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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병이지 싶다. > 자유게시판

이것도 병이지 싶다.

작성자
벌집아씨
등록일
2007-05-19 09:18:24
조회수
2,779

논 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아카시아꽃이 필때면 이상하게 보리밥이 먹고 싶다.

보리사다 잔뜩넣고 밥을 했더니 울 신랑  "어,보리밥이네"

"논 갈고 농사 준비할때는 원래 보리밥 먹는거야"

그소리에 울 신랑 한참을 웃더니 " 당신이 나보다 더 많이 산 사람갔네"

"그때야 쌀이 부족하니 할수없이 보리밥을 먹은거지. 보리밥 먹으면 소화가 잘돼 금방 배고픈데"

어린시절 이상하게 겨울에 먹는 보리밥은 맛이없는데, 봄에 먹는 보리밥은 꿀맛처럼

맛이 있었습니다. 달래넣은 된장찌게 넣고 사그름한 열무김치 넣고 비벼먹으면

그것처럼 맛있었던것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며칠전 밤에 모임에 갔다 시간이 남기에 반찬거리좀 사려고 시장엘 갔습니다.

마트보다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장에 가는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어둑 어둑 어둠이 밀려오니 할머니들 슬슬 집에갈 준비들을 하고 계십니다.

늘 단골로 가는 곳에 들려보니 아기 열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것은 몰라도 아기 열무만 보면 저 정신을 잃습니다.

실은 며칠전에 이동할때 먹을것과 이이들 먹으라고 김치를 담었거든요.

그런데 아기 열무를 보는순간 다른것은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아줌마 이거 얼마에요"

늘 환한 미소를 보이는 아줌마는 왔냐며 한봉지에 6천원이라며 당신도 아기열무를

좋아해 오늘 두보따리 담었다며 담으라 합니다.

두말없이 열무 한봉지 사들고 파 를 샀습니다.

물론 인심좋은 아줌마 당근과 생강은 덤으로 주시구요.

사서 들고오면서도 걱정입니다. 저 열무가 김치로 변신할수 있을지!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으니 어떤때는 소금간해서 씻어놓고도 못할때가 있거든요.

새벽부터 다듬어 놓으니 생각보다 많습니다.

얼른 소금 뿌려 놓았습니다.

소금 맛을 본 아기 열무는 푹푹 줄어듭니다. 다행이 비가 와 일을 못하게 생겼습니다.

찹쌀 죽 쑤워   파란 열무를 빨갛게 옷 입여 한입 먹으니 맛있습니다.

아이들은 신세대라 익은 김치가 좋다하고 울 신랑과 전 아마도 쉰 세대인가 봅니다.

새로 버무린 열무김치해서  밥한그릇 뚝딱했습니다.

이때만 되면 보리밥이 먹고싶어지고, 아기 열무만 보면 되던 안되던 김치담어

먹고 싶어 사들고오니 이것도 아마  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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