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여행기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2-11-23 09:27:08
- 조회수
- 2,037
여행이란것은 떠난다는것만으로 즐거운것이다
머리속에 모든걱정 내려놓고 훌훌 떠날수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하루이틀 택배쉬고 그냥 가자~~~~
우리집때문에 늘 여행날짜를 늦가을에 잡는것도 사실은 시댁식구들한테 미안한 일이다
제주야 처음이 아니지만 유명한곳만 정신없이 따라다녔던때와 달리 우리끼리 다니니 여유가있어 좋다
비행기안에서 내려다본 하늘은 작은 마음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할정도로 아름답다
제발 도착했을때 비만 내리지 말아라~~
제주갔다와서 바로 시낭송행사가 있다며 백록담을 준비하란 소리에 잘됐다 싶었다
그동안 긴 백록담을 외우면서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있어 표현을 제대로 못했기때문
작은 나라이지만 참으로 내가 자라고 살던곳하곤 너무나 다른 문화를 보면서 새롭고 신기하기도하다
돌박물관을 돌면서 다른곳은 안가봐도 제주에 온것을 후회안할것같은 마음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도시락싸서 둘이 조곤 조곤 말하며 그늘에 쉬어가며 그렇게 하루 놀고싶은곳이다
따뜻한 봄이나 한여름에 갔었다면 더 좋았을것을
다음날 새벽부터 서둘러 오르기 시작한 한라산
백록담이 얼마나 멋있고 장엄하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려나 싶어 마음도 급해진다
9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유된다는 소리에 조금 기가 죽긴했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옮겨본다
한참 오르니다, 뭐 이런다냐~~
서울사람들은 다 보란듯 저멀리 앞서나간다.
울 신랑은 마눌이 걱정되어 그런지 앞서 못가고 나한테 맞추어 간다
그런데 무슨 이렇게 재미없고 볼것없는 산행이 다 있단 말인가
그동안 많은 블로거들이 올린 글하고 왜 이리 다른가
계속해서 습지에 울퉁불퉁 돌위를 걸어야하니 한시도 먼곳을 바라볼수가 없고
똑같은 나뭇잎하나 없는 나무와 작은 신우대들
어느 아저씨는 짜증나 죽겠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가끔 까악까악 울어대는 까마귀녀석들은 왜또 저리 큰건지
막둥이란넘이 한라산에 갔다와서 그곳에 까마귀는 팔뚝만하다고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여자셋이 뒤처지자 울 신랑 그런다
저 까마귀가 왜 저렇게 자꾸 우리따라 다니면서 우는지 알오~~
먹을것 달라고 그러겠지
"누구 한사람 쓰러지면 끌고가려고 그러는거야. 그리고 쓰러지면 제일먼저 눈부터 콕 쪼아먹는데"
그소리에 우리 삼동서는 배곱을 잡고 웃으며 조금 더 기다려라~~ 아직은 쓰러질때가 아니다며 소리질렀다
중간 중간에 대피소가있어 그래도 다행이다
긴 산행길에 약수터도 딱 한곳~~~ 지금까지 다녀본곳과는 너무나 다른곳이다
옛날 생각하고 산행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내가 잘못이다
"난~~ 지금 머리 굴리는중이야"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고 포기를할까 하구"
다리는 무겁고 더웠더 추웠다하긴하구 볼것은 없고~~~ 신랑 팔을 잡고 의지해 올라가면서 한 소리다
앞서 도착한 우리 일행들을 진달래 대피소에서 만났는데 우리 시숙님 다시 올라가잔다
" 나 김밥이랑 얼른 컵라면 줘요. 밥 안주면 난 못가"
어쩔수없이 컵라면에 준비해간 김밥으로 배를 채운다
중간중간 귤이며 음료등을 먹었는데도 밥이 먹고싶다
다른 사람들은 아침을 먹었는데 아침밥을 싫어하는 나만 굶은탓에 더 지친 모양이다
다들 라면이 왜이리 맛나냐며 웃는다
"난 여기서 놀고있을께 갔다와.하는 소리에 울신랑 자기팔에 매달려 가란다"
하긴 나만 안 올라가면 나중에 갔다와서 자랑들하면 ~~~~
다시금 그렇게 오른 한라산
거기서 포기하면 정말 후회할뻔했다
진달래 대피소를 조금 오르자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록담을 넘어온 구름들이 나무가지마다 얼어붙은것
눈 산행을 수없이 봤지만 이건 또다른 멋진 모습
역시~~~ 이런맛에 산행을 하는거였지
그 아름다움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걸음 옮길 생각들을 잊는다
모두가 카메라에 눈꽃 세상을 담기에 바쁘다
아래에선 덥더니 그곳에선 추워 콧물이 줄줄 흐른다
바람은 또 왜이리 차다냐~~
귀찮은 까마귀녀석들은 계속해서 까악까악 울어댄다
얼음꽃밭을 지나니 이번엔 나무한그루 없는 풀밭이 나오고 바람은 쌩쌩
이러다 바람에 밀려 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것은 아닌가 싶을정도로 세다
조금 위에서 사람들이 모여있고 함성이 들린다
무슨일인가 싶어 얼른 발을 옮기니 사람들 소리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난리법석이다
백록담이 그리 멋있나~~~싶어 무겁던 다리를 재빠르게 옮겨본다
조금전 소리지르던 아저씨 내려오면서 빨리 가보라고한다
아~~~~멋 모르고 달려갔다 바람에 밀려 백록담으로 골인할뻔했다
사람들이 내려다보던 곳엔 아무것도 없이 뿌연 구름이 가득한데 무얼보고 소리를 지른것인가?
