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을아짐 얼른 오셔야해요~~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5-12-24 23:42:42
- 조회수
- 1,442
처음 이곳으로 이사왔을때를 생각해본다
윗동네에서 첫 아이를 임신하고 지금의 집터에 작은 집을 지으면서
남산만한 배를 가지고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젊음 하나로 견뎠던것 같다
동네 어른들이 모두 60~70대
가만 생각해보니 10년정도 지나면 동네에 어른들이 몇 남아있을것같지 않았다
지금이야 100세 시대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
그런데다 한해 겨울이되면 두세분이 돌아가셨다
하지만 지금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때보다 빈집이 생기긴했지만 그리 많지않고
90넘으신 분들도 몇분 계신다
"정우아빠 이동네 어른들 다 돌아가시면 어떻하지?"
"이 산골에 우리집만 남아있음 어떻해?"
염려아닌 염려를 했었다.
"돈부산댁이랑 삼을댁은 오래 사셔야하는데"
이 두집은 우리집 제일 가까이 계셨던 분들이어서 우리집과 왕래가 제일 많았었고
아이들 어렸을때도 많이 봐주셨었다.
그런데 정말로 돈부산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몇년있다 또 할머니까지 돌아가셨다
결국 우리집 가까운곳엔 삼을댁밖에 없다
물론 한집 더 있는데 그집 할머니는 양반중에 양반이시고 아랫동네를 가끔 내려오신다.
하루에도 몇번씩 동네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분은 역시나 삼을댁
가끔 우리집에 들려 동네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니 좋다고 한마디씩 해주셨는데
얼마전부터 갑자기 삼을댁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집에서 나오는 박스를 문 밖에다 내놓으면 삼을 아줌이 오가며 가져가셨는데
박스를 내놓은지 며칠이 되어도 그냥있어 비를 흠뻑 맞았다
얼마전 삼을댁아줌이 이상하다던 남편의 말이 생각난다
다시 우울증이 온건지 별스런 말도 아닌데 화를 내더라면서
사위가 왔는데 장모님이 이상하다고 말하더란다
그말을 듣자마자 삼을 아줌이 안보여서 울신랑보고 혹시 봤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못봤다며
사위가 모셔간것 같다고
며칠전 이모한테 물어보니 우울증도 있고 약간 치매기가 있는것같아 딸이 모셔갔다고
울신랑 늘 삼을댁아줌한테 그랬다
"오래오래 사셔야해요. 삼을댁아줌이 옆에 계셔서 좋아요"
그런데 삼을댁 아줌이 안보이니 왠지 서글프고 마음이 휑하다
두승산 자락을 올려다보며 삼을 아짐을 그려본다
삼을아짐이 얼른 건강해져서 돌아오셨음 좋겠다
아짐 힘내요.~~~ 그동안 고생만 하셨는데 딸래미가 해주는 따뜻하고 맛난 밥 드시고
얼른 힘내서 오세요~~
댓글목록
문용희님의 댓글
연로하셔서 치매기가 있다니 얼른 치료 하셔야겠네요
봉이들이 친구하자면 잘 해주면서 힘내서 사셔요
가은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이렇게 빨리 마을을 떠나실줄은 몰랐는데 안보이니 집앞이 휑한것같습니다.
인생무상...
가은님 공부를 제대로 하셨겠네요~
건강해야지요.
소식하고 운동도 하고 욕심내지말고...
그렇다고 피할수 있는 길은 아니지만....
가은님 이제 자영업은 접기로 하셨나봅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강제로 입원된 정상적인 사람들도 그래서 반항을 못한다더군요.
그런데 노인들에게도 그렇게 하다니....
그저 늙으면 서러운것인가 봐요.
죽을때까지 건강하게 살면 좋은데 세상이치는 그렇지않고..
적당히 늙으면 어느날 흔적없이 사라지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