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아이들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19-01-18 17:02:00
- 조회수
- 1,595
일주일정도 딸아이 집에 갔다왔습니다
남편이랑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비운적은 지난번에 미국에 갔을때 그외에는 없었던것 같습니다
친구와 같이 살고있는 딸아이
아들 파주로 이사한지 몇년이 되어도 한번도 안가보니 우리 큰아들 그럽니다
"엄마 서울 오시면 한번 오세요. 우리집 앞에 진짜 좋은 아울렛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다른 볼일이 있어
아들네 집은 엄두도 못내고 왔습니다
서울에 간 그날부터 나는 또 밥순이가 되었습니다
가는 날 저녁에 장을 봐야하는데 너무 늦게 가서 장을 못 봤는데 쌀이 딱 한컵 남았습니다
사람은 다섯명인데...할수없이 간단한것을 시켜 먹었지요
다음날 아침 친구가 가져온 떡국떡이 조금 있다고해서 육수내서 그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두아이 다 아침을 안 먹는다고 하더니 잘도 먹습니다
그날부터 하루 세끼 밥을 해서 먹이는데 먹을때마다 세명이 맛있다고 합니다
하긴 따끈한 밥과 그때그때 반찬을 해서 주니 그럴만도 하지요
하루 한끼만 먹는다던 아이들은 세끼 잘도 먹습니다
저렇게 잘 먹는 아이들이 대충 인스턴트 식품으로 집밥이 아닌 밖에서 해결해야하니
요즘 아이들 정말 불쌍합니다
냉이무침 오이무침등 간단한것을 해주는데도 신선한것을 먹는 느낌이 좋다는 아이들
그런데 살림살이가 제대로 없으니 반찬을 해도 접시가 부족하고 국을 끓여도 대접이 부족하니
들었다 놓았다...답답합니다
그런데 싱크대위에 밥그릇과 컵 깨진것이 보입니다
더 웃기는것은 고무장갑이 한쪽은 연두색 한쪽은 빨강색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한짝씩도 판다고하네요.
그런데 가는 날부터 이 연두색 고무장갑이 눈에 거슬리더니 결국 다음날 장갑이 미끄러워
쟁그랑 국그릇 하나가 깨졌습니다
순간 딸아이 친구가 하는 말
"우리 이제 국 못먹어"
결혼 30년동안 유리컵 하나 깬것이 다인데..이게 무슨 일인지?
딸아이도 컵두개 밥그릇 두개 국그릇 두개 친구도 역시나 같았습니다
여러사람 온적도 없고 온다고해도 주문해서 먹으니 많은 그릇이 필요치 않았다나요
다음날은 김치통을 잠그는데 이상하게 한쪽이 잘 잠기지않고 헐렁합니다
손잡이를 드는 순간 작은 김치통은 방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김치 국물이 여기저기 튀었지요
딸친구 또 하는소리 "야 파티다"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딸친구의 낙천적인 성격에 웃었습니다
김치는 통에 그대로 있고 국물만 조금 튀고 말았습니다
이정도에서 그쳤으면 좋으련만
다음날 무시레기를 가위로 자르고있는데...
어랍쇼~~ 눈에 거슬리던 초록색 장갑 손가락 하나가 잘려 나갔습니다
아무리 무시레기를 뒤지며 찾아도 보이질 않습니다
같이간 후배 자기가 그런것은 잘 찾는다며 하나하나 옮기는데 나오질 않습니다
"야들아 ,장갑이 잘렸는데 안보인다" 했더니 일부러 그랬죠? 합니다
오늘 아침은 고무장갑 국이다~~하는 아이들
무시레기 된장넣고 멸치와함께 자글자글 끓여 척척 걸져먹으니 맛있습니다
하지만 잘려나간 고무장갑은 다 먹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루세끼 따뜻한 밥 해먹였더니 일주일만에 2키로가 늘었다고들 난리 입니다
우리는 맛있게 먹는데 집에있는 울 서방님은 안봐도 어떻게 먹고 있는지 보입니다
역시나 3일째되는 날 통화중 그럽니다
"나 살길 찾아야할것 같어"
" 서울 운동장 세바뀌 돌만큼 줄서있는 여자들 데려다 밥 해달라고 해"
그소리에 울신랑 마구 웃어댑니다
그렇게 일주일째 집으로 오면서 터미널에서 고생했다며 후배 밥을 먹고 가자고 합니다
몇수저 먹다가 수저를 내려 놓습니다
"언니가 해준 밥 먹다가 맛없어 못 먹겠네"
그러게요. 그렇게 맛이 없는데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을 떠나 집으로 내려오니 역시 좋습니다
집에오니 싱크대는 폭탄을 맞았네요
예전 같으면 엉엉 울었을겁니다
집 지저분하고 싱크대에 그릇 쌓여있음 나도 모르게 울게 되더라구요
그것을 알기에 마눌 어디갔다 올때면 집도 치워놓고 설거지도 하더니
이번엔 무슨 배짱인지 그대로 냅뒀네요
한마디하니 그런소리 하지 말랍니다
그래 ~~혼자 밥 해먹은것만도 대견하지~~~
그런데 내려오는 날까지 잘려나간 고무장갑은 끝내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도시생활 참 답답합니다
음식 쓰레기도 마음대로 버릴때가 없고 아랫집에서 쫒아올까봐 살살 다녀야하고
역시 내집만큼 좋은곳은 없는듯 합니다
댓글목록
예민정님의 댓글
생활이 머리에 선하게 그려지네요. 제 생각엔 인터넷으로 짝짝이로 구입했다기보다
고무장갑이 빵꾸 난건 버리고 하다보니 짝짝이가 된게 아닐까요?
그런 고무장갑은 잘라서 큰 부분은 큰 봉지를, 작은 것은 작은 설탕 같은거 묶는 고무줄로 쓰면 좋을것 같아요.
벌집아씨님의 댓글
색이 같음 좋으련만 너무 대조적이었어요. 알뜰한건 좋은데..좀 너무했다 싶었지요
예전엔 고무장갑 동그랗게 잘라서 그렇게 쓰기도 했던것 같아요
운영자님의 댓글
문용희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