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부족이 나병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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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8-03-24 20: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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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규 약초학교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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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곪으면 집안이 망한다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을 모두 아울러 장이라고 한다. 장은 콩을 소금물로 발효하여 만든 우리 민족 고유의 식품이며 양념이다. 양념은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쓰는 재료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음식에서는 고추, 마늘, 파, 초피, 소금, 식초,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양념으로 널리 쓴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과 소금을 가리키는 약염(藥鹽)에서 차츰 발음하기 좋게 양념으로 바뀐 것이다. 혹 기를 양(養)에 생각 념(念) 또는 약 약(藥)에 생각 념(念)이라고 해서 양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장은 모든 반찬과 양념의 기본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장으로 맛을 내고 간을 맞춘다. 장을 종류대로 갖추고 있으면 따로 반찬을 만들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다. 예전에 혼자서 약초를 캐러 산에 다닐 때 오직 고추장 한 가지나 왕소금 한 가지를 반찬으로 삼아 밥을 먹었는데 지금까지 그보다 더 맛있는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다.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서 약초 망태기를 들고 혼자서 산에 가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음식은 밥과 반찬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본이나 중국 음식도 밥과 반찬을 구별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분명하게 구별하지는 않는다. 서양 음식은 밥과 반찬의 구별이 아예 없다.
옛말에 성인(聖人)은 장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성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은 장 없이 밥을 먹을 수 없다. 장은 밥상에 올려놓는 모든 음식의 우두머리 곧 대장이다. 미음 장(漿)은 장수 장(將) 밑에 물 수(水)가 붙어 있는 글자다. 모든 물 가운데 장수(將帥)라는 뜻도 되고 장수가 되게 하는 물이라는 뜻도 된다.
장이 곪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먹는 장은 시골 할머니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근 것이라고 해도 올바른 장이 아니다. 요즘 장은 모두 썩어서 곪은 장 밖에 없다. 훌륭한 장은 정성만으로 담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성을 들이는 것보다 먼저 바른 이치를 알아야 한다.
곪은 장을 먹으면 몸이 망가진다. 몸이 망가지면 집안이 망가지고 집안이 망가지면 사회가 망가지고 사회가 망가지면 나라가 망가지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장이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하고 담근 장은 모두 그릇된 것이다. 그릇된 방법으로 만든 장을 먹으면 뇌에서 산소 공급을 잘 받지 못하므로 몸이 병들고 머리가 나빠진다. 몸이 병들고 머리가 나빠지면 어찌 그 집안이 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안에서는 우리 어머니와 숙모 둘이 서로 우애(友愛)가 아주 좋았다. 어머니와 숙모들은 무슨 일이든지 모여서 같이 했다.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서로 사이가 좋았다.
김장을 할 때에도 세 동서가 모여서 담고 장을 담그는 일도 셋이 모여서 같이 했다. 콩을 공동으로 사서 한 가마솥에 콩을 같이 삶았고 메주를 한 곳에서 띄웠다. 다 뜬 메주를 어머니께서 내어놓고 자네들이 골라가고 싶은 데로 가져가게 하면 꼭 같이 나누어 갖고 갔다.
막내 숙모가 담글 때 어머니와 둘째 숙모가 가서 도와준다. 둘째 속모가 장을 담글 때에는 어머니와 막내 숙모가 가서 도와주고 어머니가 장을 담글 때에는 둘째 숙모와 막내 숙모가 와서 거들어 준다. 둘째 숙모는 어머니한테 형님이라고 부르고 막내 숙모는 큰형님이라고 부른다.
장을 담그는 것은 집안에서 제일 크고 중요한 일이다. 장은 입춘(立春)이나 우수(雨水) 무렵 말날에 담는다. 장을 담그려면 먼저 메주를 갖고 가서 추녀 끝에 매달아 바람을 씌워야 한다.
막내 숙모가 담근 장은 45일 안에 뜬다. 장이 푹 퍼져서 마치 죽처럼 되어 있다. 나쁜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서 집안 식구들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둘째 숙모가 담근 장은 석 달 만에 뜬다. 맛은 이웃집에서 담근 장과 비슷하다. 맛이 특별히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으므로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우리 어머니가 담근 장은 열 달 넘게 두었다가 열두 달 만에 뜬다. 어머니가 장을 뜰 때 사방에 향기가 진동하고 장이 샘물처럼 맑다. 맛이 매우 좋아서 온 동네 사람들이 장을 얻으려고 바가지를 들고 줄을 선다.
