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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2층집 지어주기 > 자유게시판

벌 2층집 지어주기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13-04-16 09:36:50
조회수
1,903

남편과 아들 둘한테 벌보는 일 맡겨놓으니 몸은 편한데 마음은 늘 가시방석입니다

토요일 바람은 우리도 날려버릴듯 불어댑니다

다행 그리 찬 바람은 아니니 두 부자는 여전히 벌 계상 작업을 합니다

마당엔 여기저기 노오란 민들레꽃이 피어나고 튜율립도 예쁜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점심먹고 좀 도와줘야지~~했는데 두부자가 나간사이 깜박 잠이들었나 봅니다

잠결에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다시금 일어나니 울신랑 걸칠옷을 달라며 전화가 옵니다

옻을 들고 나가니 정말 바람이 너무도 심한데 그래도 벌들은 그 바람을 이기고 일을 하고있습니다

울신랑 서운했던지 누구 닮아가냐며 속내를 드러냅니다

옻을 주고 얼른 바구니들고 저녁에 먹을 쑥을 캐고 민들레도 한줌 캤습니다

오늘 저녁은 상큼한 쑥국과 쌉쓰름한 민들레 겉절이로 해결했습니다

마당에 나가면 이렇게 잠깐은 먹을수있는 반찬거리가 있으니 이또한 좋습니다

몇년전엔 온통 마당에 민들레로 퍼졌는데 지난해부터는 많이 줄어들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전 이때만 민들레를 먹는데 울 신랑은 질긴것 아무때나 해달라고 졸라서 좀 머리가 아프긴 합니다

다음날 두줄남은것 마져 계상 작업을 해야하는데 비가 온다던 날씨가 비는 몇방울 떨어트리고

바람만 무섭게 불고있습니다

"비가 한바탕 내려야 저 바람이 멈추는데 비가 바람을 못이기네"

몸은 방에있지만 눈은 계속해서 밖을 내다봅니다.

조금 줄어들면 바람이 자나싶어 엉둥이 들썩이면 또 불어대고 울 신랑은 포기한듯 컴만 보고있구

내가 도와줄테니 빨리 끝내자고해도 부는 바람이 무서운지 끔쩍도 안합니다

결국 12시가 다 되어갈즘 바람은 좀 줄어듭니다

우리 세식구 마당으로 나갑니다

살구꽃도 자두꽃도 다 피기도전 바람이 몽땅 털어놔서 올해 맛이나 볼지 염려가 됩니다

헉~~~ 맨 위에 봉사를 보고 기절할뻔 했습니다

아들 전날 비바람 부니 뒷일을 한다고 벌통에서 나온 솜을 걷어다 두긴했는데

묶어두질 않아 바람이 온통 휘저어놓고 계포또한 여기저기

"아들 이렇게하면 하나마나야. 솜을 바로 바로 묶어치우고 계포도 두종류 따로 나눠서 묶어

한곳에 두어야 나중에 갔다쓰기가 좋지"

생각보다 일을 빨리 배우는것같아 사실은 아들이 기특하긴 합니다

그래도 가르칠것은 가르쳐야하니 잔소리가 나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이 없는 녀석이라 씩 웃고 네~~하면 끝이니 재미는 없습니다

 벌을 보는데 꽃향기가 여기저기서 기분좋게 합니다

울 아들은 계상올릴 소비들을 날라오고 난 벌통뚜껑열고 연기 풍겨주며 남편이 넘겨주는

봉판을 윗층에 넣어주고 다시금 계포덥고 뚜껑을 닫습니다

벌이란것이 하루만 늦게봐도 산란할곳 없으면 헛집지어 숫벌을 만들어놓기에 일이 많습니다

울 신랑은 내검하며 숫벌 잘라내냐고 정신이 없습니다

셋이하니 훨 빠르고 좋답니다. 그야 당연한거지요

일하다 서서 보고있는 아들한테 "정우야 서있지 말고 미리 계상을 중간중간 가져다놓고 아빠한테

필요한걸 도와주어야하는거야"

"아빠랑 둘이하다 엄마가 있으니 헷갈려요"

하긴 그럴만도 하네요. 아들나름대로 일 처리를 했을텐데 중간에 내가하니 무엇을해야할지

헷갈리는것이 당연한것을

내검이 끝나면 울 신랑 그럽니다 "정우야 올려라"

그럼 아들은 이층에 올라갈 벌통을 들어서 올려줍니다

"어~~ 이거 당신이 안하고 정우가 한거야"

"어. 내가하면 일어섰다 앉았다해야하니 번거로워서"

"어머나 울 아들 어제 힘들었겠네"

그소리에 아들은 씩 웃고 울 신랑은 그럽니다 "처음으로 일 같은거 했지"

전날 한줄하는데 몇시간 걸렸다며 점심먹고 하자는 아들한테 금방 끝나니 얼른하고 먹자고

2시 넘으면 봄엔 바람이 다시불어 일하기 힘들다며 시작을 했는데 일 끝나니 3시가 되었습니다

내검을 하니 하루 이틀 사이로 2층집을 지어주어야할 벌통이 많습니다

오랫만에  벌을보니 그 재미또한 솔솔합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놀때는 놀아서 좋고 벌을 보면 다른 행복이 스물거리니 무슨 조화인지

일요일에 못 올려준 계상 오늘 다 올려주어야하는데 오늘도 온도는 높은데  여전히 바람은 붑니다

올해는 무슨 바람이 이렇게 쉬도않고 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모진 바람속에도 잘 커준 우리 봉이들이 이쁘기만 합니다

오리목 나무도 꽃을 피우고 산벚나무도 온산을 하얗게 물들이고있으니 오늘도 우리 봉이들 무척이나

바쁜가 봅니다

아침부터 방안까지 분봉난것처럼 벌들 비행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것을보니

벌들만큼 오늘 우리들도 바빠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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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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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기님의 댓글

이건기
작성일
어제 약초카페 회원이 벌침을 배우겠다고 해서 운영하는 식당에 갔습니다. 벌침 얘기하다가 양봉에 관해서 질문을 하는데 거침없이 답을 했습니다. 양봉하시는 분들이 보면 엉뚱한 답이었겠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양봉에 대해서도 많이 아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얘기를 하다가 내가 양봉에 대해서도 제법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승산꿀벌집을 기웃거리면서 아씨님이 올려주신 양봉일기를 부지런히 읽다보니 조금씩 배우게 되었나 봅니다.
생소한 용어가 하나둘 등장하긴 했지만 오늘도 세식구가 일하는 모습 상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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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예상치못한 수확이네요~
건기님께서도 정년퇴직하시면 꿀벌을 기르셔야 할듯...
벌침용으로도 쓰시고 양봉산물 홍보도 하시고...
현대의학의 폐해를 줄이는데 일조하시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