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벌 기르기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4-02-08 11:01:47
- 조회수
- 2,114
우리집 마당에서하는 일도 추울때는 나가기 싫은 법인데
올해는 남쪽끝인 해남에다 벌을 옮겨놓았으니 몸도 마음도 바쁘고 힘든해가 될것 같다
어제 한참 잠을 자고있는데 울 신랑 빨리 일어나란 소리가 들린다.
벌써 새벽이 되었나?
밖을보니 캄캄하다. 얼른 세수하고 작업복 갈아입고 차에 오른다.
앞으로 심심하면 이런일이 반복될걸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젖먹이 아이 둘 데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결혼초에 악몽이 되살아난다. 그래도 그때비하면 지금은 양반이지
그땐 아장아장 걷던 큰아들과 태어난지 3달도 안된 딸아이를 데리고 그 먼 고흥땅에서 논에 천막치고
생활하다 힘들어 마을에 빈집을 빌렸는데 , 불을때면 방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초저녁엔 뜨겁던 방이 새벽이면 추워 네식구 한몸처럼 붙어자던 시절도 있었는데....이런것 쯤이야~~~
봉장에 도착해 밖을보며 울 신랑 한소리한다.
허허~~ 벌들이 나왔다 많이 못 들어갔네.
보온덮개위에 벌통 앞에 서로 뭉쳐 의지하다 죽은 녀석들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속상하지만 봄이면 자주 보는 일이니 어쩌랴~~ 작은 곤충이기에 온도가 내려가면 금방 목숨을 잃는것을
일기예보에 온도가 올라간다하더니 해도 안뜰거같고 바람은 살랑거리고 불고 일을 할수있을지 걱정이다
울신랑 나가더니 훈연기를 살린다. 바람에 연기가 한곳으로 몰려간다
심란해서 차안에 앉아 있으니 울신랑 훈연기 챙기고 봉솔챙겨 벌통을 열어본다.
잠시후 " 정우엄마 일하게 얼른 나와. 할만혀"
보온덮개 해체하고 얼른 발통뚜껑열고 연기 풍겨주면 울 신랑 축소작업 들어간다
최대한 서로 뭉쳐서 따뜻하게 유지하라고 벌들이 붙어있던 소비장을 줄여주는것이다
축소한뒤 그 위에 화분떡 올려주며 얼른 얼른 먹고 식구 늘려라~~~
벌들은 추운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몸들을 웅크린다.
하긴 사람도 추운데 너희들은 오죽하랴~~
해남에 전날 눈이 왔다하더니 새로 민 땅이라 신발에 흙이 어찌나 붙는지 무거워 다니기 힘들다
가끔 나무로 신발에 붙어있는 흙은 떼어가며 일을한다.
사람은 땀흘려 일할때 기분이 좋아지는가보다. 심란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벌들을 보면서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집에있는 딸아이 깨워 얼른 가게 나가보라하고 다시금 일을한다
한줄이 끝나갈쯤 울 신랑 배가 고픈걸보니 점심 시간 된것 같단다.
암튼 울 신랑 배곱시게는 잘도 맞는다.
보리밥 맛있게하는곳을 안다는 남편따라 보리밥을 먹기로했다
몸속에 들어가 신경쓰이게하던 벌 한마리가 기언코 목을 쏘고 날아간다.
사람들 보면 놀란텐데...벌은 내손을 벗어나고 조금 있으니 옆 테이블 남자분 벌을 잡으려고한다
나를 쏜 벌이라 괜찮다며 얼른 잡았다.
이상하게 처다보는 일행분들
잠시후 울 신랑 바지자락을 들추니 벌 한마리가 다시금 나온다
옆에 계시던 여자분과 남자분 " 어디 안좋으셔서 벌침 맞으시나봐요"
"벌침 맞는게 아니고 우리가 벌을 키워요"
그때서야 무슨일인지 알것 같다며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꿀에대해 묻곤 연락처좀 알려달라고....
점심을 먹고나도 꽁꽁 얼었던 몸은 풀리지않기에 1년에 한잔 마시는 따끈한 커피를 마신다
걱정되는지 울 신랑 차라리 뚜거운 물을 마시라고
이상하게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뛰고 술에 취한것처럼 정신이 없어 커피를 멀리했는데
따끈한 커피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향긋한 커피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금 봉장에가니 한동안 멈췄던 바람이 다시금 불고 은박지가 날아디닌다
이상하게 점심먹고나면 일하기 싫어지는데 바람까지 불어댄다냐
다시금 큰맘먹고 일을 시작한다.
멀리서 바람부는 소리가 을씨년스럽지만 온도가 가끔 올라가면 똑같이 온도가 올라간것을 아니
사람 몸이란것이 그저 신기할수밖에
"다음 부터는 이렇게 길게 놓지말어. 너무길어 질려"
말도 안되는 떼를 써본다.
가끔 울려대는 카톡을 확인하다 슬며시 화가 난다.
게임하는 사람들의 하트달라는 요청이다.
한가하게 게임하는 사람들이있는가하면 그시간이 정말 중요한 시간인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하트달라 요청하는 사람들이 곱게느껴지지 않는다
중요한것인가 싶어 끈적거리는 고무장갑 벗고 확인하는것이 꽤나 번거로워서 그런 기분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울릴때마다 확인을 안할수가 없으니
"엄마 내일 9시에 출국이에요"
라오스로 봉사활동가는 큰아들의 메세지가 온다.
빠진것없나 잘 챙기고 조심해서 갔다와~~ 문자를 보낸다.
속도를 좀더 내보라며 그러다 명퇴당한다고 은근슬쩍 신랑 닥달하니 기죽이지 말라는 답이 온다
힘들게 두줄 축소하고 화분떡 올려주니 울 신랑 우리들이 수고했단다.
아침 같아선 손도 못댈줄 알았는데 두줄 끝내고나니 뿌듯하다
"당신 아침에 내가 다시 가자고했으면 갔지?"
"아니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 왔으니 잠시 기다려보자했겠지. "
긴 세월 같이살다보니 서로의 마음을 이렇듯 잘아니
택배를 보내야하니 다시금 돌아오는 길이 바쁘다.
참나~~ 오늘 하루 더 일을 해야 끝나는데 빗님이 또 이렇게 꼼짝못하게하니
댓글목록
이건기님의 댓글
벌농사도 시기가 있으니 부지런히 하셔야겠네요. 봄벌 왕창 길러서 꿀도 화분도 로얄제리도 대풍하시기 바랍니다.
고향집에 비파나무가 있는데 벌이 제법 날아들더군요. 이번 겨울은 큰 추위가 없으니 벌을 자주 보게 되더군요.
어제는 증조부 산소 옆에 잡목을 제거를 좀 했습니다. 진달래가 대부분이고 잎이 있는 나무는 사스레피나무인데 잘라 내려니까 조금 아쉽더군요. 사스레피도 벌이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벌집아씨님의 댓글
이곳은 사슬피나무가 없는데 고흥을 비롯 남쪽 바닷가쪽엔 많더라구요.
꽃이 피면 향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화분과 꿀이 많이 나오거든요.
꽃이피면 벌들은 뒤집어져서 꿀과 화분을 가져오기에 벌들이 빨리 늘어난답니다.
이번에가서보니 몽오리가 많이 맺었던데 기대를 해보고 있는 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