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꿀 채밀하고 이동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21-05-23 23:48:45
- 조회수
- 1,859
길가에 노오란 꽃이 피었습니다
그꽃이 핀것을보니 2봉장으로 갈때가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운동을하고 있는데 울서방 전화가 옵니다
내일 옻나무꿀채밀하고 봉장으로 가야될것같다고
그런데 내일 비 소식이 있어 꿀 채밀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빨리 들어오랍니다
통화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달려옵니다
걱정 한가득입니다
내일비가 안와야하는데..
걱정한다고 해결될일도 아니고 일단 알람 맞춰놓고 잠을 잡니다
혹시 옻나무꿀 다 되어 벌들 달려들지 모르니 최대한 일찍 하자고..
5시에 일어나 남편을 깨웁니다
그렇게 잘 일어나던 사람이 어쩜 내가 어디 가는 날 하고
꿀따는 날만 저렇게 안일어나는지
하늘을보니 다행 비는 올것같지 않습니다
새벽이라 조끼를 입고 나갑니다
울남편 일하다 춥다며 좀 따뜻한것으로 바꿔 입습니다.
일하기 좋게 바람은 불고 생각보다 옻나무꿀 양이 적어 꿀따는 일이 일찍 끝납니다
이모부 일이 일찍 끝나니 식사는 집에가서 하시겠다며 내려가시고
바쁘게 일한탓에 꿀맛도 못봤습니다
꿀 다 따고 나니 햇님이 반짝 뜹니다
울서방 하는소리
"당신네 조상이 도왔어.꿀 다 따니 해뜨잖아"
비가와도 이동을 한다고 화물차 기사들과 약속이 되어있어
얼른 아카시아꿀 포장까지 끝내고 들어와 늦은 밥을 먹습니다
저녁에 오신 화물차 기사들 십여년 우리 벌을 나른 분들이어서 알아서 시간되면 옵니다
이분들 벌만 전문으로 나르는 분들이라 우리보다 양봉인들 소식을 더 잘 압니다
올해는 누가 꿀을 많이 땄는지 다른 사람들은 언제부터 2차 지역으로 떠났는지등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벌통을 보더니 벌통 다 바꾸셨네요? 벌통이 너무 이쁜데요.
그러더니 서슴없이 우리 벌통 뚜껑을 열어 봅니다
"와 ^^벌 엄청 좋네요. 이벌가지고 철원가면 딱이겠어요"
이분들 벌을 보더니 철원 가면 좋겠단 소리를 몇번이나 한다
그만큼 철원에도 아카시아꽃이 잘 피었단 소리
어디사는 누구는 부인이 그렇게 일을 잘했는데 남편이 술먹고 깽판 치는통에 이혼을하고
올해 이동을 했는데 일꾼들이 각시만큼 일을 못해 힘들어한다는둥
누구는 부인이 그렇게 일을잘한다고
꿀딸때 채밀기를 혼자 다 한다는 소리에 울남편 그런다
"울각시도 채밀기 혼자 다 하는데요"
"그분은 꿀든 소비장도 다 날라요"
그소리에 내가 한마디 한다
"예전엔 우린 둘이서도 꿀땄어요. 울남편은 벌만 털고 내가 소비장 다 날라다 채밀기 돌리고"
사람 두사람 쓰고 이동 안따라갔는데 강화도까지 꿀따러 오라고해서
딸아이 유치원 다니고 큰 아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냅두고 강화까지 꿀따러 다녔다고 했더니
깜짝 놀란다.
그러고보면 젊음이 좋긴했다.무서운줄 모르고 일을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무거운것을 어떻게 들고 다녔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분들 나는 일 안하는 사람인줄 아나보다
왜 나는 그 힘든 일을 다하는데 보는 사람마다 고생 하나도 안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줄 아는지
이런 소리 들을때마다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벌통 뚜껑열고 벌 덮어준 개포를 조금씩 접는일을 하는데 그분들 하는것을보니 마음에 안든다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시라고 했더니 그런다
일을 쉽게 하시네요"
벌들 들어갈수있게 연기 풍겨주고 남편은 소문을 막고 기사들은 소문 막는대로 차에 싣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같이 갔다 오자는 남편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그러니 마음이 편하질 않아 결국 따라 나섰다
도둑처럼 캄캄한 밤에 벌을 내리고 화물차들은 떠나고 남편은 벌통앞에 풀들을 낫으로 잘라주고
막아놓았던 소문을 열어준다
오면서 울남편 그런다
"산하나 또 넘었네.당신이랑 같이오니까 진짜 좋네"
가까운곳으로 가는것이라 내가 특별히 도와줄것도 없는데 같이 가니 마음이 편한 모양이다
2봉장으로 옮겨놓고 로얄제리 며칠 쉬기로 했다
좀 밀려 놓은것이 있으니...
어제 2봉장에 간 남편 문자가 온다
"벌들 일 끝내주게 잘하네"휴 다행이다
남은 때죽과 야생화 밤꿀이 팡팡 나와주며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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