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승산표 백숙
- 작성자
- 이건기
- 등록일
- 2012-11-02 14:26:17
- 조회수
- 2,217
헐..... 글 올리다가 날아가버렸네요.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합니다. 하루는 마산에 계시는 고모부님이 오셨습니다. 초저녁에 잠이 들었는데 어머님께서 깨우시더군요. 닭고기를 주기에 맛나게 먹었습니다. 잠시 후에 화장실에 가는 길에 닭장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닭이 그 날 식탁에 올랐던 겁니다. 5남매가 각자 자신의 닭을 정해두고 분신처럼 아끼며 돌봐왔습니다. 모이를 줄 때도 자기 닭만 먹게 하려고 다른 닭들이 오면 꼬챙이로 쫒아내기도 많이 했습니다. 닭고기 먹은 사람들을 그 닭처럼 만들어주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닭에 얽힌 사연 중에서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사건입니다.
어제는 퇴근하자마자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분한테 벌침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손이 저리고 어깨가 아프다는 분인데 지금은 손저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좋아하면서 허리가 조금 아프다고 하시네요. 허리가 좋아지면 또 다른 곳이 아프다고 하겠지요. 돌아오는 길에 택배를 찾았는데 오리만한 생닭이 들었더군요. 모래집, 간, 닭발까지 모두 들었고, 아이스팩까지 들었더군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조금 아쉽네요.
백숙은 제가 당번입니다. 몇 년 전에는 옻닭을 제법 자주 해먹었습니다. 백숙용 15약초를 큰 주전자에 끓이면서 닭을 손질했습니다. 내장도 털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별로 손볼 것도 없었습니다. 기름기를 제거하려고 닭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보는데 기름기도 거의 없더군요. 마트에서 파는 닭은 기름기가 제법 많은데, 방사해서 키운 닭이라서 그런지 기름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껍질 부위에 칼집을 중간중간 주고 큰 냄비에 초벌삶기를 했습니다. 기름기를 최대한 없애야 국물까지 맛나게 먹을 수 있을테니까요.
압력솥에 닭을 넣으려고 하는데 애를 무지 먹었습니다. 어찌나 닭이 큰지 목을 집어 넣으면 다리가 올라오고, 다리를 밑으로 누르면 목이 쳐들고..... 한참을 씨름하고 닭을 압력솥에 집어 넣었습니다. 15약초 삶은 물을 붓고 모래집과 간, 닭발까지 모두 넣고 삶기 시작했습니다. 칙칙폭폭 압력솥 추가 돌기 시작하기에 약불로 바꾸고 15분을 더 삶았습니다. 김이 빠지기를 기다려 모래집, 간, 목부위를 들어내서 말벌주 몇 잔하니 1시가 지나가더군요. 오늘 저녁에 후여사 일당과 백숙파티를 거하게 하려고 합니다. 두승산표 백숙이 제 생애 두번째 닭이야기로 남게 될 것같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프로그램상의 문제라서 제가 손볼수 없는것이 아쉽습니다. 저도 불편한점이 많답니다
작년에 닭장을 지으면서부터 건기님께 방사유정란을 드린다고 큰소리쳤는데 깨지지않게 보낼자신도 없고 대신 닭을 보내드렸습니다.
생닭을 택배로 보내는것은 처음이라서 어제 아침부터 일찌감치 서둘러서 냉장실에 1도정도로 유지해 차갑게 한다음 오후늦게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서 보냈으니 더할수 없을만큼 싱싱할것입니다.
놓아기른 닭은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이라서 한번 맛보면 시장닭은 팍팍해서 못먹지요
봄에 사다기른 토종닭병아리가 자란건데 아직 알은 없었고 똥집은 무지커서 저도 놀랐습니다~ 아, 맛있는 똥집~ㅎㅎ
보내드리고 싶은 분은 많은데 항상 게시판에서 뵙는 건기님이 1순위가 되었네요
내년엔 여러가지 농사를 멋지게지어 서비스상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