막내 숙모가 담근 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이면 가족들도 안 먹는다. 사촌 동생들이 바가지를 들고 우리 집에 와서 된장을 얻어가서 된장찌개를 끓여 먹는다. 너희 집에는 된장이 없냐? 하고 물었더니 있지만 맛이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하였다.
둘째 숙모는 장을 4월에 뜬다. 메주를 석 달 만에 건져내는 것이다. 한 달쯤 더 두어서 5월에 장을 뜨면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 있다. 장에 곶감 서리 같은 것이 내리는 것이다. 둘째 숙모와 막내 숙모네는 장마가 오기 전에 장을 달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이 썩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세 집안이 꼭 같이 만든 장이 이처럼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세 집안이 같은 콩, 같은 메주, 같은 소금, 같은 물, 같은 방법, 같은 사람, 같은 날에 장을 담갔다.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이처럼 큰 차이가 날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이 나를 안다니선생이라고 불렀다. 무엇이든지 안다고 해서 안다니선생이다. 더러 숙모들이 구운 감자나 고구마, 밤 같은 것을 갖고 나한테 물으러 왔다. 어느 날 막내숙모가 군밤을 구워서 갖고 왔다.
“조카 이것 좀 먹어 봐.”
“무엇을 물어 보시려고요?”
“별 것 아니야. 어려운 것이나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안 물을게.”
“그래요?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답을 말해 주고 나서 먹을게요.”
“조카는 뭐든지 다 알잖아. 그래서 모두 안다니 선생이라고 하잖아.”
“무엇이 궁금한 지 말씀을 해 보시지요.”
“우리 집에서는 장만 담그면 다 곪아. 너희 집 장은 참 맛이 좋은데. 너희 집 장은 열두 달을 두어도 메주가 안 풀리는데 우리 집 장은 한 달 만에 죽이 되어 버려서 건지는 것도 어려워.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 장을 세 집안이 같은 날 같이 담갔어. 콩도 같고 메주도 같고 물도 같고 소금도 같고 항아리도 같고 담근 사람도 셋이 같이 담갔어. 그런데 우리 집 것만 맛이 없어. 그 이유를 조카는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으러 온 거야.”
“둘째 숙모네 장은 어떤가요?”
“둘째 숙모네 장은 괜찮아. 나쁘지는 않아.”
나는 그 때까지 장을 담그는 것을 본 적이 없으므로 어떻게 장을 어떻게 담그는지를 물어 보았다. 그 때 장을 어떻게 담그는지 막내숙모한테 들어서 처음 알았다.
장을 담그는 방법을 다 들은 뒤에 숙모한테 말했다.
“우리 막내숙모님은 성질이 진짜 깔끔하시지요. 세 동서 중에 제일 깔끔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집안을 쓸고 닦아 먼지 하나 없지요?”
“내가 제일 깔끔한 것을 조카가 어떻게 알아?”
“얼굴만 봐도 알아요. 그런데 소금도 깔끔하게 담아 두는군요?”
“그럼 그렇게 하지. 소금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막내숙모는 소금을 장독대에 있는 빈 독에 담아 놓고 날마다 독을 닦으시지요? 먼지가 끼고 비가 와서 흙이 튀면 안 되니까 늘 닦아서 장독이 반질반질하지요?”
“그렇지. 조카는 보지 않고도 어쩌면 그렇게 잘 알까?”
“그렇다면 우리 집에는 소금을 어떻게 두었을까요? 아마 독에 담지 않고 염전에서 사 온 가마니 채로 헛간에 두었을 것입니다. 헛간 바닥에 나무로 만든 삼발이 위에 소금가마니를 얹고 거적으로 덮어 두었을 것입니다. 둘째 숙모네는 소금을 광에 있는 항아리에 넣어 두었을 것입니다.”
나는 그 때까지 한 번도 뒤곁에 가 본 적이 없다. 그 때에는 남자는 뒤곁이나 부엌에 가면 안 되는 일이었다.
소금은 아무리 훌륭한 소금이라도 빛을 보면 소금에 들어 있는 미세한 입자의 미네랄이 모두 증발하여 날아가 버린다. 햇볕에 나뭇잎이 마르듯 수분이 날아가면서 죽은 껍질만 남게 되면 것이다. 소금이 햇볕을 받으면 사각(死殼)이 된다. 죽은 껍질을 사각이라고 한다.
이른 봄철에 만든 토판염은 신맛이 난다. 짠맛 속에 신맛이 들어 있다. 이 신맛이 생명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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