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뒤집어 지던날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7-12-10 23:02:27
- 조회수
- 2,347
비 온다던 날씨가 포근하다.
이런날을 기다렸노라^^얼른 작업복 갈아입고 벌 월동 준비를 하기로했다.
따뜻하면 벌들이 보봉기 (도둑질)을 해서 못하고, 너무 추우면 벌들이 떨어져서 못하고
날짜 잡기가 쉽지가 않다.
벌통에다 박스를 넣어주면 울 신랑 소비를 꺼내 그곳으로 옮겨준다.
약한것은 그늘치를 갔다가 합봉을 치면서 하는 일인지라 참으로 능률이 안 오른다.
그런데 벌들이 얌전하질 못하고 서성대기에 훈연기좀 피라고 했더니 훈연기 필요
없다며 그냥하잔다.
엉덩이를 쏘인 울 신랑 "울 마눌도 쏘여라. 쏴라 쏴라"하며 노래를 한다.
벌통안에 따뜻한 박스를 넣어주고 벌들을 이사시키면 덮개를 덮고 솜을 두개씩
덮어주곤 뚜껑을 닫는다.
벌통을 청소하는데 눈 깜짝할사이에 입주위를 쏘고 달아나는 놈이 있었으니
지금껏 그리 많은 벌들에게 쏘여봤지만 이렇게 아프긴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곤 달음질처 도망을 갔다.
그런 마눌을 보고 울 신랑 "어어, 어어"
아~벌한테 쏘이면 이렇게 아플수도 있구나 싶다.
신랑도 벌들이 귀찮게 하는지 면포를 가져와라 훈연기를 피워라 잔소리를 한다.
훈연기 퐁퐁 풍기며 죄없는 신랑한테 쏘아붙였다.
"마눌 쏘이라고 노래를 부르니 쏘지"
"야들아 울 각시 쏘지 말아라. 나 울각시 무섭단 말이야. 너희들이 쏘면 내가 혼나잖아"
"내참 누가 들으면 꽉 쥐어 사는줄 알겠네"
울 신랑 신이 났는지 한소리 더한다.
"나 이제 늙어서 힘도 없단 말이야"
"힘만 없나. 돈도 없지" 그러자 울 신랑 또 웃어댄다.
벌한테 쏘이는 순간 느낌으로 안다.
그런데 이번 쏘인것은 무지 막지하게 부을것이다.
잠시후 입술이 얼마나 부어 오르는지 말도 잘 안된다.
"난 몰라. 오늘 학원 가야하는데 어떻해"
그렇게 팅팅거리며 3시까지 하고나니 벌들이 추운지 벌통위에 내려앉아 들어가질 못한다.
배도 고프고 춥기도하고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고나니 4시가 다되어
일을 더 할수있는 상태가 아니니 포기를 하곤 학원 갈 준비를 했다.
울딸아이 차를 타더니 웬 마스크냐며 묻기에 마스크를 벗으니 배꼽이 달아나라
웃어댄다.
"아고 엄마 입이 귀여워요"
뭔 딸이 저리 생겼다냐. 엄마는 아프고 속상해 죽겠구만.
그렇게 학원에 가니 감기에 걸렸냐고 묻는다.
벌한테 쏘였다고 하면 보자고 할까봐 김장하고 몸살이 났다고 둘러댔다.
네참^^신혼때 이렇게 한번 입술을 독하게 쏘여 3일동안 마스크쓰고 살았는데
그때 윗집 경석이 아빠 저녁 살테니 마스크좀 벗어보라고 졸라대 고생 무지했다.
저녁아니라 별것을 사준다고 해도 절대 보여줄수 없는 모습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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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처음부터 반팔 입으셨다면 할말 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