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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신랑의 무쇠솥 > 자유게시판

울 신랑의 무쇠솥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7-12-30 09:53:16
조회수
2,343

어제 그리 불어대던 바람은 우리 곁에 하얀 함박눈을 대신 데려다 놓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지난해 그리도 끊임없이 내리던 눈이 올해는 한번도 못볼정도로 귀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  며칠 갇여 살아야할것 같습니다.

울 신랑 언제부터인가 철분이 부족하면 무쇠솥에 밥을 해먹어야 철분이 공급된다며

무쇠솥이 유행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더니 결국 솥단지 하나 주문해놓고

잔소리할 마눌을 미리 세뇌교육 시켰던 모양입니다.

솥단지 길들인다며 들기름을 사와라 어쩌라 하더니 어느날 온 얼굴에 굴뚝 청소를

하고온 사람처럼 시커먼 검정칠을 하더니 저녁에 무식하게 생긴 무쇠솥단지를 들고

들어와 밥을 하라고 합니다.

"난 절대 거기다 밥 못해. 풀때기같이 되는 밥을 어떻게 먹으라고"

"해먹고 싶으면 당신이 알아서 해먹던가 혀. 우린 압력솥에다 해먹을거야. 요즘 며칠  한

가했지, 우리같이 바쁜 사람들이 언제 거기다 밥해먹어"

해보도 않고 잔소리한다며 궁시렁 거립니다.

"난 솥뚜껑만 들어도 관절와서 안돼"

살면서 엄살만 는다나 어쩐다냐 하더니 아침에 밥냄새가  솔솔 납니다.

밥을 들여다본 아이들 다 도리질을 합니다.

울 정우하는소리

"난 아빠가 하도 무쇠솥 이야기를 해서 거기다 한 밥 먹으면 기름기가 잘잘흐르고

밥냄새도 향기롭게 나고 그러는줄 알았지"

ㅎㅎㅎㅎ 무쇠솥에 한 밥을 안 먹어봤으니 그도 그럴법하지요.

어린시절 엄마 밭에가서 안오시면 불때서 저 무식하게 큰 무쇠솥에 밥해먹던

기억이 지금도 솔솔 나지만, 절대 아무리 잘해도 밥이 찰지고 기름기가 흐르진

않습니다.

몇년전 울 동네 할머니들 한분도 빠짐없이 옛날 생각해서 그런지 동네에 장사꾼이

가지고 들어온 무쇠 솥 하나씩 구입을 해서 밥을 하더니 일주일도 못가 무쇠 솥단지는

하나 둘 어두운 골방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 이야기해도 울 신랑은 무대포 입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무조건적이니

며칠 그렇게 밥을 해보지만 역시나 풀때죽같은것이 무엇이 맛있겠어요.

어제도 교회갔다오니 우리 딸 "엄마 배는 고픈데 밥을 못먹겠어요"

그 솥단지에다 밥하고부터 쌀이 안 줄어듭니다.

그런 아이들한테 울 신랑 "배들이 불러서 그래"

조상님들이 떡은 한다고 하지만 밥은 짓는다고 하는 이유를 알았다나요~

그만큼 밥하는것이 힘들기 때문인가보다고 합니다

그래도 맛있다고 한그릇씩 먹는 사람은 울 신랑뿐

전기 밥솥에다 하는 밥도 안 먹는 사람이 그것보다 더 굴러다니는

밥이 맛있다고 먹으니 저부터 믿을리가 없지요.

어제까지 고집부리기에  고구마 삶아먹는 솥단지나 하라고 했더니

어제 결국 솥에다 고구마를 찝니다.

 물을 안넣고 쪄야하는데 물을 부어 단맛이 다 빠졌다고

하더니 이번엔 물 안넣고 또 고구마를 한솥단지 삶는지 굽는지 합니다.

얼마후 맛있다 소리가 들리는것을보니 고구마를 먹는가 봅니다.

고집센 울 신랑 오늘 아침 한번만 더해보겠다며 또 밥을 한다고 하기에

당신것만 거기다 하라고 우리것은 내가 압력솥에 하겠다고 하니 안된다며

지금 하고 있는데 오늘도  우리집에선 여기저기서 꼬르락 소리가 요란하게

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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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07.12.31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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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님의 댓글

이덕수
작성일
한번 크게 웃어야 할지 아니면 먼저 혀를 쯔쯔  차야 할지 도통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무쇠솥밥
이것이 잘하면 바삭바삭 하는 누룽지도 먹고 구수한 숭늉도 먹고 푸실푸실 잘 뜸이든 밥 맛있게 먹을수 있지만

이건 장작불을 때야 하고
무거운 솥뚜껑 들었다 놨다 해야하고
또 밥을 많이 해야 제맛이 나니
요즘 시대 조건에 웬만해서는 맞추기가 아주 힘들것 같습니다.

이러다 봄벌님 2007년 12월 30~31일 양일간 무쇠솥단지 들고 벌서는것 아닌가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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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아씨님의 댓글

벌집아씨
작성일
ㅎㅎㅎㅎㅎㅎㅎㅎ 생각만해도 웃음이 납니다. 몇일 냅두면 제풀에 지칠겁니다.
자기도 사람인데 맛없는 밥 계속 먹겟어요. 하지 말라고하면 더하고 싶은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걍 두고 보고 있는 중인데 오늘저녁 압력솥에 밥해서 줬더니 아이들 하나같이 하는소리 "야 밥 며칠만에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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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님의 댓글

자유인
작성일
무쇠솥밥! 그립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신랑이 드시고 싶어하는데 어쩝니까?
전 가지나물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압력솥이라서.. 쪄내도 옛날 엄마 맛이 안 나요.
밥 뜸을 들일 때 가지를 슬쩍 올려서 무쳐준 그 가지나물..
제 집이 아파트만 아니라면 저도 무쇠솥을 준비했겠죠. 하하하
2008년 새해입니다. 아씨님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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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작성일
자유인님
요즘은 작은 무쇠솥도 많이 나옵니다~
근데 밥짓기가 너무 힘들어서 저처럼 포기할것같네요
옛날처럼 밥을 많이 하면 좋아질려나

나중에 산에 가서 흙집짓고 살때를 대비해 고구마나 쪄먹으면서 간수해야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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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수님의 댓글

이덕수
작성일
봄벌님께서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셨군요.
아씨께 새해에는 사랑 많이 받겠습니다.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