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떡 주는 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5-03-02 19:16:34
- 조회수
- 1,506
오늘은 날이 좋으려나, 내일은 좋으려나 그렇게 지나간 날들
오늘은 그 마음에 보상이라도 하듯 참으로 따스한 날이었습니다
10도까지 올라간다고 했다며 울 신랑 일할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준비하게 뭐있담 당신 나가면 나야 자동으로 따라 나갈텐데
마음이야 구둘장 지고 있음 좋겠지만 게으름 피우면 누가 대신 해주는것도 아니니
"얼른 나가서 온도 체크해봐요. 일할수있는지"
"무조건 10시면 나가서 일 해야혀"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나고싶어 나가보라했더니 엉뚱한 소리만 합니다
10시가 조금 안되어 울 신랑 나오라며 앞서 나갑니다
얼른 옷 챙겨입습니다. 혹시라도 추울까 워머도하고
살랑거리며 불어대는 바람은 옷 속까지 파고들며 정신차리게 합니다
벌들도 답답했던지 누가 먼저라할것없이 날아오릅니다
잔디밭 여기저기 개불알풀이 작은 꽃을 피우고있고 우리 봉이들 부지런도 합니다
그새 꽃송이를 돌아디니며 다리에 화분을 달고 들어옵니다
"너희도 언니노릇 하냐고 힘들겠다. 동생들 먹여살리려 부지런을 떠는구나"
저녁무렵 1년에 한번 만나는 남편 갑장 모임이있어 얼른 일을 끝내고 음성까지 가야하는 남편
같이가야하는데 내일 감투쓰고있는곳에 월레회의가있어 같이갈수가 없으니...
벌들 상태가 좋으니 내검하는 마음도 즐겁기만 합니다
화분떡 두덩이씩 넣어준것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한덩이씩 넣어준것은 아주 조금씩 남아있거나
다 먹은통이 꽤나 나옵니다
이러니 내검하는 날이 늦어지면 우리의 애간장이 다 탈수밖에요
연기 냄새 정말 싫오
"벌쟁이 각시가 연기 냄새가 싫으면 어떻한데"
"그래도 싫오. "
벌 보려면 연기는 필수인데 벌보고 나면 온 몸에 연기 냄새가 베어있습니다
손을 닦아도 하루종일 훈연기를 들고있던 나의 손에선 그래도 연기 냄새가 납니다
어린시절 부엌에서 나무때며 나는 냄새는 구수하니 좋았는데....
한참 벌 보다 울 신랑 그럽니다
"올해는 큰소리 칠수있겠네"
그만큼 벌이 좋다는 소리지요.
하긴 벌쟁이는 벌이 좋아야 큰소리치고 꿀 많이따야 큰소리 칠수있지
한참하다보니 울 신랑은 벌통위에 앉아서 손만 까딱까딱거리면 되고
난 벌통 뚜껑 열어야지 개포 열고 연기 풍겨줘야지, 화분떡 남은것하고 새것하고 합쳐줘야지
비닐 나오는것 처리해야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했지요.
"당신이 시다 혀. 내가 당신하는거 할게"
그소리에 울 신랑 웃으며 그럽니다
"누가 그 일을 시다가 하는거라고 해"
나만 바쁘고 힘들잖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지막줄이 나옵니다
그런데 꼬꼬녀석이 묶여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울 신랑 그럽니다
저녀석 잡아 묵어야해
다른 녀석들은 안 그러는데 혼자 늘 날아서 나오는통에 다른 넘들도 저녀석따라 닭장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묶어 놓았던 끈을 풀어주었는데 요녀석 묶였던 다리를 디디지않고 쩔뚝거리며 도망도 안 갑니다
"닭 다리 다쳤나봐"
"엄살이야"
"아녀 디디지도 않는데 쫒아도 절뚝거려"
"저녀석 엄살이 심해서 그런겨"
결국 엄살꾼 숫탉 녀석은 닭장으로 가고 우리일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끝이 났습니다
댓글목록
예민정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마당 여기저기 내려앉아 발 디딜틈도 없을정도로~~ 닭, 돼지등은 불쌍하지요
그거에 비하면 벌들은 신선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