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따는 날( 새들 다 죽었어)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8-11-19 09:58:59
- 조회수
- 1,780
어디에 꽃이면 한마디로 미처 버리는 사람
한달만 더 살면 육십이 되는데 그 나이가 되도록 그런것을 못 고치는걸보면
사람 성격 죽을때까지 그대로 가는것이 맞는것 같다
이른봄부터 일에 매달려 살면서 시간 나면 좀 여행도 다니고 여유롭게 살면 좋으련만
전생에 머슴이었는지 매일같이 일을 만들어서 하는걸보면 참 신기하다
그런데 난 이런것이 감당이 안된다
티비대 깨끗하게 닦아놓고 저녁때 들어와보면 먼지가 소복하게 쌓여있다
울신랑 궁둥이를보니 흙이 한줌은 붙어있다
순간 화란넘이 또 스물거리고 올라온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제발좀 얌전하게 좀 있으라고~~
소리지르면 무엇하리. 소귀에 경읽기인데
흙밭에서 굴렀으면 옷이랑 좀 탁탁털고 들어오면 좋으련만
5살짜리도 아닌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해야할일만 빼놓고 하루종일 밖에서 사는걸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하루는 현관문 열고 나가니 비릿하고 큼큼한 냄새가 난다
미초~
또 생선 액비인지 뭔지 지독한 냄새가 나는걸 배추밭에 준다고 퍼대고 있다
저것 만지면 샤워를 해도 냄새가 나는걸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다
그제는 집에 들어오는데 트럭을 몰고 나간다
"어디가?"
"몰라도 돼"
한마디 하려다 참는다
저런 말을 할때는 가까운곳에 가는것임을 알기에
촌에서 어디 나갔다 안들어오면 최소한 어디갔다 안 온건지는 알아야 어떻게하지
조금 있으니 차 소리가 나고 트럭 한가득 나뭇잎 썩은것을 한차 싣고 온다
참 대단하다~~누가 시키면 절대로 안했을일을 모두가 귀찮고 힘들어하는일을 저리 하는것을 보면
잔소리하면 그런다. 농사를 배우는 중이라고
구잡한 사람이랑 살다보니 집 깨끗하게 하고 사는것은 포기가 된다
저런것은 잘하는데 하다못해 피자 한판 시켜먹은 상자는 며칠이 되어도 내가 안치우면 거실에 그냥 있다
왠일로 치웠다 싶어 나가보면 마당에 턱하니 던져놓으면 끝
왜 한번에 끝낼일을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은 마당을 치운다고 난리다
그럼 모하냔 말이지. 며칠이면 또 자기가 다 어질러 놓을텐데
힘이 남으면 꿀박스 빈것들이나 접어서 치워주고 하면 좋으련만 그런것엔 손가락하나 끄떡도 안한다
오늘은 감따는것좀 도와줘~~
울서방님 감 딴다고하늘걸보니 우리동네 새들 다 죽었다
감따는 기구를 산다고 매일 인터넷 뒤지더니 온 모양이다
몇년을 감하나를 안따서 저 높은 나무위에 내가 올라가 따서 먹다가
지난해엔 나도 허리가 고장 나는통에 냅뒀더니 새란 녀석들이 며칠만에 싹쓸이를 했다
허리도 허리지만 홍시를 먹으면 저울 눈금이 확확 올라간다
하루에 밥대신 몇개씩 먹어대니 그런 모양이다
어찌되엇건 새들이 무서운걸 그걸 보고 알았다
그많은 감을 세상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줄어드는것을 보고
감나무도 남들처럼 따기 좋게 낮게 키우면 좋으련만 하늘을 찌르게 크게 키워놓아 감따려면 목숨을 걸어야하니
감을 먹기위함이 아니고 벌들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고하니 말하는 내 입만 아프다
밤마다 쿵 떼구루루루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는데 그래도 남아있는 감들이 제법된다
장화신고 올라가서 기구로 따서 지붕위에서 굴리면 받는다
가끔 홍시가 내려와 외마디 소리를 지르게 한다
제발 홍시는 굴리지 말라고~~
그럼 홍시는 어떻해? 당신 다 먹어.
한참 굴러 떨어진 감을 주워담으니 허리는 아프고 춥고 으슬거린다
날도 어두운데 그만 따~~
"당신 엄청 많이 딴것 같지 지금까지 한마구니밖에 못 땄어"
내려와서 보곤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어찌되었건 올해는 내가 저 높은 감나무위에 안올라간것만도 다행이다
남들은 나이 먹으면 마눌이랑 여행도 다니고 그런 재미로 산다고하는데
울신랑은 왜 그러는걸까요?
