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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신발을 신고 > 자유게시판

비닐 신발을 신고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8-01-02 09:32:27
조회수
2,237

어제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전날 내린 눈이 걱정스러워 밖을 내다보다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울 신랑도 내다보고 "클났다.밤에 온 눈이 더 많네"

서울까지 가야하는데 관광차가 이곳가지 들어올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집사님들 차가 윗동네 입구까지 밖에 못 온다며 준비하고 그리로 오라고 합니다.

어제 낮 따뜻한 온도에 눈이 녹고 포크레인이로  밀었던 길은 부츠를 신는다해도

옷이 다  젖게 생겼고 저 눈을 헤치고 거기까지 가면 아마 동태가 될것같습니다.

현관에 서서 자꾸 고개만 길게 빼고 밖을 봅니다.

심호흡 한번하고 문을 열고 나가니 계단도 눈에 묻여 분간할수가 없습니다.

빗자루 들고 쓸며 내려가려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밑에 집사님 오시다가 인기척을 듣고 소리를 지르십니다.

"집사님 큰 비닐을 신고와"

그소리에 신랑보고 비닐봉지 달라해서 양쪽발에 신고 동여매곤 계단을 내려가니

연세많으신 집사님은 무릅위까지 오는 비닐신발을 신고 용감하게 눈속을

걸오오고 있습니다.

내 모습을 본 집사님 "에긍 큰 비닐 신고 오라고 했더니 눈 다 들어가겠네"

내 신발의 비해  집사님의 비닐 신발은 멋있고  뽀대나게 보입니다.

집사님은 뒤에 따라오라며 멋있게 눈을 헤치며 길을 내주고 갑니다.

조금 있으니 혼주와 함께 차가 옵니다.

혼주의 얼굴은 걱정과 근심이 가득합니다.

다른때와 달리 예식장에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각기 입니다.

등산양말을 신고 오는 사람에 털모자를 쓰고 오는분들,  코트는 구경하기 힘들고 모두 두꺼운 점퍼 종류입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그래도 마음이 놓입니다.

길가에 눈도 천안을 넘어서니 보이지 않고 햇님이 방긋 웃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내친김에 천계천을 가던지 남산에 가자는 소리에

천계천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가보자고 몇사람이 나섰습니다.

조금 걸어가니 깨끗한 냇물이 흐릅니다.

비둘기때들도 따뜻한 햇살이 비취는곳에서 세상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정읍의 날씨와 달리 바람이 매섭다고 해야하나 모두들 모자와 스카프를 들러쓰고

냇물을따라 올라갑니다.

징검다리옆은 얼음이 얼고 넓은 냇물에선 오리들이 우리를 보고 둥둥 헤엄쳐 옵니다.

정읍은 앞이 안보일정도로 지금도 눈이 온다는데 이곳에선 천둥 오리들이 저리

요염하게 수영을 하고 있으니

우리를 보고 헤엄처오던 오리들이 한참을 머물다 되도아 갑니다.

먹을것을 주려나 하고 왔다 소득이 없자 그냥 가는가 봅니다.

다시 돌아와 예식을 보고 집에 오는 길 역시나 메끄럽게 달리던 차가 덜컹덜컹

미끌 정읍으로 들어섰음을 말 안해도  다 알고 있습니다.

시내에 계신분들 내려드리고 우리 마을쪽까지 와서 내렸는데 이젠 차가 이리 저리

미끌어져 돌리질 못합니다.

20여분 돌리고 또돌리고 씨름을 하다  다시 미끄러지듯 오던길을 향해 갔습니다.

휴^^살아 돌아왔단 생각에 한숨한번 돌리고 조심조심 집을 향해 돌아오니

내 화물차는 눈속에 묻여 보이지도 않고

언제나 꼬랑지 흔들어대던 못난이도 눈을 피해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고

거실문을 열고 들어서니 울 신랑  살아왔냐고 합니다.

새해 첫날부터 천국과 지옥을 다 갔다온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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