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가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2-02-10 23:15:40
- 조회수
- 2,557
어제가 이사람의 생일이었습니다
울신랑은 마눌의 생일은커녕 자신의 생일도 한번도 기억 못하는 사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는것이 바쁘다보니 나도 그런 신랑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내 생일은 보름 3일뒤여서 잘 안까먹습니다.
전날 저녁 컴을 하고있는 남편한테 한마디 합니다
" 다른 날은 몰라도 생일인데 미역국은 먹어야겠지?"
남편의 대답은 헐~~~소리 절로 나오게 합니다
"좋으실대로"
그래 기대할걸 기대해야지 울 신랑이 다시 여자로 태어나면 모를까 무슨 미역국을 끓여주겠어
바로 어제아침 미역국을 끓여 절대로 안먹는 아침을 몇수저 먹었습니다
엄마가 생일날이면 억지로라도 밥을 먹게하셨습니다
생일날 굶으면 1년내내 굶는날이 많다며 생일날만큼은 밥도 어른밥처럼 곱베기로 담아주셨지요.
갑자기 엄마의 말이 생각나서 먹게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두 부자 "미역국 냄새가 무지 맛있게 난다더니 진짜 맛있다며 먹습니다
"그려 코는 무지 발달했고 입맛은 상급이지"
저녁상에도 역시나 남은 미역국을 먹습니다
늦게온다는 아들넘을 냅두고 둘이 먹고있는데 아들이 손에 케익을 들고 들어옵니다
엄마 생일이라고 아들녀석 손에 무언가 들려온것은 처음입니다
돈이 없어서 못사들고오고 학교가 시골쪽에 있으니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을 못사온다고 하는
아들입니다
설때 받은 세배돈이 남아있나 봅니다
무드없고 멋없기는 아들이나 아버지나 똑같습니다
물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이런 분위기를 안 만들어준 에미이니 할말도 없습니다
아이들 어렸을때 가끔 케익사다 촛불켜주긴 했어도 오래된 이야기니 말입니다
"야 이왕 사왔으면 제대로 해라"
그소리에 막둥이 초를 꼽고 불을 켭니다
"와 그런데 너 ^^성냥불 켤줄안다"
"그럼 이런것도 못해요?"
"어 요즘 아이들은 성냥불 켜볼 시간이 없었잖오"
"엄마 제대로 하려면 불도 꺼요"
"불은 냅두고 그냥하자"
마눌 성화에 의자에서 내려온 서방님과 아들은 둘이서 빵빵 하나씩 터뜨립니다
그러곤 그냥 먹을 기세입니다
"빨랑 축가 불러줘야지"
아들녀석은 웃기만 합니다
마눌 성화에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울 신랑 능청스럽게 "할렐루야" 그럽니다
"마눌 생일축하 노래도 못불러줘. 빨리 제대로 불러줘~~잉"
할수없이 시작합니다
그 큰 손으로 박수치면서 ~~~ 사랑하는 빵숙이 생일 축하합니다
결혼 23년만에 처음으로 남편한테 이렇게 찔러서 축가를 들었습니다
살다보니 남편한테 이렇게 생일축하 노래도 들어보네요
댓글목록
이건기님의 댓글
저도 애들 생일은 조금 신경쓰는데 후여사 생일은 그냥 넘어갑니다.
물론 제 생일도 마찬가지로 넘어갑니다.
그래도 23년 만에 생일송을 들었다니 좀 심한 편에 속합니다.
앞으로는 매년 불러야 보통사람 축에 들어갑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그래도 평생 안불러주는 남편도 부지기수로 많을걸요~
그저 빵숙이는 복받은거여~~ㅋㅋ
벌집아씨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