댓글목록
예민정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어떤때는 그런 울 서방님이 안되었단 생각도 들어요
결혼을 하지않고 혼자 살았다면 저리 하고싶은거 맘것 하고 살았을텐데...하는
지금도 하고싶은건 다하고 사는것 같긴하지만요.
문용희님의 댓글
감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벌통 시원하게 해줄 그늘이 필요하다는 서방님 우짜쓰까
이불속에서 확 잡을수 밖에요 ㅋㅋ
벌집아씨님의 댓글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은곳이 많아서 버리면 누가 집어갈가 버리지도 못해요. ㅎㅎ
Itlim 님의 댓글
벌집아씨님의 댓글
심어만 놓고 자연에 맡겨놓고 크면 크는대로
약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먹을수있을만큼은 늘 남아있으니 욕심부려 약을 할 필요성을 못느끼는것이지요. 또 그런것을 먹으려고 울 서방님 저러는 것이구요
언제부터인가 살면서 큰 욕심이란것을 내려놓으니 삶이 좀 편안해지는것 같아요
itlim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차량단감,대봉감,완주쪽에서 많이 심는 고종시,상주쪽에서 많이 심는 둥시,그리고 씨앗이 떨어져 자란 나무와 스스로 자란 나무에 단감나무가지를 접붙인 나무등...
또 하나 품종은 모르지만 좀 작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그럼 8가지나 되네요.
몇년을 두고 경험해보니 땅이 거름진곳 사진의 감나무는 많이 열려도 중간에 떨어지는게 많고 아래쪽 척박한 곳의 감나무는 잘 안자라지만 끝까지 남아있는 감이 많아서 전혀 약을 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집 감나무들이 아래쪽 척박한 곳은 물론 사진의 기름진 감나무까지 풍년인인데는 2가지 원인이 있는것같군요.
올해 달랐던 점이라면 꿀벌에 해를 입히는 말벌종류를 잡기위해서 그동안 등한시하던 말벌유인기구를 적극활용했습니다.
전문적인 도구도 있지만 간단하게 페트병에 줄을 그어 자른후 안으로 밀어넣어 들어가면 못나오는 구조의 구멍을 만든후 유인액을 만들어 넣고 벌통위에 올려놓으면 낮에는 말벌,저녁에는 각종 나방들이 하룻밤에도 수백마리씩 들어갑니다.
그렇게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잡았더니 올해는 그동안 벌레때문에 못먹던 대추도 거의 멀쩡해서 그 효과는 아주 대단하더군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수년전부터 나뭇잎들을 갉아먹어 초토화시키는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극성인데 이놈들을 관찰해보니 1년에 3회나 번식하며 잔디밭은 물론 벌통위까지 기어다니는등 보통 귀찮은게 아니고 가장 중요한 그늘이 되는 귀한 나뭇잎들을 갉어먹어버려서 결국 올해는 꿀벌에 가장 해가 적은 저독성농약을 구입하여 7월경에 한번 살포했습니다.
마눌은 바깥일은 깜깜이라니까요...
다행히 꿀벌에 해가없이 흰불나방은 쉽게 잡히더군요.
감농사에도 도움이 되었을것으로 짐작되기는 하나 약을 안친 아랫밭 대추나무까지 벌레를 안먹은것을 보면 유인액으로 나방을 잡은것이 더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달고 맛있고 새들도 좋아하네요..
곶감도 깎았고 감말랭이도 만들었고...감이 많으니 별거별거 다합니다~
예민정님의 댓글
감식초를 해보시는건 어떠신가요?
itlim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감나무를 종류별로 심어놓으면 진짜 재미있습니다.
품종별로 익는 시기도 다르고 맛도 조금씩 차이가 있고...
가장 빨리 홍시가 되는것은 고종시감이고 무지 달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감도 달지만 이건 껍질이 좀 두꺼우므로 새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남아있지요.
2봉장에도 기존에 자라던 꽤 큰 대봉감나무가 몇그루 되는데 이건 올해도 포기해야 할듯..
참 배부른 세상입니다~
itlim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승족기가 뭔가 했더니 신발에 설치하고 나무를 오를때 필요한 도구였네요...
거기다 고지가위까지 있으면 더 좋을듯 합니다.
저는 화신 고지가위, 3만원 미만? 인거 같고 아주 만족하네요.
itlim님의 댓글
운영자님의 댓글
제가 욕심부린 피죠아는 포기해야 할것같네요.
너무 방치형으로 키우는 스타일이라 아까운거 죽일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