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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서 나는 시골향기 > 자유게시판

밥상에서 나는 시골향기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13-08-06 08:56:43
조회수
2,034

"정우 아빠 호박잎좀 따오지"

"누가 호박잎을 여름에 먹어"

참 나 ^^호박잎 먹는 철이 따로있냐구요

그리고 여름과 초 가을에 호박잎을 먹지 그럼 언제 먹는단 말인가.

그렇게 대답한 울 신랑 호박잎 따올 생각은 없나보다. 매일같이 고추만 한주먹씩 따온다

사람 입맛이 참 간사하다.

처음엔 울 신랑이  농약한번 안뿌리고 지은 감자며 양파도 좋고

풋고추 한주먹이면 한끼 맛나게 먹던 밥인데

가지며 오이도 시장에서 사오는것하곤 비교도 안되게 달고 맛있더니

이젠 가지 나물을 해주어도 호박을 볶아주어도 한끼에 후딱 해치우던 반찬들이 잘 줄지를 않는다

늙은 오이도 처음엔 하나 조물조물 해주면  아~~ 시원해 이상하게 늙은 오이는 더 시원하단 말이야 하며

먹더니 요즘은 그것도 별로인가보다

주부면 매번 끼니때마다 머리에 두통이 오는걸 남자들은 모를거다

며칠전 로얄제리 체취하고 들어오면서  "당신 들어올때 무조건 호박잎 여린것하고 감자좀 가져와"

밥을 하는 동안 울 신랑 한손엔 여린 호박잎을 한쪽손엔 감자를 들고 나타났다

감자 잘께설어 양파넣고 카레국을 끓였다

우리 식구들은 언제간부터 카레보다는 카레국을 더 맛있다고한다

걸죽한 카레 또한 고기넣는것이 싫어서 감자와 양파만 넣고 좀 묽게 끓여주면 왠지 그것이 더 맛나다

입맛 까다로운 울 큰넘도 두말않고 먹는다

얼른 호박잎 뒷족 껍질을 벗기니 울 신랑 한마디 한다

"섬유질 다 벗겨내면 어떻혀"

그렇게 져낸 호박잎과 카레국 그리고 늙은오이무침

음 ^^호박잎 양념을 어떤걸로 할까?

그래 일단은 내가 좋아하는 얌념으로 하자

양파를 잘게다지고 청양고추도 다진후 간장에 넣고 고추가루 살짝 깨소금 고소하게 넣고

참기름 한방울 똑~~

양념장에서 맛난 냄새가 난다

밥상에 앉은 우리 정우

"엄마 호박잎은 된장에다 먹는거잖아요"

"일단 먹어봐. 이렇게 먹는게 더 맛나"

그리곤 울 신랑이 아까 말한것에 답을 준다

"정우아빠 호박잎 뒷쪽 껍질을 안 벗기면 껄꺼로워서 못 먹어"

신혼때 우리 어머님 호박잎 한줌 따다 껍질 벗기는것을 보고 별스럽다 했다

무슨 호박잎 껍질을 벗기나 싶었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것이다

그뿐이랴  고사리를 말릴때  자꾸 모아서 손으로 비벼주기에 그것도 이상했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은 말릴때 그렇게 비벼주지 않으면 지저분하기도하지만 고사리가 뻣뻣하니 맛이 없다는것

그런 이야기를 해주니 울 신랑 웃는다.

우리 조상님네들 다 경험해보고 하는것인걸

간장 얌념을 줬다고 퉁얼거리던 우리 아들도 호박잎을 따온 울 신랑도 맛나게 잘도 먹는다

"와 간장에 얌념을 이렇게하니 양념이 정말 맛있네"

사실은 이렇게 양념을하면 양파향이 간장에 베어나고 단맛이 나오면서 맛나거든요.

호박잎 쌈은 저녁에 먹어야 제맛인데 이렇게 아침마다 호박잎을 먹는다

몇년전 우리 이모부도 "야 ^^ 호박잎을 누가 간장에다 먹냐"

"이모부 이렇게 드셔보셨어요?"

"아니 "

"안 드셔보셨으면 말을 마시어요. 나중에 이렇게 해달라고 이모한테 조를걸요"

드셔본 이모부님 이상하게 궁합이 잘 맞네 .하셨지요.

시동생이랑 일할때도 역시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나중엔 그 양념에 밥까지 비벼먹습니다

ㅋ 반찬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우리 세식구 호박잎으로 금방 행복해졌습니다

어제  점심땐  우리 아들이 말한대로 된장에 멸치넣고 짜지않게 두부와 양파 그리고 고추넣고

쪄서 주었습니다

"아들 된장 쪘으니 많이 먹어라"

밥상을 본 울 신랑  "어~~~ 호박잎과 된장 정말 시골 밥상 같네.

거기에 밥도 보리밥이라 궁합이 잘 맞는데

요즘 보리쌀 듬뿍넣서 밥을 해먹으니 정말  우리집 밥상이 60년대 밥상처럼 느껴집니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습니까. 우리식구 먹고 건강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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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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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정님의 댓글

예민정
작성일
가끔 이런 글 읽는 재미에 여기에 하루에 한번씩 들르곤 합니다만
이거 뭐 꿀은 안 사고 글만 읽고 저 혼자 실실 웃고 가네요.
근데 이 야심한 시간에 배가 고프게 하면 우짜나요?ㅠㅠㅠㅠ~~~
시장에서 파는 호박잎은 직접 따는 것에 비할 ㅂ가ㅏ 못되지요.
ㅎㅎ 글쓰러 말고 제품 주문하러 곧 들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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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꿀을 사야만 하는곳은 아닌데 혹시 그렇게 비칠까봐 조심스러워지네요~
요즘 보리밥을 호박잎에 싸서 된장양념?을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토속적인 맛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호박잎도 파나요?
아마 금새 시들것같던데...우리집은 마눌은 텃밭에 얼씬도 안하고 파종부터 관리 수확 저혼자 하고 호박잎도 제가 따옵니다.
아침마다 따도 따도 줄지도 않고 날마다 새로 자라니 마르지않는 샘같은 호박잎이 이리 좋은줄을 예전엔 미쳐 몰랐습니다. 시들어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보내드릴테니 메모해주세요. 오이고추는 인기가 별로 없군요...
정말 맛있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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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정님의 댓글

예민정
작성일
글쎄요? 시장에서도 이맘때가 되면 호박잎이 나오더라구요.
시들은 호박잎은 아닌걸 보니 조금씩만 떼 오거나 아니면 무슨 약품을 치는걸까요?ㅎㅎㅎ
물기가 있는걸 보니 물을 계속 뿌려주는거 같기도 하구요.
아하함 아무튼 호박잎 이야기에 어제 하루종일 행복했었습니다.ㅋㅋ
그리고 꿀을 사야만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게시물 쓰는 곳에 보안코드 입력하는거 때문에 글을 못쓰는 것일 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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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사소한 호박잎 이야기로도 행복하신님...
모두가 그렇게 산다면 우리가 사는곳이 천국이 되겠지요~
벌써 내일이면 주말이네요. 우리도 다음주내로 로얄제리 끝내고 하루쯤 휴가를 보내야할까 봅니다. 너무 더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