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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의 첨가물은 없을까 > 자유게시판

천연의 첨가물은 없을까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11-26 22:04:47
조회수
2,442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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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안의 벌레들, 산도조절제
산도조절제라는 용어는 2006년 9월, ‘식품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 명찰을 달고 있는 화학물질은 무려 55가지나 된다.


단지가 하나 있다고 치자. 불투명한 재질로 되어 있어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이 단지에는 여러 종류의 벌레들이 들어 있다. 대체로 순한 벌레들이지만, 개중에는 독침을 가진 무서운 놈도 있다. 이 단지에 마음 놓고 손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산도조절제’라는 식품첨가물의 용도명을 하나의 단지에 비유한다면 바로 이 벌레가 들어 있는 단지와 흡사할 터다. 이 단지에는 벌레가 아닌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다. 그것들은 비교적 안전한 물질일 수도 있고, 매우 위험한 물질일 수도 있다. 산도조절제란, 말 그대로 식품의 산도(pH)를 바꿔주는 첨가물.

특수 안경을 끼고 이 ‘산도조절제 단지’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구연산이다. 구연산은 식품에 상큼한 맛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산미료다. 과일맛 캔디나 음료 등에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그 옆에는 사과산이 놓여 있다. 이 물질도 구연산과 사촌쯤 되는 산미료다. 또 탄산칼슘이나 탄산수소나트륨(중조), 구연산칼륨 등의 물질도 보인다. 식품을 부드럽게 해준다든가 혹은 풍미를 강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물질들은 몸에 그다지 해롭지 않다.

문제는 단지의 구석, 아니면 아래쪽에 숨어 있는 고약한 녀석들이다. 대표적인 게 염산과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이들 물질의 악명은 삼척동자도 안다. 강산과 강알칼리이기 때문이다. 이 첨가물들은 워낙 독성이 강해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중화시키도록 지침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중화되기 전에 식품 성분과 화학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다른 유해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하고 있다. 또 눈에 거슬리는 게 황산알루미늄칼륨(명반) 같은 알루미늄 화합물이다. 이 물질들은 ‘배 다른 형제’가 꽤 많은데, 인체 내에서 알루미늄 축적의 원인이 된다는 데에서 유해성이 서로 닮았다. 그리고 또 밉살맞은 것이 인산염들이다. 인산나트륨을 필두로 하는 이 가문의 화합물들은 체내에서 미네랄 흡수를 저해한다는 보고가 있어 고약하다. 이들 첨가물은 모두 산도조절제라는 이름으로 같은 단지 안에 웅크리고 있다.

산도조절제라는 용어는 2006년 9월, ‘식품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 명찰을 달고 있는 화학물질은 무려 55가지나 된다. 가공식품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첨가물들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에서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늘 산도조절제라는 편리한 용어 뒤에 꼭꼭 숨기 때문이다. 조미 기능, 발색 기능, 식감 개선 기능, 보존성 향상 기능 등 식품 속에서 이 물질들이 수행하는 기능은 눈부시다.

수십 가지에 달하는 화학물질을 기능이 유사하다고 해서 단지 하나에 모아 담은 것은 모순이다. 유해성을 기준으로 각각 나누어 담아야 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단지’ 자체를 없애는 일이다. 식품 표시 규정에서 산도조절제라는 용도명을 빼자는 뜻이다. 사용한 첨가물 명칭을 일일이 기재하도록 말이다. 현 제도 아래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밖에 없다. ‘산도조절제’ 표기가 보이는 식품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벌레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단지에 손을 넣을 수 없는 것처럼, 어떤 물질이 사용됐는지 모르는 식품을 입에 넣을 수 없는 일 아닌가.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제공: 한겨레
[2007-08-13 15: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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