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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도 따뜻하게 해줘야지 > 자유게시판

벌들도 따뜻하게 해줘야지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7-12-16 20:11:26
조회수
1,927

벌통안에 박스를 넣어주는 작업이 오늘 오전까지 끝이났다.

일도 손에 잡은김에 해야 빠른 법인데, 남은 소비정리를 하고 낙엽도 쓸어야하고

일머리가 잡이질 않는다.

"그냥 오늘 솜 포장도 합시다"

"오늘 안하면 또 추운날 해야하는데 나 이젠 추운날 일 못하겠어"

신랑 고개를 갸웃하더니 끄덕인다.

혹시라도 따뜻한날 먹이 냄새맡고 도봉기 일어날까 구멍 꼭꼭 틀어막아주면

신랑은 빈 벌통을 처리한다.

이층으로 있던 벌들이 1층으로 이사를 하고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자꾸만 나온다.

솜 뭉치를 가져다 벌통 옷을 입여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벌들은 자기집 입구가 막였다고 서성이고, 한방 쏘일까 얼른

살짝 올려준다. 혹시라도 많이 올려주면 겨우내 황소바람 들어갈까 조심 조심

시간이 갈수록 온도가 내려가는지 몸이 둔해지기 시작한다.

신랑은 배가 고푼지 새들이 따먹다 남은 감하나 따서 어그적 거리며 먹는다.

그모습을 처다보고 있는 마눌과 눈이 마주치자 먹을라냐는 모션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춥구만 저 찬것을 먹으면 모르긴 해도 2도는 떨어지지 싶다.

못난이 모녀는 햇살이 제일 잘 비추는 집 앞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오골계 부부는 이곳 저곳 다니며 모이 찾아 먹기에 바쁘다.

우리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한데, 저녀석들은 참 한가하기도 하다.

감나무에선 사람의 인기척이 나자 우리보고 떠나라고 지저귄다.

"정우아빠, 만일 나 죽음 당신 어떻게 살까?"

"이야기 할 사람도 없고 내 죽고 싶어도 일찍 못 죽겠다"

"그러게 따라 죽어야지. "

이젠 그말을 듣는것도 왠지 짠하다.

나이를 먹는다는것이 이런것인가보다.

자꾸만 자꾸만 옆에있는 사람이 걱정되는것을 보면

바람이 옷깃을 헤집고 들어오는 만큼 마음도 바쁘다.

화요일 광주로 면접보러 가는 딸아이 때문에 내일 부지런히 남은 일을 끝내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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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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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님의 댓글

자유인
작성일
그러니까 아씨께서 오래 사셔야지 남편 장수한다는 소리 듣지요. 하하하
벌들과 함께 사시니 두 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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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따라죽어야지"
그 서방 기분이 꼬이면 하는말은 따로있지요
"괜찮아 줄섰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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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님의 댓글

이덕수
작성일
오늘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이제 내부보온 하셨군요. 줄 섰다고 다 내것 아닌데.....  뭘 잘못 생각하는게 아닌지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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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누구보다도 울 신랑이 그것은 제일 잘 알겁니다.
할마 없으니 매일 그말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