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일까~~
- 작성자
- 벌집아씨
- 등록일
- 2021-08-17 20:07:56
- 조회수
- 2,024
그 뜨겁던 여름이 입추 지났다고 한풀 꺽였다
풀벌레들은 가을인것을 어떻게 알고 저렇게 울어대는 것일까?
에어컨 틀어야만 잠을 잤는데 어느세 창문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새벽녁엔 이불을 덮어야만
잘수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풀벌레소리에 한동안 잠 못이루고 뒤척인다
에고 시끄럽다 이녀석들아 잠좀 자자~~
처음 하루 이틀은 풀벌레소리가 그리도 정겹다가도 계속 들으면 시끄럽게 느껴지니!!
조금 있으면 밤하늘에 가을이라고 달님이 환하게 웃을것이다
울신랑은 여름내 풋고추와 오이 냉국으로 무더위를 이겨낸다
올해는 오이가 밀려 할수없이 오이장아찌를 해봤다
어린시절부터 엄마가 담은 오이장아찌는 내 기억에 그냥 짠맛밖에 없었다
저 짠것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도통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오이가 남으니 할것이 없다
할수없이 큰맘먹고 오이 장아찌란것을 해봤다
어라~~ 생각보다 간단하네 3~4일이면 먹을수있으니 더 좋다
쭈굴거리는 오이장아찌를 썰어 양념해서 먹으니 맛있다
"정우아빠 오이장아찌가 맛나네"
"난 오이 장아찌란것은 먹어본적이 없어"
"햐~ 이거 맛있네. 자꾸만 손이가"
그렇게 여름내 우리 부부는 오이 장아찌를 먹는다
떨어질즘이면 오이가 밀리고 그럼 또 장아찌를 담그고 여주 농사를 하는 후배에게 그것도 장아찌
해보게 여린것으로 조금만 주라했더니 가져왔다
오이 장아찌 담그듯 해봤다
그런데 먹을만은 한데 씁쓰름한 맛때문에 오이 장아찌보다 안 먹어지다
오이는 오독하면서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데
며칠전 울서방 그런다
오늘은 참외 줏으러 가야지.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여름내 땅을 만든다고 잘 가꾸던 잔듸밭을 풀밭으러 만들어 놓은 울서방이란 사람
마당 나갈때마다 그 풀들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발 풀좀 베어 버리라고 , 남들이 무어라 하겠냐고, 게을러빠진 사람들이 산다고 하겠다
고객들이 오면 풀로 우거진 마당을 보고 무어라 하겠냐~ 별소리를 다해도 끄떡도 않는다
왜 남의 눈을 의식하냐고 오히려 한퉁생이 준다
진짜로 평생을 같이 살아도 안 맞는다 . 안맞는건 죽어도 안 맞는 모양이다.
벌이 풀밭사이로 다니냐고 힘들겠다 싶을정도로 바랭이를 있는데로 키우더니
요 며칠 낮으로 베기 시작한다
어제는 잔듸기계를 밀고 오랫만에 이발을 한 덕분에 마당이 훤하다
그렇게 풀을 키워 참외들이 풀속에 숨어있었다가 풀을 베니 모습을 들어낸것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한두개씩 따다 먹긴 했지만
그날 울 서방 노오란 참외를 한아름 가져다 싱크대에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어제 또 잔뜩 가져다 놓는다
깎아먹어보니 풀속에 있던거라 햇님을 많이 못본 모양이다. 단맛이 별로다
싱크대위에 잔뜩있는 노오란 참외를 어쩐다~~ 저것을 어떻게든 헤치우긴 해야하는데
더 미루면 못먹을것 같아 네이버 검색을 해본다
"참외 장아찌 담그는법"
오이 장아찌 담그는것이랑 똑같네.
아침 먹고 울서방 로얄제리할 충판 찾는동안 참외를 잡는다
껍질을 까고 반 갈라 씨를 파내고 먹기좋게 썰어서 해놓으니 김치통으로 하나다
그것 헤치우나니 어찌나 날아갈것 같은지
로얄제리 이충하고 올라와보니, 허망하다
통으로 넘치는것을 억지로 눌러 뚜껑을 닫아두었는데 그사이 물이 나와 한가득되고
참외는 30%는 줄었다
삼일뒤엔 또 참외 장아찌 맛을 볼것 같다
그렇게 맛없던 오이 장아찌를 비롯 마늘쫑 장아찌 이젠 참외 장아찌까지
청양 고추도 조금 장아찌 담아 놓으니 고기 먹을때 맛있다
예전엔 처다도 안보던 음식이 새록 새록 점점 맛있어지고 먹어지는것을 보니 나이를 먹는것이
또 이런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찐 호박잎도 안먹었었는데 몇년 전부턴 왜그리 맛있는지
울 막둥이 지난번에 와서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얼마전에 식당에 갔는데 들깨죽 나물이 나왔어요. 손도 안대던 음식인데 엄청반가워서 먹었어요"
참외도 안먹던 아이인데 이젠 그냥 향으로 먹는다나
아들도 남편도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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