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보는 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2-02-27 09:46:06
- 조회수
- 2,827
요 며칠 벌들과 첫 대면을 햇습니다
얼마전 마눌없는 틈을 타서 울신랑 벌 한줄을 봤다며 혼자하니 능률이 안올라 혼났납니다
빨리 벌 화분떡 올려주고 급수기 설치를 해주어야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습니다
온도가 높다는 소리를듣고 일할 준비를 합니다
컴앞에있는 남편을 볶아댑니다. 얼른 일하자고
패딩옷 입고 목도리 둘러싸고 나갔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완전 봄 날씨입니다.바람 한점없는
온도가 높아도 바람이불면 춥기 마련인데 남편도 입었던 겉옷을 벗어던지고 나도 목도리를 풀어버렸습니다
감싸주었던 솜을 풀고 뚜껑을 열자 벌들이 일제히 비행을 합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벌들이 그렇게 마당가득 날아오르는것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집니다
이것도 직업병인지 모르겠습니다
한줄 보고있는데 지난해보다 벌 상태가 안좋습니다
이럴땐 마음이 착찹합니다
이른봄 처음에 벌을 보는 그순간이 참으로 양봉인에겐 중요합니다
겨울 월동을 잘 났을까? 그 추운겨울을 잘 이겨주었는지 기대를 하고 보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월동벌 상태가 좋으면 그만큼 안심을 할수있어 더 그렇습니다
소비장이 비뜰어진것이있어 이것이 뭐냐고 옮길때 잘 옮겨야지 한소리하니 울 신랑 그럽니다
" 빵숙이가 안 도와준 티가 나는구만"
일을 하면서 벌에게 안쏘이면 그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손을 서너방 쏘이고나니 조금 심술보가 부풀어오릅니다
"당신 한방도 안쏘였지?"
벌을보고있는 남편한테 묻습니다
"이사람아 어떻게 안쏘여. 몇방 쏘였는데 말을 안하는거지"
"그런데 이상하네. 쏘이긴 분명 많이쏘였는데 아푼 기억이 별로없네"
"어~~ 벌이 아직 기운이없어 약하게 쏴서 그런가봐. 나도 손몇방쏘였는데 괜찮아"
두런 두런 다들 올해는 벌 월동을 잘못나서 벌들사려고 한다는 이야기부터 올해는 꿀을 좀 더 많이
따야하는데등등 이야기를 하면서 벌을 봅니다
어느통은 왕이 없어져 벌들이 다 옆통으로 모여 금방 꿀따러가도 될정도로 좋은통이 있는가하면
한주먹씩 붙어있는 가난한 벌통도 있습니다
이런통이 나오면 합봉을 처야하니 일이 많아집니다
아~~~따가워^^
갑자기 정신빠진 벌한마리가 눈을 쏘고 달아납니다
하도 벌한테 쏘이다보니 쏘이는 부위와 강도에따라 부울건지 아닐건지를 금방 알수있습니다
으~~ 얼마나 강하게 쏘였는지 쏘인눈 아래가 찬 바람이 스틸때마다 뼈까지 아려옵니다
큰일났네. 또 눈팅이 밤팅이되게 생겼네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 조금씩 부어오르는 느낌이 옵니다
"정우아빠 많이부었지?"
"어 부었네"
이럴때는 일할맛이 다 달아납니다
이른봄 오후엔 바람이 불고 온도가 떨어지기때문에 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않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3시 빨리 나가자고 서두르는 마눌보고 남편은 그럽니다
"가만좀 있어봐. 밥먹은것 아직 위까지 내려가지도 않았구만"
나도 쉬고싶고 나가기 싫지만 조금 앉아있으면 나가기 싫어지고 늦어봤자 더 추운것을 알기에 결국 앞장서 나갑니다
남향에있는 벌을 보니 그쪽은 북쪽에있는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지난해 하지않았던 방법으로 월동을 났는데 벌들에게 더 좋을줄알고 했던 방법이 그리 좋지 못한 결과가 보입니다
벌들하고 그리 오랜세월 같이하지만 말이 안통하니 이아이들에게 좋은것이 어떤것인지~~~
우쒸~~ 남편의 거친소리입니다
처다보니 울신랑 오른쪽 쌍커플이 부풀어오릅니다
"당신은 꼭 오른쪽 눈을 쏘이데.."
"어 . 이상하게 오른쪽 눈만 쏘더라구"
일하는 도중 울신랑 귀에 두번이나 벌이 들어가 고생을 햇습니다
성질급한 남편이 귓속에 들어가 벌이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올해는 벌한테 많이 쏘일려나 봅니다
그해 처음 한두번 벌볼때 안쏘이면 그해는 대부분 몇방 안쏘이고 넘어가더만
올해는 수없이 쏘였으니 각오를 해야할것 같습니다
그렇게 3일 정신없이 서두른탓에 벌 축소시키고 화분떡은 다 올려주었습니다
성질급한 작은 풀들은 벌통앞에서 꽃 망울을 터뜨리는것을보니
추위속에서도 봄은 그렇게 우리곁에 왔나 봅니다
앞으로 점점 바빠질것을 알지만 겨울은 우리가 휴식을할수있어 좋고 봄은 생동감있어 더욱더 기다려집니다
올한해에도 우리 봉이들이 열심히 달콤한 꿀들을 물어다주길 기도해보면서
두승산넘어가는 햇님을 보고 방긋 웃어봅니다
댓글목록
이건기님의 댓글
저는 간밤에 벌침 18마리 맞고 잠잤습니다.
코가 조금 찡찡해서 코 중간에 비통이란 혈자리에 한방씩 놨더니 코가 편안해졌습니다.천연항생제 벌침을 수시로 맞을 수가 있다는 것도 어찌보면 복입니다.
벌집아씨님의 댓글
한번에 그리 많이 맞으시나요? 첫아이 갖고 매일 저녁마다 어깨에 열댓방씩 맞던 기억이 납니다 .대추벌 한마리 잡으려다 헛손질한것이 문제가되어 죄없는 벌이 희생양이 되었었지요
병원으로 달려가지않고 그렇게 벌침을 맞으시는 건기님이나 이루아빠님이나 현명하시고
정말 복 받으신 분들이지요. 알고있다고해서 다 실천에 옮길수는 없으니까요
운영자님의 댓글
아참, 올겨울에는 터닦느라 많이 놀지도 못했네~
하여간에 일할때 실컷일하고 놀때도 실컷 놀수있는 벌쟁이가 저는 가장 좋아요~
서병섭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많을때는 수십방씩 쏘여요~
면역이 생겨서 별로 붓지않고 많이 아프지않으니 할수 있는 일이지요
마눌은 눈 주변만 아니면 모기에게 물리는것보다 벌쏘이는것이 낫다고 합니다
전 모기가 물어도 별로 감각이 없고 벌에 쏘이면 약간 자국이 남는 수준...
가죽이 두꺼운 원시인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