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아들이여.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08-01-07 09:20:50
- 조회수
- 2,906
며칠전 눈 때문에 버스를 타게되었다.
농촌 버스를 타는 분들이라야 연로하신 어르신들 아니면 학생들뿐
눈속에 김치만 준다고 투덜거리는 식구들 생각해 파릇파릇 상추좀 사고
김장김치 넣고 해먹으려고 고등어 김등을 사서 버스에 올랐다.
손님이 다 타자 기사 아저씨 신문지 한뭉치 들고 "할머니 이봉지 생선이야?"
하고 묻는다.
생선이란 소리에 기사아저씨 신문지 놓더니 그 위에 생선 봉지를 올려놓고
승객마다 물어보며 신문지를 깔아준다.
"나중에 생선물 흐르면 할머니들이 옷 벗어 닦고 가야한께 얼른 생선 사신분들 말해요"
그렇게 확인이 끝난후 버스가 출발을 하자 백발의 할머니가 숨도 제대로 못쉬며
"나 죽겠네"를 연발 하신다.
같은 마을에서 오신듯한 할머니 " 기사님 비닐 있우"
기사아저씨 대기하고 있듯 비닐과 휴지 한뭉치를 건네주신다.
젊은 할머니는 얼른 봉지갔다 백발 할머니한테 드리고 휴지로 입 꼭 막고 가라며
노인 양반이 아침에 나와 이를 빼고 아무것도 못먹어 허기가 져서 그런다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러자 기사아저씨 " 할머니 담에 병원갈땐 꼭 아들이나 며느리 오라해서 같이가"
그러자 여기저기서 하는 소리
"기사가 우리의 아들인디 뭔 아들부르고 며느리를 불러"
"우째서 내가 할머니들의 아들이여"
"앗따, 시장데려다주지 병원데려다 주지 , 집에 데려다 주지. 그러니 아들이제"
"어떤 아들 딸들이 매일 그렇게 해준다여"
"내참, 이렇게 늙은 아들이 어디있어. "
"할머니 그럼 애인을 많이 맹글어 놔. 밥해줄넘 , 빨래해줄넘.병원 데려다줄넘"
그러자 버스안에 타고있던 할머니들
"그럼 기사양반은 그중 어떤넘 할라우"
버스 안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백발의 할머니가 내리려하자 기사 아저씨
"할머니 생선 끓여서 저녁 맛나게 드시고 담엔 아프지 말오"
농촌의 가시들은 싫든 좋든 이렇게 모든 어르신들의 아들들이 되어 있었다.
도시의 버스와 달리 시간이 흘러도 저 멀리서 오시는 분들 기다렸다 태워드리고
안전하게 앉을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하고, 내릴때 역시 미리 일어나시면 소리질러
"앉아 있어. 서면 다처요" 한다.
혹여 다리라도 의자 밖으로 내밀고 있으면 가서 다리 번쩍들어 의자 안에다 넣어주며
"이렇게 하고 있음 다리 절룩거리며 타시는 할머니들 걸려서 넘어져" 하며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기사 아저씨들이야말로 정말 농촌 어르신들의 아들이 아닐런지.
댓글목록
이덕수님의 댓글
우리동네 버스기사양반들이 이글글을 보고 많이 뉘우쳐야 할텐데....
퍼다가 알려 주렵니다.
운영자님의 댓글
하긴 이동네도 다 같지는 않지요
정읍의 버스는 하루하루 노선을 돌아가면서 운행을 하니 이런기사 만나는 날은 운수좋은날이 되지않을지~
하여간에 시골버스는 사람이 없어서 맨날 텅텅 빈채로 다니는게 문제는 문제인것 같아요
이덕수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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