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녁에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7-10-16 13:03:03
- 조회수
- 1,835
오늘도 따스한 햇살로 아침을 엽니다.
새벽부터 콤바인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름내내 내리던 비로 감도 다 떨어지고 나무에 몇개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어르신들 모이시면, 올해는 모든것이 흉작이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덩그러니 남은 감도 주홍빛을 띄고 기계가 지나간 들녁엔 휑한 바람만이 붑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멋스럽게 느껴지고, 아줌마들은 짚을 묶으며
호호하하 합니다.
머리에 큰다라이 이고 새참 가져왔다며, 큰소리 치며 아줌마가 나타날법도 한데
지금의 농촌에서도 그런것 본지 오래되었습니다.
대신 부르릉거리며 배가 뿡나온 철가방 아저씨가 달려옵니다.
한쪽에선 콤바인이 나락을 벼고, 또 한쪽에선 콤바인에서 받은 나락들을 차로 실어
또 한쪽에선 집을 묶고 있습니다.
딸딸딸, 딸딸이도 오늘만큼은 큰 일꾼 입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짚을 쌓아 조심 조심 논두럭을 빠져나갑니다.
기나긴 겨울날 소들의 먹이로 쓰이겠지요.
길가엔 온통 나락으로 뒤덮여있습니다. 다행이 햇살이 좋아 모두들 기계에 말리지않고
햇살에 말리니 다른해보다는 밥맛이 좋을듯 싶습니다.
이젠 윗마을 할아버지도 좀 편해지시겠네요.
논에 파릇 파릇 새싹들을 심어놓으시고, 비가오면, 혹여라도 잠길까
걱정되어 새벽부터 나오셔서 논두럭에 앉아 보살피시고, 바람불면 혹여라도
누워버릴까? 걱정되어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뒷짐지고 나오셔서 담배 한가피 입에
무시고, 답답한 마음을 허공에 날리시곤 했는데 오늘로서 그 모든것을 거둬들였으니
이제 한숨 놓는 담배를 피시겠지요.
햇살에 반짝이는 탱자하나 따서 코에 대봅니다.
진한 향기가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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