의아해하는 시간도 잠시 작은 햇살이 보이는가 싶더니 저깊은 백록담에서 멋지게 구름을 올려보내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답던지
그렇게 백록담은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기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아마 긴시간 오른 우리들에게 그렇게 보답을 하고있단 생각이 들었다
바람과함께 밀려온 구름은 산을 넘어 아래로 아래로 밀려가고 바람 무서운줄 모르고 날던
까마귀녀석도 구름과함께 날개접인 모습으로 사라져갔다
바람에 우리 모습은 참으로 볼만했지만 그것도 잊고 셔터를 눌러댄다
나중에보니 머리들이 다 한판 붙고온 것 같다
저쪽에선 모자가 다 날아갔다고 난리고~~
그러게 세찬 바람도 계단 몇개 내려서면 온아하니 참으로 자연의 신비를 누가 말할수있으랴
아~~~그래서 시인은 그렇게 썼구나
불구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얼마나 힘든 산행이었기에 불구에 가깝다고 했을까?
쫒겨운 실구름 일말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절폭인 백록담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시인의 마음 그대로 느낄수있는 시간이었다
아~~ 이번 행사에 백록담을 멋지게 표현할수있을것 같다~~~
우리 신랑이 자기팔에 의지해서 오르잔 말에 힘얻어 오랐던 산행
포기했으면 이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을 평생 못볼뻔했다
울 신랑은 한라산 꼭대기에서도 울려대는 고객분들의 전화를 받으며 와~~~ 한라산에서도 전화는 잘터지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오면서 아까 밥을 안먹고 왔으면 큰일날뻔 했다며 한마디씩한다
"샘. 백록담 말고 윤동주시인의 별 혜는밤과 박두진님의 꽃 외우세요"
뭐여~~~~~~
내려오는길 역시나 지루하고 힘들다
다리는 풀려 잘못하면 발목 나갈것같아 정신차리고 내려오려 안간힘을 써본다
뒤에서 막내동서 발을 보고 오노라니 웃음이 난다
한걸음 한걸음 ㅓ걸을때마다 발이 바르르 떨리는것이 보인다
한행에선 한번 뒤처지면 따라가기도 힘들기에 앞장서서 내려왔다
도착지가 보이면 그힘으로 가는데 이건 앞이 하나도 안보이니 더 죽을맛
주차장이 보이자 나도 모르게 소리질렀다. 야~~ 보인다
뒤에 쳐젔던 울 형님
까마귀가 달려들어 혼이 났단다
까마귀녀석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한참 보고있더니 바로 얼굴로 달려들더라는것
순간 울 신랑이 말한 소리가 생각나 겁이 덜컥나더란다
그소리에 우린 또 한바탕 웃었다
울 신랑 영양가없는 소리한다
"우리 내년에 또 올까?"
"싫오 백만원줘도 나 다시는 안 올라가"
ㅋㅋ대는 울 신랑 웃음소리를 뒤로한채 울긋불긋 단풍들을 보며 한라산 자락을 벗어났다
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그런데 좀더 우린 좀더 시간이 지나야 그런마음이 들것같아요~ㅎㅎ
항상 고통만 이어진다면 세상 살아갈사람이 없을것입니다.
고통도 기쁨도 한순간이지요. 내일쯤 백록담 사진 올려보겠습니다~
동영상도 찍었는데 컴 새로깔면서 편집프로그램이 없어져버려 큰놈에게 부탁해야 겠습니다.
이유빈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흐뭇했습니다. 마눌이 중요하긴 한가봅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있는 시간은 무얼해도 좋지요. 여행의 묘미는 볼것 먹을것을 포한 고생또한 큰 추억으로 남을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