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벌들의 외출시간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3-08-21 08:34:05
- 조회수
- 1,826
아침 저녁 선선한 날씨가 참으로 좋습니다
가실가실한 살갖도 좋고 가슴으로 살짝 파고드는 찬바람이 이렇게 행복할줄을 몰랐습니다
우리는 덥다고 난리지만 벌써 달님은 뽀얗게 비추고있는것을보니 가을이 눈앞에 와있습니다
풀벌레소리 들으며 잠을 잘수있는것도 시골에서만 누릴수있는 행복이 아닐런지요
사람만 결혼할때 인물보고 직장보고 키보고 그러는것인줄 알았는데 모든 생명을 가진것은 다 그런가 봅니다
요즘 우리도 좋은 왕을 받기위해 정신없습니다
새벽과 저녁무렵에 분봉 작업을 하고 한낮엔 왕 씨앗을 받으러 멀리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도 며칠전에도 새로운 왕 씨앗을 받기위해 2시간 넘는 거리를 뜨거운 한낮에 달려갔다 왔습니다
우리처럼 유기농으로 벌을 키우려면 왕이 특별히 좋아야하지요
산란도 잘해야하고 제리도 잘 나와야하고 꿀도 잘 들어오면 더욱 좋은데
우리말로 산좋고 물좋고 정자까지 좋으면 ~~~~~그보다 더 좋을순 없는데
좋은 씨앗을 받기위해 몇백통에서 제일 좋은넘을 1년동안 눈여겨 보았다가 씨앗을 받기도하고
때론 다른 봉우의것중 좋은것이 있으면 이렇게 달려가 받아오기도하고
더 좋은것이 있으면 왕의 몸값을 지불하고 가져오기도 하지요
한사람 한사람이 다르듯 같은 왕에서 종자를 받아 키워도 병에 약한넘도 나오고 꿀을 많이 가져오는놈도
꿀은 좀 덜 가져오지만 화분을 많이 가져오는넘 특별하게 다른 재능을 가진것들이 있어
각기 원하는 종류의 왕을 받게되는것이지요
때론 몸값을 지불하고 가져와도 마음에 안들경우도 있구요
이렇게 꿀벌집은 내년 농사를 위해 오늘도 더위와 싸워가며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곧 줄줄이 신왕들이 어여쁜 얼굴들을 내밀어주겠지요
날씬한 허리를 쌜룩거리며~~~~
그렇게 여왕이 나와주고 며칠있으면 우리집 숫벌녀석들 정신없이 외출을 할겁니다
여왕과 교미를 하기위해~~~
딱한번 여왕과의 만남을 위해 존재하는 숫벌녀석들 큰 몸으로 머리처박고 꿀을 먹을때는 미운데
처녀왕과 교미를 하기위해 하늘을 날아오를때는 늠름해보이니
곧 분봉된 벌통을 열어보면 꽁지에 하얗게 무언가 달린 왕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처녀딱지를 뗐다는 증거이지요
동작 빠른넘은 그사이 오동통 산란을 하기위해 몸이 불은 녀석도 있구요
벌 분봉시킬때는 힘들지만 이렇게 신왕들의 모습을 보면 그 힘들었던것도 다 잊고
싱글벙글하게되니 이또한 직업병이겠지요
역시 사람이나 곤충이나 종자가 좋구 볼일인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문용희님의 댓글
아씨마님 글 솜씨도 매력 있고요
신왕들 관리 잘못 하면 제일먼저 나온 왕이 나중에 나온 왕들을 침으로 쏘아죽이는데
거참 희안하게 아무리 작게 테어나도 먼저 나온왕이 이기더라구요
운영자님의 댓글
어제까지 부지런히 벌 쪼개고 오늘은 왕대를 넣어줘야 하는데 멀리서 이충해온 왕대 5틀중 2틀이나 쏠아버렸군요...
이충은 역시 마눌이 해야하는데 봉우가 해주는대로 가져와서 넣었더니 크기가 들쭉날쭉 했는지 10일도 채 되기전에 출방한 놈이 있었나봐요.
지난 가을에 가을왕을 늦게 만들어 고생한 기억때문에 올해는 좀 서둘렀네요.
그런데 가을장마 시작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구질구질해서 일도 못하고 하루가 가버렸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문용희님의 댓글
신왕끼리 싸움을 시켜 봤는데요 몸집이 통통한 종자 좋은 왕벌이 이길줄 알았는데
먼저 태어난 왕이 몸집이 작지만 다 죽이더라구요~
왕 끼리 싸울때는 동작이 엄청 빨라요
운영자님의 댓글
아직도 더운지 왕만드려고 이충한 500개중 상당수가 파리만한 왕이 태어났군요
모두 잡아내는것도 곤욕이고 새로 이충하려면 또 강진에 내려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