 잡는데 토요일,월요일 잡은 것이 46마리, 어제는 50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아침도 조금 일찍 출근해서 10마리 잡았습니다. 오늘은 기온도 조금 내려갔고 바람도 있어 작업여건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점심식사 후딱 해치우고 말벌사냥하려고 합니다. 오후에 비가 온대서 조금 거시기합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그런 재미있는 말이 있었네요~
우린 요즘 참말 한가해서 좋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닭장을 손보고 그안의 공간에 이런저런 자재와 연장들을 정리하고 나니 다른곳이 깨끗해져서 좋군요
그런데 그곳은 여태 말벌이 있다니 혹시 창원쪽에 많다는 등검은 말벌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서 새로 유입된 꿀벌을 엄청 물어가는 새로운 천적이라는군요
이곳은 어젯밤부터 비가주룩주룩 내립니다.
오늘도 즐거운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