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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중사는 천하장사 > 자유게시판

곽중사는 천하장사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07-12-08 15:50:45
조회수
2,247

 

우리 정읍의 지역신문에서 퍼왔습니다.
흐냉이는 이웃 영원면에 있는 마을인데 곽상주님은 그곳 출신 문인?인듯 합니다~~
글이 너무 구수하고 재미있어서 빠지지않고 읽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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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중사는 천하장사 

[연재]곽상주의 흐냉이 사람들...삼촌은 나의 우상

 

곽상주 rhkrtkdwn@q

 

어렸을 적 이른 새벽은 작은 방에 있는 할머니와 삼촌들이 잠자는 방의 문고리를
붙잡고 문 열어 달라는 나의 애원과 함께 시작된다.
새벽잠 깨운다는 핑계로 문고리를 풀지 않았던 삼촌들의 장난으로 기억되는 어릴 적
나의 우상은 우리 괴짜 삼촌이었다.

그때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한참 전 이었을까?
‘가련다~ 떠나련다~~어린아이 손을 잡고~~’
유행가를 귀동냥으로 다 배우기도 전에 삼촌은 고향을 떠났고,
어느 날 밤이면 집에 다니러 온 삼촌은
음이 나간 고장 난 하모니카 하나를 선물처럼 주고 가기를 반복했다.
그 음정 나간 하모니카들은 오래도록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
고교시절만 해도 내 하모니카 연주솜씨는 제법이었다.

초등학교 때에도 맨발에 나무 게다짝을 신고 다녔다는 괴짜삼촌...
삼촌은 천하장사였던지
군에 입대하기 전 텃밭 한구석에 운동하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역기를 했다
무쇠철봉에 기차바퀴를 끼웠고, 시멘트 역기를 두개 더 끼워 들어 올렸다. 

삼촌의 청년시절 학교 운동회날 사낭(모래가마니)나르기 경기에서
우리 삼촌은 두개를 한꺼번에 들고 뛰어도 1등을 했는데
그 바람에 누군가 한사람은 들고 뛸 사낭이 없어 자동 탈락의 비운을 감수했다. 당시 학교의 기성회장(현 운영위원장)이었던 아버지는
운동회가 끝난 그날 밤 기특한 동생에게 씨암탉을 잡아주었다던가...

보리쌀 두 가마와 겨 한가마(200kg정도)를 지게에 지고
3km 거리를 한번만 쉬고 왔다는 전설적인 사나이.....
가을 등짐(볏단 운반)철에는 언제나 남보다 두 배를 짊어지고 다녀서
하루에 이틀치 품삯을 받았다던 삼촌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게와 작대기가 부러지는 일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마당과 마루에는 언제나 철봉, 수평, 곤봉, 아령, 줄넘기, 역기, 샌드백이 있었고
항상 땀 흘리는 삼촌을 보면서 성장했는데...

문제는 삼촌의 승부 기질이었다.
‘누가 태수도(태권도를 당시에는 그렇게 불렀다) 몇 단 이다’ 라는 말만 들으면
그날로 찾아가서 승부를 보고야 마는...
애꿎게도 누군가 운동 잘 하고 쌈 잘한다고 소문나면
여지없이 삼촌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던가...

그러다가 학교선생님이 레슬링 코치하다가 왔다는 소식에
당장 쫒아가 밤새도록 치고받고 나뒹굴고...
그뒤 둘은 친구가 되었다는데
그 선생님은 느닷없는 신고식을 거창하게 했던 모양이다.

흐냉이 벌판에 흰눈이 소복히 쌓이면
삼촌은 작대기 하나만 들고나가 꿩과 비둘기를 몰아서
아버지 술안주를 대주었고 너구리도 쫓아가 맨손으로 잡았다던가...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을 장끼로 비유하여 ‘곽 아무개 나온다, 얼른 숨어라’ 고 했던
우스개 소리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으니..
그 눈오는 날의 흐냉이 꿩몰이 전통은 근래까지도 이어져왔다.

유두날인지 칠석날인지 마을 처녀 총각들이 은선리 삼층석탑에 놀러갔을 때
막내 삼촌이 산너머 동네 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왔다는 소식에
당장 서울에서 야간 완행열차를 타고 와서
열 댓명의 그 동네 청년들을 만나는 대로 작살내 버리자
경찰이 잡으러 왔고 이를 무마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아버지 몫이었다.

그 후 군에 입대하여 장기복무를 하게 되었다.

삼촌의 전설을 그대로 믿으면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그바람에 나 역시 유난히도 투기종목을 좋아했었다.
삼촌은 연필보다도 주먹 잘 쥐는법을 가르쳐준 나의 사부...

나도 그럭저럭 투기종목을 수년간 하여 링에도 열 몇 번 올라갔는데,
당시에 어느 도시에서 자취를 했었다
날마다 운동으로 땀 흘리는 나를 빈정거리며 지켜보았던
앞집 가게의 주인이 부르더니
군에 있을 때 선임하사가 얼마나 운동을 잘했던지 자네는 게임도 안된다며
완전히 자존심을 뭉갰다.

빈정거리는 가게주인의 멱살을 휘어잡고 당장 내젓고 싶었지만 참고 참았는데....
내 기분을 알아챘는지 맥주 몇 병 인심 쓰면서 달래며 하는 말이
“우리 선임하사는 전라도 사람인데 성이 곽 某중사였는데...”
어찌나 운동을 잘 했던지 한번도 그 선임하사를 이긴 사람이 없었다고....

곽某 라는 성씨가 걸려 차근차근 물어보니
가게 주인의 군 시절 선임하사는 바로 우리 삼촌이었다.
바로 내가 그분의 친 조카임을 밝힘과 동시에
전설같은 나의 우상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승부기질....

그날 이후부터 거만한 가게주인은 공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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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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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형주님의 댓글

곽형주
작성일
어쩌다 검색하다보니 두승산 골짜기까지 이 농사꾼의 낙서글이 와 있었네요?
나도 까마득히잊혀진 낙서가 여기에 잘 보관되어 있어서 감개무량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